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김설빈(32) 윤혜진(34) 부부

'남자에게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다. 고심 끝에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첫눈에 반했다.'

압축해서 담으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 과정을 더듬어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소개팅으로 이뤄진 커플'에 대해 좀 심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도 '인연'이라는 단어가 왜 없겠는가. 그리고 첫눈에 반한다는 말…. 누군가는 '영화 속에서나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경험하고서야 '이제는 믿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2011년 11월에 만나 1년 7개월간 연애 끝에 결혼한 김설빈(32)·윤혜진(34) 씨 이야기다.

설빈 씨는 고향 부산을 떠나 창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이전에 느끼지 못하던 외로움이 찾아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 얘기를 많이 꺼냈다. 실제로 꽤 많이 한 편이다. 그런데 별 소득은 없었다.

   

영업관리 일을 하던 설빈 씨는 아무래도 사람 대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사람 파악을 남들보다 좀 빨리 하는 편이었다. 대화 몇 마디에서 상대방이 뭘 생각하고, 바라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개팅에서 만난 여성들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더라도, 우선 이것저것 조건부터 따지는 느낌이 강했다.

설빈 씨나 소개팅에 나온 이들은 결혼을 생각할 나이라 당연한 것이기는 했다. 그래도 설빈 씨는 못내 아쉬웠다. 상대방이 호감을 표시하더라도 마음이 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설빈 씨는 무슨 일에서든 근성을 발휘한다. 그렇게 끈기있게 하다 보니 소개팅을 40번 가까이했다. 하지만 그도 좀 지쳤다. 더는 미련 두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또다시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다.

"업무적으로 아는 분이 조카와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어요. 이전 경험도 있고 해서 별 마음이 없었어요. 창원에서 양산으로 발령 나 곧 옮겨야 했기에 더더욱 그랬어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자리에 나갔죠."

설빈 씨는 혜진 씨가 첫눈에 들어왔다. 흔히 말해 '참한 여성'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혜진 씨가 그랬다. 그리고 첫인사를 나눌 때 그 목소리가 너무 예쁘게 다가왔다. 너무 나간다 싶지만 설빈 씨는 이미 그때 '이 여자랑 결혼해야겠구나, 아니 결혼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대화를 나눠보니 더더욱 확신에 찼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도 있었고, 조건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설빈 씨는 직장 때문에 일주일 후 양산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 안에 결론 내고 싶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들이대지(?)는 않았다.

"사람 대하는 기술이라고 하나요, 그런 부분에서는 자신 있는 편이었어요. 마음은 급했지만, 그래도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갔죠. 그렇게 일주일간 매일 차 한잔 하며 얘길 나눴죠. 그리고 양산 가기 전날 얘길 꺼냈어요. 술자리에서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게임을 했어요. 제가 이겼을 때 '앞으로 계속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죠."

설빈 씨에 대해 혜진 씨는 첫눈에 반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래도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큰 망설임 없이 '함께하자'는 답을 할 수 있었다.

둘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해 지난해 6월 결혼했다. 대가족 생활을 했던 혜진 씨는 특히 어른들에게 잘한다. 설빈 씨는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어'라며 흐뭇해한다.

지금 혜진 씨 뱃속에는 아이도 함께하고 있다. 좀 신경이 예민해진 아내를 위해 설빈 씨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예전 <슬라이딩 도어즈>라는 영화가 있었다. 한날 지하철을 타느냐, 못 타느냐에 따라 한 사람 인생이 달라지는 이야기다. 설빈 씨는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만약 그때 소개팅에 안 나갔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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