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이순자 경남봉사미회 회장

"저는 봉사중독자예요. 일주일에 하루라도 봉사를 하지 않으면 몸이 아플 정도라고 할까요. 봉사는 남을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다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것이거든요. 그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니까 몸이 아파지는 거 같아요."

자신을 '봉사중독자'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한 달에 27회 이상은 꼭 봉사활동을 가는 것이 일상이 된 그는 비공식 집계로 국내에서 정부가 인정하는 공인 봉사활동 시간이 가장 많은 것으로 여겨진다. 바로 경남봉사미회 이순자(56) 회장이다. 경남봉사미회는 경남지역 웬만한 행사장에 절대 빠지지 않는 미용봉사단체다. 지난 2004년 정식으로 비영리 봉사단체로 등록했다. 현재 380여 명의 회원이 올해 상반기만 3492회 봉사를 했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1200시간 넘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 봉사활동으로 도움을 받은 사람만 12만 2257명이다.

한센인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봉사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이순자 회장. /김구연 기자

경남봉사미회는 이·미용봉사는 물론 염색, 메이크업, 드라이, 영정사진 촬영 등을 주로 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헌옷 수집, 충남 태안 기름제거, 자연보호 캠페인, 국화축제를 포함해 각종 걷기나 마라톤 대회 자원봉사 등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방면에서 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정기적으로 이·미용, 목욕, 청소봉사를 하는 곳만 해도 창원, 함안, 의령, 김해 등 도내 복지시설과 요양병원을 모두 더하면 29곳에 달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도 인정받는 봉사단체로 거듭났다. 지난 2007년 이순자 회장이 마산시 자원봉사 수기부문 우수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2009년 마산시 자원봉사 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국무총리 표창, 2011년 경상남도 자원봉사대상 최우수, 지난해 안전행정부 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이 회장이 휴일도 잊은 채 회원들과 함께 봉사 활동을 하면서 얻은 보람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산호동에서 신세계헤어프라자를 운영하는 이 회장이 미용에 뛰어든 것은 37년째다. 지난 1979년 마산 산호동 현 양지주차장 맞은편 코너 건물 1층에 '나나미용실'을 열었다.

개업 이듬해 1980년 미스경남선발대회 지정 업소로 선정되는 등 다른 미용실과는 차별화된 길을 걸었다. 특히 미인 대회에 강점을 보였는데 진영단감 미인선발대회 진·선·미, 창원수박아가씨 선발대회 진·선·미, 미스경남 선발대회 진·선·미를 배출할 만큼 실력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뿐만 아니라 제1회 경상남도지사배 신부메이크업 부문 금상 수상, 1991년 일본 미용국제대표선발대회 심사위원, 1993년 필리핀대통령배 제14회 미용선발대회 심사위원 역임 등 국제적으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약 35년 전부터다. 이 회장은 어려서부터 봉사활동을 해 온 부모님 모습을 보며 살았다. 어머니는 복지기관에 성금을 꼬박꼬박 전달하는 것은 물론 틈만 나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몸소 앞장섰다. 아버지는 모교인 봉수국민학교 다니는 가정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하고, 역사의식을 드높이고자 세종대왕 동상을 기부할 정도로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에 헌신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이 회장도 미용사로서 할 수 있는 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산호동 마산선양원(현 의령복지마을)과 마산애육원을 시작으로 마산성로원, 송산마을회관을 비롯해 의령군 13개 오지마을 등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다른 봉사 단체가 꺼리는 정신분열 환자, 한센인, 중증장애인 등 더 소외되고 외면받는 이들에 대한 봉사를 더욱 중요시한다.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앉아서만 생활하는 중증장애인을 위해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깎고, 피부가 괴사해 피고름이 나는 한센인을 대할 때면 안쓰러운 모습에 눈물이 맺히기도 한다. 언제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는 정신분열 환자들 앞에서는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어요. 고령의 중증 어르신 환자 머리를 깨끗이 깎아드리고 다시 침대에 뉘였는데, 글쎄 5분여 만에 돌아가시고 만 거예요.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죠." 이처럼 마음을 졸여가면서까지 이런 곳을 주로 찾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말 그대로 소외된 이웃을 위한 '참봉사'를 하고 싶어서예요. 아무도 돌보려 하지 않는, 우리가 가지 않으면 머리를 깎을 수 없는 이웃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것이 봉사의 참된 의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죠." 이런 곳은 몸은 고되지만, 사람들이 서툴게 웃으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다시 힘이 샘솟는다.

이 회장은 미용이라는 직업을 택하게 된 것에도 몹시 고마워한다. "미용 기술은 언제 어디에서든 내 몸 하나와 몇몇 가지 작은 도구만 있으면 베풀 수 있잖아요. 저에게는 생계를 이어주는 것과 동시에 소외되고 그늘진 이웃을 돕는데도 언제나 유용하게 사용이 되니 늘 감사할 따름이죠.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남편을 만났고, 나아가 두 딸까지 같은 직장에서 함께 일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잖아요." 이 회장을 따라 가족들도 봉사가족으로 거듭났다. 안전행정부 공인 기록으로 남편 전청수 씨는 1600여 시간, 큰딸 전지영 씨는 700여 시간, 작은딸 전혜영 씨는 300여 시간을 보유했다.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는 쉽지 않은 기록이다.

"우리 사회가 아름다워지려면 베푸는 문화가 확산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족 모두가 베풂으로써 얻는 보람과 기쁨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이보다 더 끈끈한 가족애를 만드는 매개물이 어디 있을까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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