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인디가수 권나무와 조용호 (상)

노래하는 나무 권나무, 함안 통기타 가수 조용호. 그들은 공생 관계다.

김해에 사는 권나무(본명 권경렬·29) 씨와 함안에 사는 조용호(31) 씨는 지역 인디가수다.

기타 하나 들고서, 어느 곳이든 노래를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달려간다. 경남에서는 김해, 창원, 진주 등에서 발을 넓히고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도 종종 공연한다.

함께 팀을 이룬 것은 아니다. 따로 활동하지만 요즘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조용호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요즘 업계에서 핫한 권나무의 인기에 업혀가고" 있단다.

권나무 씨가 김해 재미난쌀롱에서 공연하는 모습. /김희곤 기자

둘은 대학 재학시절 밴드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

"용호 형은 진짜 자유로운 영혼 같았어요. 한번은 학교 내 길바닥에 쓰러져 있어서 무슨 일인가 하고 뛰어갔더니 잠을 자고 있더라고요. 저는 조금 보수적인 집안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정말 신기했어요. 저한테는 일종의 대리만족이었죠. 용호 형이 책도 정말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공이 쌓인 자유'가 부러웠고 저도 많이 따랐죠."

권 씨의 말에 옛 생각이 났는지, 조 씨는 웃음을 터뜨렸다.

권 씨와 조 씨는 여러모로 비슷했다. 진짜 음악에 대한 생각, 나아가고 싶은 방향, 가치관, 나름의 철학까지.

조용호 씨가 김해 재미난쌀롱에서 공연하는 모습. /김희곤 기자

"김해 문화의 전당 앞이나 연지공원에서 혼자 앉아서 공연을 자주 했어요. 하다보니까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생기고, 또 덕분에 더 힘을 얻어 내가 하고 싶은 노래들을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인디 가수는 듣는 사람과 공감을 나누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고 봐요. 일률적으로 누군가를 쫓아가는 음악이 아닌 나만의 색깔을 공유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죠."(권나무)

"오디션 프로그램이 없어져야 대한민국의 음악이 산다고 생각합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평가를 통해서 음악인을 주눅 들게 하고 다양한 재능의 싹을 잘라버리죠. 심사위원 3명이 앉아서 그들이 마치 음악은 이것이다 정의하고 규정하는 것. 그건 아니죠. 음악은 누군가의 특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의 평범한 것이었으면."(조용호)

음악에 대한 고민이 꽤 진지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래는 결코 무겁지만은 않았다.

사천의 한 바닷가에서 오프스테이지 뮤직비디오 촬영을 한 권나무(왼쪽) 씨와 조용호 씨./김기종 씨

창동은 옛날에 죽었고/댓거리도 망해 가는데/아이고 이게 뭐야 상남동에도 주말에 사람이 없다/길바닥은 얼어붙었고/사람들의 귀도 얼어붙었네/분수광장 모퉁이에 인디밴드여 슬픈 노래를 불러라/ - 조용호 '상남동'

실제로 들어보면 귀에 쏙쏙 들어온다. 가사전달력이 좋다. 멜로디도 쉽다. 자작곡임에도 낯선 느낌이 덜하다. 이들의 노래는 페이스북에서 '권나무가내수공업노래제작소' 또는 '오프스테이지 라이브'를 검색하면 들을 수 있다.

조용호 씨는 '상남동' 외에 아직 내세울 노래가 없다고 했다. 한동안 기타를 놓았었기 때문이다. 슬럼프였다. 자신감을 완전히 잃었었다. 힘을 내게 해준 것은 권나무 씨의 '무언의 배려'였다.

"경렬이가 지난해에 창원 몽크에서 단독 공연을 한다기에 오랜만에 얼굴도 보고 음악도 듣고 싶어 찾아갔죠. 그런데 공연 중간에 '형, 노래해요'라며 저한테 무대에 오르라는 거예요.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어요. 술에 약간 취해 두 곡을 불렀는데, 경렬이 마음 덕분에 다시 노래하게 됐죠. 앞으로 노래도 더 많이 만들고 더 열심히 해야죠."

대학 밴드에서 보컬로 활동하며 대중가요에 빠져있던 권 씨도 조 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자유로운 형이었잖아요. 밴드 동아리하면서도 혼자 구석에서 기타를 띵가띵가 거리면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고 있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게 뭔가 싶었죠. 나중에 '한번 들어볼래'하고 불러주는데, 아 이거다 하고 꽂혔어요. 형 덕분에 노래를 만들게 됐어요."

권 씨와 조 씨는 주거니 받거니 서로를 끌어줬다.

김해에서는 문화의 전당 앞 공터, 연지공원, 재미난쌀롱(카페)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창원에서는 창원대 앞 나이트트레인, 상남동 몽크 등에서 공연한다.

권 씨와 조 씨는 지난 22일 창원 상남동 재즈클럽 몽크에서 열린 '오프스테이지 라이브' 쇼케이스에 참가했다. 또 이날 김해 문화의 전당 옆 '재미난쌀롱' 카페에서도 공연했다. 공연에는 50여 명의 관객이 찾아와 카페를 가득 메웠는데, 2시간 동안 먼저 일어선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많이 찾아주세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면 더 기분 좋아요. 노래하러 갔는데 오~ 권나무다, 조용호다 알아보면 기분 좋잖아요. 그럼 더 신나고 공연도 더 잘되는 것 같아요."

지역에서 인디 가수로 활동한다고 하면 으레 수입은 어떠냐고 물어본다. 대부분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정도로 답한다. 그런데 이들의 답은 완전히 뜻밖이다.

자유로운 영혼인 줄만 알았던 이들은 초등학교 교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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