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101) 창동예술촌

차디찬 바람을 피해 골목 안으로 숨어들었다. 몸을 숨긴 그곳은 학창 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창동 불종거리와 어시장, 그리고 오동동.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94>에서 주인공들의 입으로 여러 번 언급되면서 갑작스레 궁금해진 곳이기도 하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종아리까지 내려온 교복 치맛단을 두어 번 접어 올리고 활보하던 곳, 소풍이 파한 후 약속이나 한 듯 '헤쳐 모여' 했던 곳은 다름 아닌 옛 마산의 창동이었다.

학교와 집을 쳇바퀴 돌 듯 오갔던 그 시절, 왠지 모를 설렘을 주던 그곳은 지금도 그대로일까?

지척에 살면서도 참으로 오랜만에 떠난 길이다.

창동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불종거리를 지나 창동 그 길 한가운데 섰다. 어느새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그 어딘가쯤에 서 있다.

창동예술촌 쪽섬골목./경남도민일보DB

세련된 안내판들이 낯설기는 하지만 여전히 이곳은 그 시절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갑자기 수다스러워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마산 창동의 매력은 누가 뭐라 해도 골목이다. 골목이란 단어가 주는 정감은 설렘이다. 사전적으로는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이라는 뜻인데, 어쩌면 모퉁이를 돌면 어떤 곳이 펼쳐질지 모를 막연한 기대를 하게 하는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창동아트센터 앞에서 창동과 어시장, 오동동 일대 거리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는 안내책자를 하나 챙기자. 그리고 걸음을 어디로 향할지 결정하면 된다.

황금당 골목. /경남도민일보DB

고려당과 황금당, 그리고 약속 장소로 더할 나위 없었던 학문당과 창동거리에 항상 음악을 흐르게 했던 길벗레코드는 아직 그 자리를 지키며 우리를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창동예술촌에 들어섰다.

마산예술흔적골목, 에꼴드창동골목, 문신예술골목 세 가지 주제로 만들어진 이곳은 70여 명의 예술인이 회화와 조각, 도자기와 공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는 체험 위주의 예술 공간으로 변신해 있었다.

학문당 서점. /경남도민일보DB

아기자기한 벽화들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따사로운 햇볕을 받는 예쁘게 꾸며진 담장 아래엔 거센 바람도 잠시 주춤한다.

골목을 돌다 보니 출출해졌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곳은 복희집. 아직도 생생한 단팥죽과 떡볶이 맛을 기억하며 복희집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는 화려해졌지만 손님을 반기는 아주머니도 실내 모습도 예전 그대로다.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분식을 시켰다. 튀김옷이 얇은 오징어 튀김은 물론이고 달짝지근한 단팥죽도 예전 맛 그대로다. 족히 4가지 종류의 분식을 시켜 배불리 먹었는데도 1만 5000원이 넘지 않는다.

다시 골목으로 나섰다. 이번엔 아이와 함께하는 역사여행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설날, 고향에 내려온다면 아이와 함께 정겨운 이 거리를 걸으며 '엄마 학교 다닐 적…'으로 시작하는 추억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창동예술촌에 소개된 마산 예인들. /경남도민일보DB

<관련 코스>

◇부림시장 코스

시민극장 터→창동사거리→3·1만세운동 시위지→부림시장 아케이드→먹자골목→부림지하상가→남성오거리→실비골목→수입품 골목→공공미술 골목

◇조창터 코스

옥기환 선생 집터→원동무역주식회사터→수남상가→조창터→삼성병원 터→250년 골목

◇창동예술촌 코스

불종사거리→황금당골목→쪽샘골목→남저 이우식 집→낙동양조장터→창동예술촌→아고라광장→문신예술골목

창동예술촌 내 복희집. /최규정 기자

◇문화의 거리 코스

마산형무소 터 →통술 골목, 벽화골목→오동동 문화의 거리→3·15의거 발원지→불종사거리

◇어시장 코스

등대→장어거리→홍콩빠→어시장→너른 마당→건어물거리→정우새어시장

'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이 101회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2월 7일 자 신문부터는 경남을 넘어 전국 곳곳을 유람하는 '발길따라 내 맘대로 여행'을 새로 연재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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