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73) 경찰과 독수리

◇경찰 마크 무슨 새일까?

경찰 아저씨와 고마운 소방관 아저씨 모자에 멋진 새가 그려져 있다. 경찰과 소방관이 모자와 여러 가지 장식으로 붙이고 다니는 새는 무슨 새일까? 독수리처럼 생겼는데 어떤 독수리일까? 자료를 찾으면서 많이 놀랐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우리나라 경찰이 미국 흰머리독수리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경찰은 2005년이 되어서야 미국을 따라 만든 경찰 마크를 60년 만에 바꿨다. 우리나라에 살지 않는 미국 흰머리독수리에서 겨울철새 참수리로 바꾼 것이다. 해양경찰도 1946년 미군정 때 미국을 보고 따라 했던 미국 흰머리독수리를 버리고 2009년 우리나라 토종 수리 중에서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243호)를 상징 새로 바꿨다. 경찰 마크는 참수리(경찰)가 무궁화(국가와 국민)를 잡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나타내었다고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밝혔다. 해양경찰은 우리나라 바닷가에 살고 있는 텃새 흰꼬리수리가 해양경찰의 역할을 대변해주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알려주고 있다.

옛 경찰 마크.

1946년 미군정 때 미국을 보고 따라 만든 것이 흰머리독수리 경찰 마크다. 해양경찰이나 소방관도 경찰 소속이어서 해방 이후 60년 동안 미국 흰머리독수리는 대한민국 경찰과 해양경찰 그리고 소방관의 상징 마크였다. 2000년대가 되어서야 경찰은 참수리로 바꾸고 해양경찰은 바닷가에 사는 흰꼬리수리로 바꾸며 소방관은 새매로 바꿨다.

바뀐 경찰 마크.

◇미국 볼드 이글(BALD EAGLE)

미국의 상징 흰머리독수리는 보통 대머리독수리라 번역하기도 한다. 대머리가 bald hair라서 대머리독수리라고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미국 독수리는 대머리가 아니라 흰머리다. 그래서 흰머리독수리라고 해야 맞다. 미국도 나라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1700년대 유럽을 보고 따라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독수리를 나라 상징으로 하는 것은 독일, 오스트리아, 러시아 같은 유럽 나라들이 많다. 미국과 멕시코도 따라 만들었다. 이라크와 이집트 같은 아랍권에서도 아랍의 독수리를 상징으로 한다.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이슬람까지 독수리를 신성하게 여기는 문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독수리는 힘과 용기를 가진 불사조이고 하느님의 사자라고 생각했다. 하늘이 점지해 준 절대 권력을 상징한다. 신에게 부여받은 절대 권력을 하늘과 사람, 신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독수리로 표현한 것이다.

미국 경찰 마크.

유럽 문명과 기독교 문화가 미국으로 이어지고 해방 이후 3년간 이 나라를 미군이 다스리면서 미국과 기독교 문화가 우리나라 주류 문화가 되면서 경찰과 소방 군대는 미국 문화가 섞여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짭새는 참수리인가? 미국 흰머리독수리인가?

경찰을 비하하는 '짭새' 어원은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경찰이 데모하는 대학에 사복을 입고 들어가 운동권 학생을 [잡]으러 다니는 [새]끼라고 비하해서 짭새가 되었다는 설이 많다. 경찰 마크가 미국흰머리독수리라서 새를 상징으로 하니까 반미감정과 경찰을 비하하는 마음이 섞여서 [잡새]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다. 집회 현장에 밀려드는 경찰 병력을 보고 민요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포돌이처럼 [잡]으러 다니는 돌[쇠]와 마당[쇠]가 잡새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진짜 짭새의 어원은 국민이 싫어하는 경찰이라는 뜻일 것이다.

늘 풀지 못했던 숙제가 '왜 우리를 지켜주는 고마운 경찰을 짭새라고 부를까?'였다.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경찰이 그렇게 미웠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역사 속 부끄러운 경찰이 지금도 남아 있다. 밀양 경찰과 전국에서 국민의 지팡이가 아니라 권력의 하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경찰 스스로 그 답을 알고 있을 듯하다.

참수리(왼쪽)와 흰꼬리수리.

◇119 소방은 새매-해태

119 소방관은 예전에 미국 흰머리독수리에서 새매로 바꿨다. 경찰과 비슷한 마크 때문인지 새매 마크는 거의 쓰지 않고 소방관 마크가 많이 바꿨다. 하지만 아직도 소방관 모자 마크는 새매를 그대로 쓰고 있다.

소방관이 새매에서 해태(해치)로 이미지를 바꾼 것은 한국적 소방 이미지를 제대로 찾았다고 생각된다. 불의 기운을 억누르는 해태의 이미지와 불을 끄는 소방관 이미지가 제대로 맞았다. 미국 흰머리독수리에서 조금 바꾼 참수리와 흰꼬리수리는 삼성을 보고 중국에서 짝퉁 '삼송'을 만든 것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국의 역사와 전통에 맞는 적절한 경찰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구글에서 'Police patch'와 'police badge'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면 전 세계 다양한 경찰 배지를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럽의 쌍두독수리에서 미국 흰머리독수리를 흉내낸 짝퉁 독수리 모양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찰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자존심과 자존감은 우리 스스로 전통과 문화 속에서 제대로 된 생태를 알고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경찰관을 믿고 사랑하며 의지하고 있다. 진정한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경찰의 모습은 경찰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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