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채현국 이사장이 이끄는 양산 개운중·효암고 살펴보니

새해 아침 채현국(79) 효암학원 이사장의 울림은 컸다. 지난 4일 〈한겨레〉에 실린 그의 인터뷰 기사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면서 SNS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어 그의 삶을 조명하는 언론기사들도 쏟아져 나왔다. 그가 이사장으로 몸담고 있는 양산 개운중학교와 효암고등학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시대의 스승'이라고 존경받는 그의 교육철학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을까?

먼저 주목할 점은 두 학교 모두 신입생 경쟁률이 높다는 데 있다. 개운중학교는 매년 평균 모집 정원의 1.7배 이상 지원하고 효암고등학교도 지역에서 지원 1순위로 꼽힌다. 특히 자율학교인 효암고는 양산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입학을 희망하고 있다.

이렇게 선호학교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지역사회에서 오래된 사립재단이지만 '사립학교의 편견을 깨뜨렸다'라는 평가와 맞물린다.

박종현 개운중학교 교장과 임명순 효암고등학교 교장은 사립재단인 효암학원의 친인척과 거리가 멀다. 사립재단 가족끼리 교장과 교감을 주로 맡는 여타 사립학교와 달리 두 학교는 모두 교사가 자체승진해 관리직을 맡고, 교장이 임기를 마치면 일선 교사로 다시 교단에 선다는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9월에는 효암고 류경렬 교장이 평교사로 자리를 옮겼다.

전교조 활동이 활발한 교사가 교장으로 초빙되어 오기도 한다. 그래서 자산 불리기로 변질하는 사립재단과 다른 행보를 보인다. 하지만 모든 교사가 전교조 회원은 아니다. 교원의 3분의 1 정도다.

효암고 입구 '쓴맛이 사는 맛' 글귀가 새겨진 돌. /디지털양산문화대전

두 학교를 바라보는 공통적인 시각은 대안교육 특징이 짙고 노작 교육을 펼친다는 것이다. 노작 교육(勞作敎育)이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들이 작업을 통하여 스스로 익히고 깨치게 하는 교육'을 뜻한다.

학생들이 교과목 이외 여러 활동에 끼를 발산하고 직접 일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고단함과 보람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다. 개운중학교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이 정규화되기 이전부터 특별활동을 활성화했고, 효암고는 학생들이 직접 꾸린 동아리가 전통이 깊다.

박한승 개운중 교사는 "중학교는 의무교육이라 교과활동이 다른 학교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특별활동은 말 그대로 특별하다.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일을 찾도록 교사와 학생들은 캠프를 자주 떠난다. 축제도 시시하지 않다. 1박 2일로 '거창'하다. 또 학생회도 명목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운영된다. 효암고는 동아리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30개 정도가 아주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효암고는 지난해 교육과정을 계획하며 학생자치활동 활성화·동아리 활동 시간 보장 등을 통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장했다고 자평했다. 또 예·체능 중심 기능 향상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건강과 창의성을 함양해 기숙형고교의 위상을 정립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74년 인문계 사립 고등학교로 출발한 효암고는 실업 계열과 종합고등학교를 거쳐 2007년 자율학교로 선정됐다. 2009년에는 사교육 없는 학교, 2011년은 기숙형 고등학교로 선정됐다.

양산교육지원청 한 장학사는 "두 학교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모든 사업을 펼치려고 해 인상적이다. 그만큼 학교가 적극적이며 전학생이 없는 것도 특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채현국 이사장에 대해 "지역에서 훌륭한 분이라고 칭송받는다. 몇 번 뵈었는데 소탈한 사람이더라"고 했다.

채 이사장의 교육철학은 9일 열리는 졸업식에서 빛을 발한다. 보통 2월에 치러지는 것과 다르게 효암고는 다른 학교보다 한 달가량 이른 1월 초에 졸업식을 진행한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38회 졸업식이 열린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시작된다. 이는 대학 입학을 앞둔 졸업생들이 허송세월하지 말고 각자 앞날을 책임지라는 그의 뜻이다.

김구·테레사 수녀 등 위인들의 사진이 걸린 효암고 강당. /효암고

효암학원에서 근무한 전교조 경남지부 전희영 수석부지부장은 "학생들에게 학벌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친다. 상 받는 학생을 칭찬하되 상을 받지 못한 학생들 덕이라는 것도 함께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사람이 먼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효암인이 그렇다. 자기 잘하는 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직접 부딪쳐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힘을 들여 부지런해야 하는 노작 교육이 그것이다"고 말했다.

효암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눈에 띄는 글이 있다. "재학생들은 오늘 바쁘게 하루를 보내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효암인에게는 익숙한 쓴맛이 사는 맛." 학교 입구에 떡하니 놓인 돌에 새겨진 말이다. '쓴맛이 사는 맛'은 채 이사장이 생각해 낸 것이다. 그는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정원을 손질하고 학생들을 지도한다. 그가 누군지 전교생이 다 안다.

박 교사는 "학교에 정말 자주 나타난다. 관심이 많다. 학교 일에 일일이 간섭한다고 볼 수 있지만 열정이 많은 거다. 워낙 자주 나와 있고 지나가는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가끔 호통도 치니 누군지 다 안다"고 했다.

효암학원은 2014년을 새롭게 준비한다. 올해는 학교법인 효암학원(당시 웅상학원)이 61돌을 맞는 해다. 산청군 지리산에 숲 학교를 세우고 교내에 공자어학당을 건립해 중국어 교육에 힘쓸 계획이다.

효암학원 교사들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려고 애쓰는 학교라고 입을 모으며 '미래의 스승'을 키우는 데 매진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