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제는 어땠나] (3)경남 문화콘텐츠 산업 시작한 디지노마드 윤정일 대표

디지노마드 윤정일 대표에게 2013년은 '새로운 시작'이었다.

만 39세인 올해 기존에 다니던 직장을 정리했지만, 지난 7월 25일 개인사업자로 새 출발을 했다. 디지노마드는 지식서비스·문화콘텐츠(캐릭터·게임·애니메이션 등) 업체다. 업체 이름인 디지노마드는 '디지털 유목민(digital nomad)'을 뜻한다.

현재 디지노마드의 주력 업종은 캐릭터다. 창녕 우포늪 따오기를 캐릭터로 만든 '따따와 철따구니'로 구체화한 상태다. 디지노마드처럼 경남을 기반으로 캐릭터를 주력 업종으로 삼는 업체 등은 4곳이 있단다. 창원, 김해, 통영 등에서 오광대 같은 지역 전통을 소재로 캐릭터 산업을 펼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산업 분야 중 캐릭터를 택한 이유가 있다.

디지노마드 윤정일 대표가 지난 18일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한 문화콘텐츠·영상워크숍에서 '스토리로 지속가능한 따따와 철따구니' 사례 발표를 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우리나라 전통 또는 지자체 캐릭터 대부분이 그리 좋은 반응을 못 얻고 사라졌다. 캐릭터는 국가 같은 색채가 강하면 시장에서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은 좀 다르더라. 물론 헬로키티보다 못하지만 지자체 캐릭터 시장이 크다. 구마모토현 곰 인형 캐릭터인 '쿠마몽'은 2012년 기준으로 200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시장에 대한 기대였다. "일본처럼 지자체 캐릭터가 산업으로 커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가운데 두 자리 성장률을 기록하는 것도 게임 정도이지, 나머지는 5%대 성장률이었다. 잠재시장이 있다고 보고 캐릭터를 주 업종으로 창업하게 됐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나중에 따오기를 주제로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창녕 우포늪이라는 세계적 생태 공간을 무대로 국가나 지자체도 따오기 복원 등에 관심이 있는 상황이다. 여러 프로젝트를 엮으면 안정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오기는 멸종위기종 철새이면서 중국과 우리나라, 일본까지 걸쳐 있다. 세 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할 수가 있고, 앞으로 시장도 넓힐 수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아직 따오기에 관한 구체적인 '스토리'나 상품 디자인이 없었다. 한 해 어린이만 수십만 명이 우포를 찾지만, 아이들이 볼 공연이나 가져갈 수 있는 캐릭터 상품이 존재하지 않았다. 윤 대표는 우선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전용 창업 자금으로 1억 원을 지원받았다. 앞으로 갚아야 하는 돈이다. 이어 올 10월 한국콘텐츠진흥원 우수 캐릭터 상품개발 선정,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특성화 콘텐츠 개발 선정 등으로 사업 초기 개발과 상품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디자인 전공도 아니고, 국문학 전공이지만 스토리 전공 사업자도 아니다. 스토리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고 콘텐츠산업이 지적재산권을 영위하는 사업이라 하지만,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협업'이다. 캐릭터는 애니메이션 등으로 홍보 수단이 필요하다. 윤 대표는 여러 수단 가운데 '공연'을 선택한다. '따따와 철따구니'는 프랑스 마리오네트(실로 매달아 조작하는 인형극)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인형으로 만들어지고, 마리오네트 공연으로 제작 중이다. 이미 뮤지컬로 성공한 <구름빵> 등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창업할 때부터 협동조합 모델을 생각했다. 스토리와 디자인, 공연 상품화 과정까지 최대한 창작자에게 길을 열어주고 개인적인 욕심은 버렸다. '따따와 철따구니' 사업은 우포지역 영농법인, 창녕 우포늪 마을도서관을 만드는 사람들, 공연 연출 전문가인 경남대 김종원 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만든 협동조합 공연 팀, 디자인 그룹 등이 함께하는 구조다."

   

아이들이 볼 동화, 동화를 기반으로 한 공연, 여기에 상품까지 더해 캐릭터 인지도를 쌓겠다는 계획이다. 상품은 지역 예술가나 청년 그룹이 손수 만든 목공예 제품이 될 전망이다. 공연으로 시작해 캐릭터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동화·동요, 모바일 게임 등으로 사업 외연을 넓혀 나갈 생각이다.

길게는 10년까지 내다보고 있다. 경남의 문화콘텐츠 산업이 첫걸음을 뗐다고 여기고, '롱런'을 노린다. 보통 게임은 3개월 만에 성공 여부가 나타나지만, 캐릭터는 정착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제작에만 최소 1~2년이 걸려 외부 자금을 투자받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이 때문에 엔젤투자(자금이 부족한 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투자하는 개인투자)도 캐릭터 상품 제작이 수요가 많아 안정 단계에 접어들면 유치할 예정이다.

"무리해서 덩치를 키우지 않고 자금 등 기초 체력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개인사업자이지만 내년 말에는 법인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윤 대표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듯하다. 내년에 완공되는 우포자연도서관에서 4월 첫 공연을 하고, 상설 공연으로 이어나갈 계획이다. 마리오네트 공연장과 캐릭터 상품 판매가게, 마을 제작소를 연결하는 구상도 품고 있다.

아울러 '따따와 철따구니' 사업은 2015년 초 라이선싱(상표 등록된 재산권을 가진 개인 또는 단체가 타인에게 대가를 받고 그 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도록 상업적 권리를 부여하는 계약) 구조로 만들 생각이다.

디지노마드는 창원시 마산회원구 봉암동 지능형홈산업화센터 본부동에 있다. 윤 대표는 올 6월 설립한 한국e스포츠협회 경남지회에서 지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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