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63) 하동 해들농원 김태형 대표

달디 달았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어린 장금이가 앙증맞은 입으로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하였사온데…'를 읊조리는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 왜 궁중 음식에 단맛을 내기 위해 홍시를 넣었는지 입으로 이해하게 됐다.

그 달콤한 홍시를 물러지기 전에 말리니 단맛이 더욱 응축된 듯하다.

하동에서 홍시를 만드는 대봉감으로 곶감을 만드는 해들농원 김태형(46) 대표는 판매 기간이 짧은 대봉감을 설 명절 선물용으로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곶감 생산에 눈을 돌리게 됐다.

김 대표는 내달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아들 기명(22) 씨에게 우리 농업과 해들농원, 그리고 하동친환경영농조합법인의 미래를 걸고 있다.

◇대봉감의 부가가치를 높여라 = 처음 귀농해 배를 키웠던 김 대표. 하지만 친환경으로 배를 재배하기는 너무 힘이 들었다. 배와 함께 매실도 키웠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었다. 임차 농지에 작목 전환을 통해 매실 재배 규모를 늘려 갔다.

그런데 매실은 대부분 봄에 수확하기 때문에 매출이 상반기에 집중된다. 그래서 작업량을 분산하고 매출도 효과적으로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작목을 찾다 대봉감을 선택했다.

하동 해들농원 김태형 대표는 11월 초 수확이 마무리되는 대봉감으로 곶감을 만들어 판매시기도 조절하고 부가가치도 높였다. /이원정 기자

"대봉감은 11월 초면 수확이 마무리됩니다. 그러니 시기적으로 추석 특수도, 설 특수도 누리지 못하죠. 명절 대목에 소득 창출을 하려면 곶감을 만들어 판매 시기도 조절하고 부가가치도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동군이 부자 농촌을 만들기 위해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천부농 만부촌 정책에 우리 곶감이 일조했을 겁니다."

대봉감은 당도가 높다. 김 대표에 따르면 생감이 23브릭스 정도의 당도를 보이고, 이것을 말리면 35~40브릭스 정도의 곶감이 탄생한다고 했다. 문제는 색깔이었다. "당도가 높아서 말리는 과정에서 변색이 많이 됩니다. 시커멓게 변해버리면 소비자들이 꺼립니다. 또 감을 주물러 모양을 잡지 않고 그대로 건조하니 떫은 맛이 일부 남아있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찾는 맛좋은 대봉 곶감을 만들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했다.

김 대표가 떫은 맛 제거를 위해 선택한 것은 매실액이었다. 매실 농사도 함께 짓고 있으니 매실은 풍부했다. 상품으로 팔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특허를 받은 '매실액을 이용한 감 떫은맛 제거' 방법이다.

"반건시는 약간 떫은맛이 있는데, 이를 없애려면 많이 건조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식감이 떨어지죠.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매실 원액을 활용합니다.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당절임을 한 매실진액 말고 매실에서 그대로 추출한 원액을 감에 분무하면 '산'이 침투해 떫은맛도 분해하고 살균 효과도 있습니다."

김 대표는 올해 곶감을 소량만 만들고 있다. 곶감건조장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과다 출하 걱정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감 수확량이 적었다. 날씨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6만 개를 생산했지만, 올해는 생과로 대부분 판매하고 곶감은 1만 개만 건조하고 있다.

◇친환경 생산에 눈뜨다 = 김해에서 기계설계 등의 일을 하던 김 대표는 1995년 귀향하게 됐다.

"귀농해서 농협에 대출을 받으러 갔습니다. 당시 농협군지부 과장이 농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 사람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걸 계기로 친환경 자연 농업을 접하고는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런데 농사가 잘 지어지지 않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찾은 것이 저농약 재배였다. 그러면서 서서히 무농약으로 바꿔갔다.

"처음에는 수확해도 생협에서조차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모양이나 품질이 떨어졌거든요. 아무도 안 가져갔어요. 어쩔 수 없이 배즙 등으로 가공해서 인터넷에서 팔려니 식품 허가가 없어 벌금도 물었습니다.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허허."

   

조금씩 배나무를 베고 매실로 전환해갔다. 결국 배나무는 7년 전 마지막으로 베어 버렸다.

현재 매실 4만㎡(1만 2000평), 감을 5000㎡(1500평)에서 키운다. 김 대표는 임차 농지를 줄이면서 공장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다. 물량은 법인 회원이나 지역 농민들의 수확물로 함께 충당한다.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운영 체계를 정비한 것이다.

"공장은 5년쯤 전에 7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매실 공동출하 선과장으로 시작했는데, 매실 철이 지나면 여유가 있으니까 감이나 곶감은 물론 생협 등과 협정을 맺어 이곳에서 유자 등도 선별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배가 들어와서 출하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취급 품목을 늘림으로써 1년에 매실 철 두 달 가동할 공장을 10개월 가동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생산자 조직 결성 = 친환경 생산품을 유기농 매장 등에 납품하기 시작한 김 대표는 점차 업체 측 요구 물량이 많아지면서 생산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1.5t으로 시작한 것이 3t이 되고, 30t이 됐습니다. 혼자 물량을 감당하기 벅차 작목반을 만들어 5~6년 운영하다, 그것으로도 안 돼서 행정 지원을 받아 법인을 만들었습니다. 2007년 하동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공동생산, 공동출하, 공동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30 농가가 매실과 감, 배 등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 친환경 매실 출하량만 220~230t에 이른다.

"친환경 재배는 단순히 농약을 안 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천초목을 살리는 일입니다. 환경 지킴이 역할이죠. 그만큼 자부심이 강합니다. 하동의 매실 생산량은 다른 지역에 비해 뒤지지만, 한 조사에 따르면 친환경 매실 인지도는 전국 1위로 나왔습니다. 2000년 당시 친환경 개념도 잘 없을 때 인증을 받아 수도권에 매실을 공급했습니다. 그게 10여 년 이어지면서 인정받고 있는 겁니다."

3~5명이 뜻을 모으던 것이 법인 회원만 30명이 됐고, 인근에 다른 법인들도 생겨났다.

"혼자 생산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불어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규모화가 가능하고 그만큼 인지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아들에게 거는 미래 = 김 대표는 아들의 대학 졸업을 부푼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아들이 오면 농장 규모를 늘릴 생각이다. "농업인이 아무리 많아도 중간에서 조율하고 운영을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아들이 예전부터 나름대로 잘했어요. 농수산대학도 전체 수석으로 들어갔습니다. 차후에는 모든 일을 아들 중심으로 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계획은 2가지다. 법인체 운영을 잘하는 것. 그리고 로컬푸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하동의 청정 이미지와 안전하게 키운 농산물을 결합해 향우회나 인근 도시민을 공략하면 생산자와 소비자는 꾸준한 판로 확보와 좋은 먹거리 구입이라는 상호 윈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누군가는 농업을 이끌어 가고 책임져야 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지만, 내 자식만은 힘든 농사일을 하면 안 된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 농업을 위해서는 내 자식 같은 인재가 와서 살피고 움직여야 합니다. 그래야 소외받지 않는 농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젊고 유능한 인재가 지역에서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과 공조하면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

<추천이유> 

◇임종우 하동군농업기술센터 과수특작담당 = 해들농원 김태형 대표는 하동친환경영농조합법인을 결성해 8년동안 운영하면서 회원수 30호, 매실량 250t, 매출금액 10억 원으로 신장시킨 강한 의지와 투철한 사명감, 신념으로 법인을 이끌어가는 젊은 농업 CEO입니다. 하동매실의 친환경 유통을 위해 아이쿱생협, 한살림생협, 두레생협 등과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다른 생협들과 추가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남영농현장모니터회 사무국장으로 재임하면서 풍부한 경영마인드와 유통마케팅 등을 회원간 공유해 타의 귀감이 되었습니다. 또한 매실액을 이용한 곶감제조기술을 특허출원 함으로써 매실소비와 지역특산품인 대봉곶감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한 젊은 강소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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