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진주시청불자회 총무 백숙자 씨

"수처작주, 역지사지를 생각하면 힘든 민원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진주시청 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백숙자(여·57·평생학습과 청소년수련관 담당·사진) 씨는 "수처작주, 역지사지라는 말을 생각하면 풀지 못할 민원이 없다"는 말부터 꺼냈다.

'수처작주(隨處作主)'는 '어디서든 주인이 되라'는 불가의 선구(禪句)다. 사람이 외물(外物)에 휘둘려 몸과 마음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며 모름지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부리는 주인이 되라는 의미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남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자는 말로 입장 바꿔 생각하자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진주시청 불교신자들의 모임 중 하나인 진주시청불자회는 2012년 생겼고 백 씨는 계속 총무를 맡고 있다. 진주시청불자회는 20여 명이 소속돼 있으며 두달에 한번 전통사찰을 순례하면서 불교 공부를 하고 있다.

   

백 씨는 "전통사찰 순례 때 스님들에게 법문을 듣는데 스님들은 한결같이 '공무원이 된 것만으로도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시민을 가족처럼 대하라'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을 자주 듣다 보니 저뿐 아니라 회원들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모두 공무원이어서 어느 부서에 있든지 민원인을 대하는 공통점이 있다. 문제가 많은 민원인을 대하거나 민원을 처리할 때 수행(修行)을 한다는 심정으로 처리한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처리하려고 노력하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고.

백 씨는 개인적으로 진주시선우회라는 불자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1박2일 일정으로 해인사를 찾아 예불하고 참선도 한다.

연초가 되면 정기적으로 3000배도 올린다. 백 씨는 "3000배를 하면 힘들다. 하지만 새로운 해를 시작하면서 기본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의미를 되새긴다. 우리의 마음은 흐트러졌다가 다잡기를 반복한다. 새로운 시작점에서 마음을 다잡으면 일 년은 탈 없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백 씨는 87년 공직 생활을 시작한 이후 주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했다. 그런 인연으로 지금도 매달 5곳의 시설과 단체에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한 곳당 2만~4만 원이라 적은 액수가 아니다.

백 씨는 "사회복지 업무를 오래하다 보니 하나 둘 늘어나 5곳이 됐다"며 "매달 통장에서 돈이 나갈 때는 많은 것 같은데 막상 연말정산 때 보면 액수가 적어 미안하다"고 쑥스러워했다.

"시설 운영자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은 한꺼번에 많은 액수를 후원하기보다는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말마다 시설을 방문하는 발길이 있어 지원이 많은 것 같지만 아직도 후원이 필요한 곳이 많다"고 백 씨는 강조했다.

백 씨는 10여 년 전에 출범한 진주시청 공무원 봉사동아리 '처음처럼'도 처음부터 꾸준하게 참여하고 있다.

'처음처럼'은 작년 12월 '2013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 시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처음처럼'은 인적 나눔, 물적 나눔, 생명 나눔, 희망 멘토링 등 4개 부문 중 인적 나눔의 자원봉사 분야에서 공적을 인정받았다.

'처음처럼'은 2003년 12월 진주시청 공무원들이 여가를 활용하여 소외된 이웃에 대한 봉사활동을 통해 회원 개개인의 자아를 실현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자발적으로 결성했다.

50명의 회원이 매월 정기적으로 노숙인 생활시설인 진주복지원에서 목욕봉사, 식당봉사, 말벗봉사 등을 하고 있으며 수시로 농촌일손돕기, 태풍피해가구 위문품 전달 등 봉사활동을 몸소 실천하는 순수 봉사단체이다. 백 씨는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요즘은 회비만 내고 있다. 앞으로 마음을 다잡아 봉사활동에도 나서야 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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