[문화 속 생태] (74) 말의 해

이제 설을 지나면 갑오(甲午)년 말의 해가 된다. 지난 연말부터 여기저기서 말이 많다. 이런 말 저런 말 재미있고 맘에 담아둘 말도 많다. 우리 삶에서 말은 어떤 동물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말은 정말 많다. 천리마 적토마 이야기부터 신화에 날개달린 페가수스와 뿔 하나 달린 하얀 유니콘도 정겹다. 경주 천마총 천마도 있다. 말은 어떤 이미지로 내 머리에 남아 있을까?

◇말 캐릭터

말 하면 생각나는 캐릭터에 따라 그 사람의 연식과 수준이 결정된다. 포켓몬스터에 포니타가 있고 꾸러기 수비대에는 마초가 있다. 곰돌이 푸의 이요르와 슈렉에 동키가 있다. 말타기 완구 로디도 있다. 말이라면 가수 이문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 애마부인이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명품 패션이나 명품 스포츠카가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말은 우리 삶 가까이에서 그 사람의 나이와 소득, 수준을 잘 알려준다.

◇말 패션

영국 명품 버버리,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프랑스 롱샴, 구치, 폴로는 모두 명품이고 상표가 모두 말과 관련이 있다. 셀린느, 고다이바, 리바이스, 아이그너, 에트로까지 말이 명품 패션의 로고가 된 이유는 뭘까? 유럽 말은 명품이 되어 우리 지갑을 털고 있다. 유럽에서 말은 어떤 이미지이길래 명품은 말로 도배를 한 것일까?

◇말 자동차

패션에서 말의 위력은 자동차 이름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페라리와 포르셰, 무스탕과 랭글러, 에쿠스와 갤로퍼, 포니까지 말 이름 자동차다. 포니 자동차는 한국 조랑말로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진다. 포드 자동차의 무스탕도 조랑말이다. 갤로퍼는 질주하는 말이고 에쿠스는 로마 개선 장군의 말이다. 지프로 유명한 랭글러는 장애물이 있는 길도 거침없이 달려가는 말과 카우보이의 이미지다. 설명이 필요없는 명품차 페라리와 포르셰까지 말이다.

우리는 운전석이 왼쪽인데 영국은 옛날 마차를 운전하던 마부 자리인 오른쪽이 아직도 운전석이다. 마부가 채찍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오른쪽에 마부가 앉아야 했다. 영국 영향을 받은 일본과 태국 호주와 남아공은 여전히 마부가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말 말 말

어릴 적 선생님께서 마분지(馬糞紙) 한 장 사오라 하시면 이 딱딱한 종이가 왜 마분지일까? 하고 갱지를 왜 똥종이라고 부를까 했는데 말똥은 말려서 땔감도 되고 거름도 되지만 종이로도 만들어 썼나보다.

작은 조랑말도 있지만 당나귀도 있다. 슈렉에 나오는 동키는 당나귀다. 노새도 있다. 노새는 수컷 당나귀와 말 암컷이 교배해서 만들어진다. 힘이 좋고 지구력이 좋지만 새끼를 낳지 못하는 불행한 말이다.

동물 식물 이름에 말이 들어가면 크다(王·大)는 뜻이 된다. 냉이 중에서 큰 냉이는 말냉이, 벌 중에서 큰 것이 말벌, 매미 중에서 왕은 말매미다. 말똥가리·말거머리처럼 말이 들어가면 크다는 뜻이다.

암행어사가 가지고 다니는 마패로 역마를 바꾸어 탔고 역마와 역마 사이에 참을 먹는데 새참이 되었다고 한다. 역마살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참 말이 말 많다.

◇백마를 타고 오는 왕자님

왜 여자들은 백마를 타고 오는 왕자님을 기다릴까? 서양 동화에 신데렐라나 잠자는 숲속의 공주나 백설공주에게 찾아오는 왕자님은 모두 흰말을 타고 왔다. 그래서 이건 서양 동화에서 왔으리라 추측했는데 우리나라에도 백마를 타는 풍습이 있었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신부집에 장가를 갔다. 말은 남성을 상징하고 백마의 흰색은 순결과 벽사를 의미한다. 신랑이 백마를 타고 장가 갈 때 액운을 물리치고 좋은 양의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서 백마를 타고 간 것이다.

◇백말띠 드센 여자

말띠 여자 중에서도 백말띠 여자는 참 서럽다. 말띠도 서러운데 여자 팔자가 드세다고 초를 친다. 말처럼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며 말을 잘 하는 것이 말띠의 특성이다. 백말띠 여자 이야기는 뜯어보면 이건 완전히 남자 중심 봉건 가부장제에서 나오는 말이다. 일 잘하고 똑똑하고 적극적인 여자는 어지간한 남자와 역할이 바뀔 수 있다.

지금 사회에서는 역마살이 여행가와 사업가가 되고 도화살이 탤런트와 가수가 되는 세상이다. 백말띠 여자의 적극성은 행복한 삶을 개척해가는 적극적인 여성의 새로운 상징이 되고 있다. 이제 백말띠 여자도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다.

◇경마장과 말

도박을 권하는 이상한 나라에서 로또 대박 인생 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경마장이다. 경마와 도박에 빠져 장가도 못가고 젊은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버린 수많은 젊은이들과 그 젊은이들을 가슴에 파묻은 어머니에게 말은 어떤 이미지일까?

◇2014년 말의 해 트렌드

해마다 무슨 동물의 해라 하면 그 해 트렌드를 읽어주는 이가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2014년 갑오년은 <DARK HORESES>라 이야기한다. 10가지 영어 첫글자를 따서 다크 호스라고 했는데 10가지 다 읽어 볼만하다. 예상을 뒤엎고 우승하는 말을 다크호스라고 한다. 누구나 다크호스를 꿈꾸어 본다. 그런데 1등을 향해 모두가 달리는 이 세상이 과연 정상일까? 하고 거꾸로 되물어 보고 싶다.

◇누구의 말인가?

국민의 소리를 마이동풍(馬耳東風)처럼 듣는 사람이 있다. 국민의 아픔을 주마간산(走馬看山) 지나쳐 버리는 사람이 있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 속이며(指鹿爲馬) 국민을 우롱하는 저들에게 대한민국의 주인은 누구일까? 저들은 강한 권력자의 말꼬리에 붙은 파리처럼 천리를 달린다. 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늘 힘센 자 편에서 노는 사람들이다. 말뚝박기하고 뛰어놀던 죽마고우와 고향 사람의 아픔도 외면하고 가진 자와 힘센 자를 위해 견마지로(犬馬之勞)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국민에게 더 채찍질을 하는 저들은 주마가편(走馬加鞭)하겠다고 말의 해 새해 소원을 말하고 있다. 그들에게 인생 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임을 알려주는 2014년이 될 것이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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