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송으로 당신은 학부모인지 부모인지 생각하게 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봤다.

방송을 보고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5살, 2살인 아이들을 키우고 있으니 아직 와 닿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앞으로 이 아이들에게 부모가 될 것인지 학부모가 될 것인지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어릴 때 우리 엄마는 "공부가 제일 쉽다"고 "이 쉬운 공부할 때가 제일 편한 건데 그걸 모른다"며 내가 항상 책상 앞에 앉아 있길 원했다. 책상 앞에 앉아야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고 얘기를 하면 "나중에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싶으면 어른들 말을 들으라"는 꾸중이 돌아왔다. "어려서 뭘 몰라 이렇게 편한 소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랐다.

당시에는 그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그래서 더 공부하기 싫을 때가 많았다. 성적이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난 계속 공부를 해야 했다.

그 싫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난 우리 아이에게 지금까지 공부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나이가 어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어린이집에 오갈 때도 "잘 놀다와", "오늘도 재밌게 놀았어?" 이렇게 매일 인사를 한다. 어린이집에 가서 뭔가를 배우고 돌아오기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놀이가 아니라 벌써부터 공부가 되어버리면 싫을 것 같아서다.

요즘엔 어린이집도 보육은 기본이고 영어, 체육, 발레, 과학, 수학, 한글 등 별의별 수업이 다 들어간다. 이 조그만 애들이 이걸 배운다고 알까 싶을 정도로 심하게 시키는 곳도 많다.

그렇게 여러 가지 시키는 걸 좋아하는 부모도 많은 게 사실이다. 어릴 때 기본기를 닦아놔야 커서도 잘한다는 것이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기 때부터 집에 선생님이 와서 학습지를 하고, 교구를 가지고 수업을 하고, 3살이 갓 지난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우리말도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이런 부모가, 이런 교육 기관들이 우리 주변엔 아주 많다.

5살인 우리 딸이 어린이집 다니는 거 외에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선 꼭 한마디씩 한다. "어느 집 애는 뭘 한다더라. 지금 그렇게 두면 안될 텐데. 다른 엄마들이 어떻게 하는지 봐라. 그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다."

솔직히 공부를 시켜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난 누가 옳고 그른지 모르겠다. 그냥 나 스스로 세운 목표! '난 공부시키는 학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이 소신을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고 중학교·고등학교 갈 때까지 스스로 흔들리지 않고 지킬 수 있을 것인지가 나에겐 더 중요하다. 왜냐면 지금도 주변 상황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다가 다시 돌아오길 반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함없는 건 아이도 나도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이 쉽지 어렵다. 마음잡기도 쉽지 않다. 차근차근 노력해 보려 한다. 학부모가 아닌 부모가 되기 위해서.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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