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양적·질적 성장 견인 박영빈 전 경남은행장 사의

지난 10일 박영빈 경남은행장이 경남은행 지역환원 실패에 책임지고 사퇴하면서 그가 회장직을 맡고 있던 경남메세나협의회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1년부터 메세나협의회를 이끌어 온 박 전 행장은 협의회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개인적으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취임 후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 열었을 뿐만 아니라 경남은행 본점 1층에 갤러리를 만들기도 했다. 협의회 내실을 다지는 데도 힘썼다. 양적인 면에서는 2011년 180개였던 회원사가 2013년 205개로, 결연팀은 60개에서 105개로 눈에 띄는 성장세를 이루었다. 많은 기업에 문화 경영이 자리 잡도록 하는 등 질적인 변화도 상당했다.

지난해 9월 25일 창원 인터내셔널호텔에서 열린 경남메세나협의회 2013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식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직무대행 체제 유력 = 2007년 경남메세나협의회 초대 회장은 정경득 경남은행장이었다. 제1차 준비위원회장을 맡은 그는 경남은행 주도로 법인 설립을 진행했다. 사무실(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경남은행 창원영업부 3층)도 무료로 제공했으며 실무진도 경남은행 관계자로 꾸렸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준비위원회 회원이었던 ㄱ씨는 "그때 당시 정경득 경남은행장이 경남메세나협의회를 이끌어 나가고 싶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현을 했다"면서 "흔쾌히 협의회 사무실과 인력을 지원해주는 등 처음부터 뒷받침을 많이 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남메세나협의회장은 경남은행장이 쭉 맡아 왔다.

메세나협의회 5대 회장인 박영빈(사진) 경남은행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경남은행은 정화영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을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메세나협의회장도 순식간에 공석이 됐다.

   

메세나협의회 관계자는 지난 16일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에서 "박영빈 행장이 메세나협의회장직도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정관에 따르면 회장이 유고 또는 사임 시 부회장이 그 임무를 대신하며 부회장 중 연장자 순으로 직무 대행을 맡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2013년 12월 24일 기준으로 부회장은 총 10명이다. 이 가운데 1946년생인 강태룡 ㈜센트랄 회장이 직무대행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세나협의회 관계자는 "2월 20일 정기총회 및 이사회 때 앞으로 어떻게 경남메세나협의회를 이끌어나갈 것인지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경제·문화계 우려의 목소리 = 박영빈 이후 메세나협의회는 한동안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인수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BS금융지주 주도든 아니면 상황이 급변해 새로운 쪽이 주도를 하든 새 행장이 임명되는 7월경 전까지는 리더 없는 항해를 계속해야 한다.

만일 예정대로 BS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을 인수한다고 해도 문제다. BS금융이 메세나협의회를 의욕적으로 이끌 마음이 있는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메세나협의회 부회장인 한철수 ㈜고려철강 대표이사는 "메세나가 상당한 위기에 처했다"면서 "박 행장이 문화 마인드도 좋고 잘 이끌어와서 누가 맡더라도 힘든 상황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박금숙 창원예총 회장은 "경남메세나협의회가 한국메세나협의회에 버금가는 활동을 해왔고 그렇게되기까지는 박영빈 회장의 희생과 봉사가 뒤따랐다. 그간 회원사가 상당히 늘어났는데 이는 분명 예술가나 예술단체에게 유익하게 작용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찬희 메세나협의회 부회장이자 경남오페라 단장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문화예술계 큰 사람을 잃었다"면서 "박 행장은 경남은행 임직원과 함께 서울로 뮤지컬, 오페라, 전시 등을 보러 가는 등 문화 식견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 경남은행이 생긴 이후 그런 일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누가 회장을 맡아야 되나 =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까지 메세나협의회장은 경남은행장이 맡아 왔다. 그 배경에는 △자금력(회장이 되면 연간 1억 원을 내야 한다) △경남 18개 시군을 끌어들이는 흡입력 △은행과 기업의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문화계 인사는 "금융권이 회장사가 되면 결연사를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기업체를 회원사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면서 "특정 지역에 연고를 둔 일개 기업의 회장이 맡으면 결연을 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철수 ㈜고려철강 대표이사도 "도내에서 연간 1억 원을 회비로 낼 수 있는 기업이 별로 없다"면서 "회원사를 확장하고 영향력을 넓힐 수 있는 곳은 금융권밖에 없다"고 전했다.

자금력만 있다고 메세나협의회장으로 적격은 아니다.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 추진력도 있어야 한다.

정찬희 경남오페라 단장은 "전문가는 아니어도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가 없으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공병철 경남예총 회장도 "예술인과 단체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조금씩 예술 활동을 펼칠 수 있던 데는 메세나협의회의 역할이 컸다"면서 "회장으로 누가 오든 이전 못지않은 지원과 활동을 해줬으면 하고 특히 예술에 대한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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