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김해문화재단 '꼬마작곡가' 교육 현장

음악으로 표현하고 이야기 나누는 아이들. 지난 11일 김해문화의전당 연습실에서 10주 간의 교육을 끝으로 생애 처음 자작곡을 완성한 '꼬마작곡가'들을 만났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진행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협력 프로그램'인 꼬마작곡가 교육에는 초등학교 3∼6학년생 24명이 참여하고 있다.

진흥원은 지난 2012년 '주 5일 수업제' 도입에 따라 주말 문화예술 교육 참여 기회를 제공하고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꼬마작곡가 예술 교육 사업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 중 하나로 김해, 대전, 하남, 익산 4곳에서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주관 기관으로 선정된 김해문화재단은 곧바로 참가자 모집에 들어가 24명의 꼬마작곡가 중 75%인 18명을 소외계층 아동으로 구성했다. 꼬마작곡가 예술교육 사업은 소외계층 아동 50% 이상 참여를 원칙으로 한다.

작곡을 전공한 강예진·윤지현·장하라 강사 3명은 지난해 11월 9일부터 매주 토요일 3시간씩 음악으로 아이들과 소통해왔다.

오전반과 오후반 각 12명씩 매주 3시간씩 열정을 다한 아이들은 이날 곡을 완성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친구들과 작별해야 하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11일 김해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협력 프로그램 마지막 10주차 교육 중인 아이들. /박정연 기자

연습실 한구석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선빈(11)이는 "끝나면 형·누나들도 못보고, 선생님도 떠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은 선빈이는 자신의 감정을 입 밖으로 잘 표현하지 않았다. '기다려야 한다'는 교육 원칙에 따라 강사들은 놀이를 통해 손을 잡고 안으며 아이들을 보듬었다.

'거북이의 하루'라는 곡을 완성한 선빈이는 친구가 이사 가기 전 함께 친구 집에서 거북이를 보면서 놀던 시간을 떠올리며 "엉금엉금 걷는 거북이는 느리게 물에서 헤엄치는 거북이는 점점 빠르게 (곡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론 위주 교육이 아닌 놀이 형태로 진행되는 작곡 프로그램은 발구르기로 박자감을 익힌다. 도미솔 으뜸화음을 귀로 듣지만 아이들은 으뜸화음이란 이름을 배우지 않는다. 선생님이 음을 들려주면 아이들이 서로 생각을 말한다. 샘물이 솟아나는 느낌 같다고 말하면 '샘물화음'이라 이름 붙인다.

'희망'이라는 곡을 완성하고 발표회 때 읽을 곡 소개문을 쓰고 있는 엄우용(12) 군. /박정연 기자

선생님 이상으로 아이들을 잘 이끄는 맏언니 여은(13)이는 작곡가가 꿈이 됐다고 했다.

"학교에 있는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악기 연주는 해봤어도 제 마음대로 음악을 만들어 보는 건 처음이에요. 앞으로 작곡가가 될 거예요."

이미 작곡가가 된 여은이는 '세계인들의 평화 행진'이라는 34마디 악보를 보여주며 "전쟁 하면 생각나는 미국, 중국, 한국, 아프리카의 슬픔을 썼다. 끝에는 모두 평화롭게 행진하는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에게 음계나 화음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생각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등장시킬 악기를 선택해 빠르기나 느낌을 말하면 강사의 도움으로 악보가 완성된다.

윤지현 강사는 "오선지 위에 음표를 그리는 방식이 아니다. 노래를 불러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새가 노래하는 걸 자신의 육성으로 노래하며, 플루트로 시작해 바이올린, 호른, 가야금 등을 생각나는 대로 불러들인다."

황유빈(11) 양이 작곡한 '새들의 연주회' 악보. /박정연 기자

아이들은 3주에 걸쳐 강의에 초대된 악기 연주자를 통해 각 악기가 내는 소리를 느낌으로 알고 있다. 아이들은 이미 만났던 연주자가 곡의 어느 부분에 등장하는지도 안다.

손민지 김해문화재단 담당자는 "작곡가 교육은 좋은 곡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곡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시범적으로 운영된 사업이지만 앞으로도 지속돼 더욱 많은 아이가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사업은 재단 행정지원팀 내에서 기획해 이루어졌지만 올해 문화정책팀이 꾸려지는 대로 기획 사업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며 "공연이나 대관 사업이 재단의 기본이 되겠지만, 지역 주민·아동·청소년들의 음악적 소양을 발견하는 사업도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피아노를 전공한 손민지 씨는 직접 작곡 교육을 하지는 않지만, 연습실마다 돌면서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등 보조 강사 역할까지 도맡고 있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 오후반 마지막 수업 내내 놀이하듯 곡을 마무리 짓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유분방함 자체였다.

다가오는 25일 오전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는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꼬마작곡가 결과 발표회'가 열린다. 24명 아이들의 모든 곡이 울려 퍼지는 발표회에는 가족들과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김해문화재단 관계자가 함께한다.

다음 달 5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리는 최종 결과발표회에서는 한국을 내한하는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일부 단원들이 참석해 아이들이 작곡한 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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