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신현직(30)·차현아(30) 부부

창원에 신혼살림을 꾸린 신현직(30)·차현아(30) 부부는 직장 동료로 만나 1년 6개월 연애 끝에 지난해 12월 8일 결혼했다.

결혼한 지 이제 한 달 된 부부는 '깨 볶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현직 씨 카카오톡(스마트폰 메신저) 첫 화면에는 '내 인생 최고의 선물 우리 마눌아♥'라는 문구가 담겨 있다. 그는 "아직 아내 단점을 찾지 못 했어요"라고 말한다.

현직 씨는 2012년 3월 자동차 부품회사에 입사했다. 같은 팀 현아 씨는 1년 먼저 들어온 회사 선배였다. 하지만 동갑내기 둘은 선·후배 아닌 친구처럼 지냈다.

"같이 일하는 팀에 동갑은 둘밖에 없어 자연스레 친해졌어요. 회사에서 받는 이런저런 고충을 스스럼없이 터놓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죠. 사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누게 되었는데, 뭐랄까, 말이 참 잘 통했어요. 대화 코드가 잘 맞았던 거죠."

서로 자연스레 이성적인 감정을 느꼈다. 먼저 현직 씨가 마음을 털어놓았다.

"제가 말을 꺼냈죠. 그런데 처음에 튕기더라고요. 일주일 정도 시간을 달라면서 말이죠. 저는 '7일은 너무 길고, 3일 안에 답해라'고 했죠. 마침내 답이 왔는데 '그냥 지금처럼 지내자'고 하데요. 저도 일단은 '알겠다'고 했죠."

   

현직 씨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마음을 가다듬은 후 다시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현아 씨가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사내 연애가 시작됐다. 몇 달 지나지 않아 주변에서 둘 관계를 눈치 챘다. 하지만 이미 선배들 중에 사내연애 후 결혼한 사례가 종종 있었다. 같이 휴가 내려면 주변 눈치를 봐야 하는 것 외에는 그리 불편할 일은 없었다.

연애한 지 1년을 넘기면서 둘은 조금씩 결혼을 머릿속에 그리기 시작했다.

"현아가 평소 이런 말을 자주 해요. 계산할 때 '보이는 돈은 남자가 내고, 보이지 않는 돈은 여자가 내야 한다'고 말이죠. 사람들 있을 때 몰래 카드를 주면서 계산은 제가 하게 하죠. 그렇게 남자 기를 살려주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정도로 내조 잘하는 여자라면 결혼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현직 씨는 곧바로 청혼 준비에 들어갔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인데, 재밌는 우연이 있었다. 친형과 같은 장소에서 프러포즈를 한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프러포즈 전문 이벤트 회사' 힘을 빌렸죠. 이벤트 회사에서 통째로 꾸며놓은 오피스텔에 가서 프러포즈를 했어요. 물론 현아는 감동받아 눈물을 펑펑 쏟았죠. 하하하. 그런데 나중에 형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프러포즈 얘기가 나왔어요. 저는 이벤트회사를 통해 했다고 하니, 형도 그랬데요. 알고 보니 같은 이벤트회사였고, 장소도 똑같았어요. 둘이 껄껄껄하고 한바탕 웃을 수밖에 없었죠."

둘은 애초 계획보다 몇 달 앞당겨 결혼했다. 주위에서는 '속도위반 아니냐'며 의심했다. 신혼집이 좀 일찍 구해지는 바람에 놀려두기 아까워 결혼을 서둘러 진행했지만, 여전히 주변에서는 묘한 미소를 흘린다.

결혼 준비를 좀 서두른다고 힘들기는 했다. 둘이 지금껏 함께한 시간 속에서 가장 고비라면 고비였던 순간이다. 바꿔 말해 남들처럼 '이별 위기' 같은 큰 풍파는 겪지 않았다.

현직 씨는 결혼 전부터 이미 '여보야'라는 호칭을 썼다. 현아 씨는 '자기야'라고 부른다. 닭살스러울 남들 앞에서는 자제하려 하지만, 불쑥불쑥 입에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이제는 남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한다.

평소 애정 표현을 잘하는 현직 씨다. 현아 씨를 향한 메시지를 빠트리지 않는다.

'결혼한 지 이제 한 달밖에 안 돼 아직 서툰 점이 많지만, 앞으로 더 노력할게. 죽을 때까지 지금처럼 예쁘게 살아가자. 사랑해 여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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