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시위때 경찰 경비한 모습과 대조

2013년 12월 22일 오전 경찰은 '노동자 성지'로 불리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난입했습니다. 파업 중인 철도노조 간부 9명을 잡기 위해 경찰병력 5000여 명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체포대상자 단 한 명도 체포하지 못했습니다. 이 같은 현실 앞에 언론들도 어이가 없다는 반응입니다.

경찰 무력진압을 현장에서 12시간 동안 생생하게 지켜봤던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정권의 폭력 본성만 확인시켜준 하루였다. 정권 스스로 무능함을 보여줬다. 9명 잡겠다고 5000명을 동원한 거 자체가 코미디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공권력을 투입해 노조지도부를 검거하면 파업을 끝낼 것이라는 바람은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노동계의 투쟁 수위만 높아졌습니다. 노동계만 아니라 사회시민단체도 합세하고 있습니다. 연말 정국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민주노총 사무실이 언론사인 <경향신문> 건물에 있었다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 보도 사진을 보면 <경향신문> 유리문을 파손했습니다. 공권력이 언론사를 침탈한 거나 다름 없습니다. 민주국가에서 공권력이 언론사 기물을 파손하고, 유린하는 일을 당당하게 행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여기서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만약 민주노총 사무실이 조·중·동 건물 안에 있었다면 박근혜 정권 경찰이 일요일 12시간 동안 노조간부 9명을 체포하겠다며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조선일보>는 23일 아침 사설에서 박근혜정권 공권력 투입을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느 정도 법치가 정착된 나라에서 우리처럼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힘으로 막는 게 용인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조선일보> '부실 철도 개혁 성패는 국민 지지 얻는 데 달렸다'

<미디어오늘>이 23일 보도한 <TV조선> 생중계에 출연한 패널과 앵커들이 말한 내용을 보면 경찰 대변방송처럼 보입니다.

"저런 상태에서 진압했을 때 공권력을 행사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어느 정도의 피해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한다. 우리 사회 의식수준 개선돼야 한다."

"저런 작전은 우리가 용산 참사에서도 봤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속전속결로 끝냈어야 하는데…."

"누군가 다치게 되면 마치 제2의 용산참사라는 사건을 만들어서 국민을 선동하려고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경찰이 조심해야 한다. 굉장히 세밀하고 디테일하게 하지 않으면 누군가 다칠 수 있고, 사건의 본질 왜곡될 수 있다."

<TV조선>에 출연한 패널과 앵커는 민주노총이 <경향신문> 건물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경향신문> 유리만이 박살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까요? 언론인이라면 공권력이 언론사 건물에 진입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탄해야 합니다.

<경향신문> 편집국 국장을 지낸 강기석 씨는 <오마이뉴스>에 쓴 '노조파괴 작전에 언론침탈도 불사'제목 기사에서 "민주노총이 조선일보사에 세 들어 살 일도 없겠지만, 만일 그랬다면 경찰이 이번처럼 함부로 쳐들어가지는 못 했을 게다"고 말했습니다. 맞습니다. <조선일보> 사옥이었다면, 5000여명을 투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난 2008년 촛불이 활활 타오를 때, 촛불시민들이 <조선일보> 사옥 앞에 쓰레기더미를 쌓아놓자, 이명박 정권 당시 경찰은 경비를 섰습니다. 그리고 유인촌 당시 문화부 장관은 <조선일보>를 직접 찾아 '사과'까지 했습니다.

그럼 박근혜 정권의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도 국가공권력이 <경향신문> 사옥에 들이닥쳐 유린했다면 당연히 <경향신문>을 방문해 사과해야 합니다. 그게 공평한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입만 열면 강조하는 '원칙'입니다. 그리하여 '이명박근혜정권'임을 증명하면 좋겠습니다.

/탐독(인서체와 함께하는 블로그·http://blog.daum.net/saenooree/16887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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