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말고도 살고 있네요]알락할미새

지금 근무하고 있는 칠서초등학교의 학교숲은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향나무 종류가 많다. 이전에 근무하던 학교들과 나무 종류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학교숲을 찾는 새들은 달랐다. 전에 근무하던 학교에서는 직박구리·참새·박새·딱새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칠서초등학교에서는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를 자주 볼 수 있었다. 크기는 직박구리와 비슷하고 더 날렵하며 꼬리가 길다. 흰색 몸통에 검정줄무늬와 점무늬가 인상적이다. 딱새처럼 꼬리를 까딱까딱 잘 흔들고 서너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닌다.

내가 가만 지켜보는 모습을 관심 있게 보시던 옆 반 선생님이 어떤 새냐고 물어보신다. "알락할미새"라고 하니 "할머니 같아서?" 하고 물어보신다. 날렵한 몸매의 알락할미새 이름에는 왜 어울리지 않는 할미가 들어갈까? (동물 이름의 알락은 본바탕에 줄무늬나 점이 있는 모습을 뜻한다.)

알락할미새. /오광석

할미새 이름의 어원은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 첫 번째는 할미새들의 머리가 하얀색을 띠고 있는 부분이 할머니를 연상시켜 할미새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꼬리를 까딱까딱하는 성질이 이름으로 지어졌다는 이야기다. 한자로 흔들 할, 꼬리 미로 꼬리를 흔드는 새라는 뜻이다. 실제로 잘 관찰해보면 꼬리를 딱새처럼 까딱까딱 잘 흔드는데 이는 먹이를 발견했을 때 꼬리의 탄력을 이용해 빠르게 벌레 같은 먹이를 잡기 위함이라고 한다. 꼬리를 흔드는 새라서 할미새라고 이름이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더 맞는 것 같다. 알락할미새는 동작이 빠르고 몸매도 날렵한데 아무래도 할머니의 느낌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알락할미새는 여름 철새로 많이 알려졌지만, 겨울에도 종종 발견된다. 산 속에서 무리 지어 겨울을 나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얼음 위에 있는 알락할미새 사진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12월 초까지만 해도 학교에 자주 보였는데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주된 먹이인 벌레들이 산 속에 많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아마 학교 뒷산에서 숨어 있는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겨울을 나는 듯하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울릉도에서 겨울 철새로 알려진 백할미새가 알락할미새와 짝짓기를 하고 번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울릉도가 지리적으로 육지와 격리돼, 같은 종의 배우자를 구하기 어려운 여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할미새들도 여건에 맞추어 짝짓기와 번식을 하는데, 아직 여건에 맞추지 못하여 TV나 보며 오늘을 보낼 내 쓸쓸한 친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내년엔 그 친구들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 잘 번식하길 기대해 본다.

/박대현(칠서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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