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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돌담길 가득 채운 '할머니 집' 냄새

[바람난 주말] (98) 산청 남사예담촌·목면시배유지

최규정 기자 gjchoi@idomin.com 2014년 01월 03일 금요일

시작이라는 설렘으로 살짝 달떴던 마음도 이젠 일상으로 돌려야 할 때다.

흙과 돌로 빚어낸 돌담길. 그 속에 숨으면 왠지 매섭게 느껴지던 찬바람도 조금은 온기를 품어 볼을 감쌀 것만 같다.

고즈넉한 담장과 고풍스러운 고택과 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상그럽던 머릿속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발걸음에 무념무상의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지리산 초입에 자리 잡은 남사예담촌(산청군 단성면 지리산대로 2919번길 7-13).

'경북은 안동 하회, 경남은 산청 남사'라는 말이 있다. 경남 하면 산청 남사마을이라고 할 정도로 옛날부터 그 명성이 자자했단다.

   
  고가  

쌍룡이 서로 맞물려 원을 그린다는 쌍룡 교구의 명당 자리인 이곳은 20세기 초반 세워진 40여 채의 기와집이 흙담길을 따라 미로처럼 이어진다.

성주 이씨, 밀양 박씨, 진양 하씨가 주류를 이루는 이 마을은 수백 년 동안 많은 과거 급제자를 배출했단다. 최재기 가옥을 중심으로 성주 이씨의 종가인 이상택 가옥, 대단한 규모의 사랑채인 사양정사가 자리하는 연일 정씨 가옥 등이 있다.

   
  물레방아  

이런저런 안내문들을 뒤로한 채 마냥 걷기로 했다.

담벼락 마른 넝쿨 가지가 겨울의 스산함을 전해준다. 하지만 감나무에 굳건히 매달린 넉넉한 까치밥들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진다.

수백 년을 버텨온 고목과 담장이 조화를 이뤄 참으로 정겹다.

웅장한 물소리를 내며 힘차게 돌아가는 물레방아를 지나 남사예담촌의 상징이 되어버린 ×자형 회화나무 골목 입구에 서면 이씨 고가를 만날 수 있다.

2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데 대문으로 들어가면 그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사랑채와 안채 등이 견고히 자리하고 있다.

   
  ×자형 회화나무  

그곳을 빠져나와 또다시 걸었다. 골목이 끝나는 곳에서 또다시 골목이 시작된다.

누군가 골목에서 발목 높이까지 쌓인 낙엽을 그러모으고 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던 길에 느꼈던, 몸이 기억하는 시골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높고 튼튼한 대문이 버티는 최씨 고가 입구에는 오롯이 굵은 가지로 겨울을 나는 나무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최씨 고가는 전통적인 남부 지방의 사대부 한옥을 그대로 보여준다. 안채를 중심으로 사랑채와 익랑채가 ㅁ자형으로 배치돼 있다. 남사마을의 가옥들은 주민들이 살고 있는 살림집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을은 남사예담촌이란 이름으로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숙박 시설로 이용되는 전통가옥에서 잠을 잘 수도 있고, 다도 교육, 서당 체험 등의 예절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삼굿놀이, 회화나무 염색, 벌꿀 따기 등 계절별 다양한 농촌 체험의 기회도 마련해 놓았다.

마침 오늘(3일)부터 5일까지 산청군 시천면 천평리 산청곶감유통센터 일원에서는 제7회 지리산 산청곶감축제가 열린다.

축제를 찾았다면 남사예담촌에도 꼭 한번 들러 겨울 돌담길을 걸어보길.

   
  돌담길  

◇남사예담촌 문화재 지정현황

△남서 옛마을 담장 : 등록 문화재 제281호 △남사리 최씨 고가 : 문화재자료 제117호 △남사리 이씨 고가 : 문화재자료 제118호 △이제개국공신교서 : 보물 제1294호 △면우 곽종석 유적 : 문화재자료 제196호 △이사재 : 문화재자료 제328호 △남사리 사양정사 : 문화재자료 제453호 △사월리 장수 황씨 묘비 및 문인석 : 문화재자료 제403호 △배산서원 : 문화재자료 제51호.

◇목면 시배유지도 '볼거리'

남사예담촌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목면시배유지'도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곳이다.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106-1번지에 자리한 목면시배유지는 삼우당 문익점이 처음 목화 재배를 시작한 곳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문익점은 1363년(공민왕 12년) 서장관의 자격으로 원나라 사신 일행으로 갔다가 돌아오면서 목면 종자를 붓두껍 속에 넣어와 시험 재배해 전국에 전파했다. 목면시배유지에는 문익점의 업적과 목화가 면화가 되기까지 과정 등을 알 수 있는 전시관과 함께, 문익점의 뜻을 기리고자 나라에서 지은 부민각과 사적비, 효자비각, 면화 재배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목화가 자라는 과정과 무명베 만드는 순서 등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돼 있다.

◇인근 먹을거리

△예담원 = 낮은 한옥이 인상적인 예담원(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280, 055-972-5888)은 남사예담촌에 도착하면 주차장에서 바로 보인다. 약초 비빔밥과 지리산 흑돼지 수육을 주문했다.

장아찌와 샐러드가 주류를 이루는 깔끔한 반찬이 인상적이다. 수육은 살짝 식은 감이 있으나 부드럽다. 시금치와 무나물, 고사리, 호박나물 등 6가지 나물과 볶은 소고기가 어우러진 약초 비빔밥은 정갈하다. 약초 비빔밥 8000원, 지리산 흑돼지 수육 1만·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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