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조영길-이은미 부부

이 부부에게 둘 관계를 지탱해준 큰 버팀목은 '남자의 정성'이었다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창원에 사는 조영길(30)·이은미(30) 부부는 4년 연애 후 지난해 12월 15일 결혼했다. 길다면 꽤 긴 연애기간이었지만 데이트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은미 씨가 공부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은미 씨는 4년 전부터 낮에는 직장 일을, 밤에는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를 했다. 매일 저녁 학원에 가면 밤 11시나 되어야 마쳤다. 영길 씨는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다. 퇴근 후 매일 밤 학원 앞에서 기다렸다가 집까지 바래다줬다. 영길 씨도 그렇게 하고 집에 들어오면 밤 12시를 훌쩍 넘는데도 말이다.

"데이트할 시간이 별로 없었죠. 주말에 잠깐 만나 차 마시고, 영화 보는 정도였어요. 여행도 별로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섭섭함보다는 안쓰러운 마음이 컸죠. 일과 공부를 병행하느라, 특히 시험에 몇 번 떨어져 힘들어했거든요. 그래서 매일 집에 데려다 주면서 얼굴도 보고, 위안이 되려 한 거죠."

영길 씨 정성 덕분일까. 은미 씨는 결혼을 앞두고 마침내 자격증을 땄다. 이제 영길 씨가 "내가 잘해서 붙은 것"이라고 생색내도, 은미 씨는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사실 영길 씨 정성은 첫 만남에서 이미 시작됐다.

"소개팅을 통해 만났어요. 그 자리에서 이미 은미한테 완전히 반했어요. 대화를 조금 나눠보니 참 착하다는 느낌이 전해왔어요. 성격도 아주 털털하고 말이죠."

   

이때부터 영길 씨는 작정하고 은미 씨를 따라다녔다. 소개팅 다음날부터 매일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은미 씨 회사 앞으로 향했다.

영길 씨에 대한 은미 씨 첫 느낌은 '촌스럽다'였다. 소개팅 때 영길 씨는 와이셔츠를 통 청바지에 집어넣고 운동화를 신은 복장이었다. 나름 신경 쓴 것인데도 은미 씨 눈에는 그리 호감 있게 비치지 않았다. 그래도 은미 씨는 순수하고 착해 보이는 영길 씨가 싫지 않았다.

영길 씨는 매일 저녁 회사 앞을 찾았다. 나름 자신 있었지만 그래도 일주일 만에 사귀게 될 줄은 자신도 몰랐다.

그렇게 시작된 연애가 4년간 이어지면서 싸운 일은 딱 한 번이라고 한다. 영길 씨 설명이다.

"좀 서운한 일이 있어도 서로, 특히 제가 양보를 많이 하죠. 한 번 다툰 일이 있죠. 데이트 약속을 하고 집으로 데리러 갔어요. 그런데 두 시간을 기다려도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저도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에 전화가 왔더라고요. 집에 갑자기 사정이 생겨서 연락할 정신이 없었다고 하데요. 그때 좀 다투기는 했지만, 그것도 금방 풀었습니다."

영길 씨는 결혼을 좀 일찍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한때 어른들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그 기간이 꽤 길어 힘들 법도 했지만, 영길 씨는 은미 씨 손을 꼭 붙잡고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승낙을 얻을 수 있었다.

   

영길 씨는 결혼 승낙을 얻자마자 자신의 경제권을 은미 씨에게 일임했다. 용돈생활을 자청한 것이다.

"프러포즈할 때 돈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작은 선물과 꽃다발로 약소하게 했어요. 와이프는 '반지도 없이 너무 싸게 넘어가는 것 아니냐'며 핀잔을 주더군요. 무슨 생각으로 경제권을 다 넘겼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실수한 것 같아요."

이제 막 한 달 된 부부. 연애 때 보이지 않던 단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영길 씨 불만이다.

"제가 정리정돈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새집이라 좀 깨끗이 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그런데 와이프는 집에 들어오면 옷을 걸어두지 않고, 그냥 바닥에 팽개치고 그래요. 택배 같은 것 오면 포장상자는 뜯은 채로 그대로 두기도 하고 말이죠. 이런 얘기를 꺼내면 잔소리한다고 핀잔만 하죠.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은미 씨 불만이다.

"잠을 너무 일찍 자요. 밤에 TV도 같이 보면서 얘기도 나누면 좋을 텐데 10시만 되면 혼자 자러 방에 들어가요. 이제는 일주일에 드라마·예능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같이 보려고 노력하니 다행이네요."

둘은 또 다른 생각의 차이가 있다. 2세 계획이다.

"저는 둘 정도 낳고 싶은데, 와이프는 4명을 낳겠다고 아예 어른들께 공표해 버렸어요. 음…. 앞날이 좀 걱정되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와이프 원하는 대로 따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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