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고 잘살기' 급급해 타성에 젖은 삶 살던 스스로에 부끄러움 줘

어느덧 2013년도 막바지를 향해 달려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지난 금요일 대표변호사님을 비롯하여 회사 직원들과 함께 조촐한 송년회를 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변호인을 보았다.

영화 변호인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개봉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영화이다. 이른바 전두환 정권의 취약한 정통성을 감추기 위해 부산 지역 독서모임 학생들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엮어 넣은 이른바 '부림사건'의 변호인을 맡았던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나 또한 개봉하기 전부터 관심있게 지켜보았고 개봉을 하면 꼭 보고 싶었던 영화였기에 직원들과 웃고 떠들며 즐거운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섰다.

상고 졸업의 백도 돈도 없는 변호사 송우석 그에게는 다른 것은 관심도 없고 돈을 버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러했기에 다른 변호사들의 욕을 먹으면서 당시 사법서사(법무사)나 했던 부동산 등기 업무에 손을 댔고 상고 경험을 살려 세무영역에 손을 대며 돈을 벌기 시작했고 더 이상 아내와 자식들에게 돈없는 서러움을 안겨주지 않을 정도로 아파트도 장만하고 번듯한 사무실도 차릴 정도로 돈을 번다. 그리고 그를 멸시하던 변호사들은 이제 그가 초호화 요트를 장만했다느니 하며 시기어린 질투를 느낀다. 그렇게 그는 부산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명성을 높이고 어느덧 부산을 벗어나 전국구 변호사로 그의 명성을 알릴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다.

그렇게 험난한 세상을 스스로 극복해온 그에게 데모를 하여 세상을 바꾸겠다며 뉴스에 나오는 학생들은 그저 데모를 핑계로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그런 문제아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러나 단골 국밥집 아들 진우, 빨갱이라고 전혀 생각할 수도 없는 그런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진우가 행방불명이 되고 몇달이 지나 빨갱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짜맞춰진 각본에 따라 국가보안법위반으로 재판을 받게 되자, 그제서야 변호사 송우석은 그가 어쩌면 의도적으로 보기를 원하지 아니하였던 부당한 국가권력의 횡포를 보고, 거대한 국가권력과 싸운다.

영화는 즐거웠고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오며 가슴 한곳이 먹먹했다. 시골에서 논 몇 마지기를 부쳐 먹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찌어찌하여 사법시험에 합격한 나는 부모님의 자랑이요 시골에서는 이른바 개천의 용이었다.

그러나 나는 속물 변호사이다. 변호사가 급작스럽게 너무 많이 늘어나 이제 먹고 살기 힘들다고 불평하고, 어떻게 하면 사건을 수임해서 돈을 벌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도무지 말도 안되는 사건도 수임한다. 그리고 복잡하게 널브러진 재판기록을 보며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되지도 않는 머리를 짜내며 밤새워 서면을 작성하고 재판 며칠을 앞두고 납기일을 마치듯 그렇게 법원에 서면을 낸다. 그렇다고 영화속의 송우석 변호사처럼 성공한 속물 변호사도 아니다.

영화 변호인은 속물 변호사로서 살아온 나에게 그동안 잊고 살았던 작은 무엇인가를 끄집어낸다. 그러나 나는 그래도 속물 변호사일 수밖에 없다. 송우석 변호사처럼 모든 것을 내던질 그런 용기가 없는 것이다. 세상의 부조리와 싸운다는 것, 거대한 권력과 싸운다는 것 그것은 그렇게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고정된 세상을 변화시키기는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죽어있는 바위를 살아 있는 계란이 뛰어 넘기 위해서는 자신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기는 힘든 것이다. 오늘도 자신을 버린 채 정의로움을 위해 싸우는 변호인들에게 가슴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영화 변호인은 속물 변호사로 살아온 나에게 조그마한 양심의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던 그런 영화였다.

/kellsen(justice·http://kellse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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