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최대! 최고! 원조!… 이런 게 끌리잖아. 유적을 봐도 그렇고, 무슨 식당을 가도 그렇고, 구조물 하나를 봐도 그렇고…. 취재를 하면서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에게 지역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런 수식에 아무래도 쏠려. 흔하지 않다는 것은 그 자체로 특성이고 개성이거든.

그런데 두 번째 취재를 했던 통영에서 취재팀은 최대, 최고, 원조 같은 수식에 대한 유혹을 끊기로 했다. 일단 사실에 대한 검증이 버거워. 그 많은 꿀빵 가게와 충무김밥 식당, 통영 다찌가 모두 원조일 리는 없잖아. 그런데 또 얘기를 듣다 보면 딱히 원조가 아니라고 결론 내리기도 애매해. 그래도 어떻게든 원조를 가려냈다고 치자. 그러면 나머지 식당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도 않잖아.

이런 딜레마는 다른 지역에서도 겪는다. 사실 경남에서 '함양 흑돼지', '의령 소바', '밀양 돼지국밥', '합천 한우'처럼 지역 이름을 앞에 붙이는 음식이라는 게 따지고 보면 그렇게 많지도 않아. 지역마다 한 두 개 정도 있을 것이고, 그 품목이 다른 지역과 겹치기도 해. 그 이름값에 기대어 삶을 꾸리는 사람들에게 무슨 기준이든 순위를 갖다붙인다는 거… 좀 아닌 것 같더라고.

통영을 대표하는 먹거리지만 딱히 원조를 가리기는 힘든 통영 꿀빵. /박민국 기자

또 음식만 그런 게 아니다. 문화재, 유적, 구조물 등에 걸핏하면 붙이려는 '1등 수식' 때문에 그 가치를 어떻게 매겨야 하는 것인지 매우 고민됐어.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그런 수식에 끌려다니지 말자'는 거야.

사람들이 뭔가 '1등 수식'을 붙여 내세우고자 한다면 그 맥락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간과 공간이 엮인 배경을 짚어내자고 합의했어. 괜히 수식에 혹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실체와는 동떨어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지.

그래서 <경남의 재발견>을 보면, '여기(이곳) 사람들은 ~라고 한다'라는 표현이 많이 나와. '우리는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렇다네'라고 퉁치려고 그런 게 아니라 독자가 거창한 수식에 현혹되지 않고 그 맥락을 짚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고자 했다고 봐주면 되겠다.

/이승환(3할이면 충분하다·http://go3ha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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