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경남도 문화예산 축소 논란

올해 경남도 예산 규모는 6조 6143억 원으로 전년보다 6.6% 증액됐다. 이 중 문화체육관광국 예산은 지난해보다 318억 원이 줄어든 1745억 원이다. 전년 대비 문화예술과는 45억 원이 삭감된 669억 원, 관광진흥과는 309억 원이 삭감된 532억 원, 도립미술관은 2억 3000만 원이 삭감된 29억 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 예산은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하드웨어 구축 예산으로 소프트웨어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선 강한 우려·비판과 함께,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낮았는데… = 지난해 11월 조우성(새누리당) 도의원이 경남도로부터 제출받은 '문화예술 및 문화재 예산 타시도 비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전체 예산 중 문화예술 분야 예산 비율은 0.64%로 전국 16개 시도 중 하위 3위를 기록했다. 도 문화예술 예산 삭감에 문화예술계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4년 경남문화관광체육국 주요 업무 계획을 보면 "콘텐츠 산업이 창조경제 실현의 핵심으로 부상한 만큼 지역문화 자원을 활용해 관광, 교육,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산업화를 하겠다", "영상 및 만화·애니메이션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겠다" 등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경남 문화콘텐츠산업 기반 구축 및 활성화' 예산은 전년도보다 3억 원이 줄어들었다. 영상산업 기반 구축을 위한 경남영상위원회 운영 지원비 3억 원은 전액 삭감되기까지 했다. 영상위가 문화예술 관련 출자·출연기관 통폐합에 참여하지 않아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이는 주요 업무 계획에 역행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전태섭 영상위 사무국장은 "올해 창원시와 경남도의 지원이 다 끊겼다. 보조금이 아닌 회원의 회비로 운영하게 된 만큼 영상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부터 창원미술협회가 해마다 추진해왔던 '아시아미술제'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 전년 대비 시비 1000만 원, 도비 1000만 원이 삭감됐다.

이강민 창원미술협회장은 "이름에 걸맞은 미술제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많은 지방자지단체가 소위 문화도시를 표명하고 있지만 경제가 어려우면 문화 예산을 제일 먼저 줄이는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창원미술협회가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온 '아시아미술제'가 예산 2000만 원이 삭감돼 존폐 위기에 몰렸다. /경남도민일보 DB

◇지자체 재정난 문화계에 불똥 = 기초자치단체의 문화 예산은 중앙정부의 국고나 기금, 상위 광역자치단체의 예산 지원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그 규모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지자체들은 재정난을 겪으면 문화 예산을 가장 먼저 삭감한다. 문화예술 단체나 예술인의 타격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김미윤 경남문학관장은 "예술단체가 스스로 예산을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나 도 예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면서 "문화 예산이 줄어들면 예술·창작 활동에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각가인 황무현 마산대학 교수도 "재정이 어려우면 문화 예산이 삭감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왔다"면서 "시나 도가 예산을 주면서 예술인에게 생색을 내고, 예산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며 예술인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원이 줄어든 문화예술계는 당장 수익 창출 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한 미술관 관계자는 "문화 예산이 줄어든다고 해서 도나 시를 탓할 수는 없다"면서 "예술인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창원미술협회가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온 '아시아미술제'가 예산 2000만 원이 삭감돼 존폐 위기에 몰렸다. /경남도민일보 DB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GDP 규모는 세계 11위 수준이나, 국민들의 삶의 질 수준은 그에 비해 낮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작성하는 사회적 지표 중 하나인 삶의 만족도(life satisfaction)에서 한국은 34개 회원국 중 27위(2008년 기준)를 기록했다.

삶의 질의 수준은 문화 향유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지자체는 물론 전 사회가 숙고해야 봐야 할 수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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