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작살나무

◇겨울 숲의 빛나는 보석

차가운 겨울 바람이 숲을 스치면, 메마른 낙엽으로 겨울 숲은 황량하다. 사각거리는 발걸음 소리를 뒤로하고 그 황량한 숲 속을 걷다 보면 가끔 양지바른 길섶 사이로 보랏빛 영롱한 구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주라 부르는 작살나무

중국 사람들은 작살 열매의 아름다움을 두고 보라구슬, 즉 자주(紫珠)라 하였다. 총명이라는 꽃말과 함께 하늘진주라 불리는 마편초과의 떨기나무인 작살나무를 일본에서는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라 부른다. 11세기께 씌어진 <겐지모노 가타리>라는 그들의 유명한 고전 소설의 저자 이름이다. 불과 25살에 과부가 된 총명하고 아름다운 여인, 일본인들이 아끼고 사랑해 마지않은 그녀 이름을 작살나무에 그대로 붙인 것이다. 그만큼 작살나무 열매를 보면 누구나 환상적인 보랏빛 색감의 싱그러움에 매료된다.

영어 이름은 'Beauty berry'로 '아름다운 구슬'의 의미가 숨어 있다.

좀작살나무 열매.

◇왜 작살나무일까?

작살나무의 가지는 묘하게도 정확히 서로 마주나서 중심가지와 벌어진 각도가 60~70도로, 고기잡이용 작살과 그 모양이 너무 닮아 있다. 그래서 '고기잡이 작살' 모양처럼 작살을 닮은 가지 뻗음에서 따온 이름으로 보인다.

작살나무는 그 모양이 작살로도 쓸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나뭇가지가 연약하여 작살로는 사용하기 힘들다. 한자로는 자주(紫珠)라 하여 열매가 바로 보라색 구슬을 나타내며, 일본 이름에도 '무라사키'라는 보랏빛 접두어가 붙어 있다. 같은 나무를 두고 중국이나 일본처럼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주지 않고 우리만 '작살'이라는 좀 삭막한 이름을 가진 셈이다.

작살나무 열매.

◇작살과 좀작살

작살나무는 촘촘하게 모여 달리는 열매와 꽃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작살나무 무리에는 좀작살나무와 새비나무가 서로 비슷하나 작살나무는 잎의 가장자리 전부에 톱니가 있으나 좀작살나무는 잎의 가장자리 반 정도에만 톱니가 있으며, 열매는 지름이 2~3㎜로 작살나무보다 조금 작다. 흔히 심는 것은 좀작살나무이며, 새비나무는 작살나무와 거의 같으나 잎의 표면에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털이 있고 주로 남해안의 섬 지방에 자란다.

어혈·지혈·소염의 약효능이 있으며 자궁 출혈, 장출혈과 편도선염, 기관지염, 폐렴, 기타 호흡기 감염 등을 치료한다니 보기에도 좋고 약으로도 좋아 금상첨화다.

/김인성(창원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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