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유적군 둘째 날은 MP3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둘러보기로 했다.

무작정 MP3 가이드를 믿고 앙코르와트 안으로 들어가서 MP3 가이드를 틀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벽화들은 즐비했지만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는 우리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입구에서 한참 들어왔기에 그냥 다시 제일 처음 입구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다시 돌아 나왔다. MP3 가이드는 처음부터 어디로 갈지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었고 그대로 쭉 따라가면 됐다.

관광회사에서 고객들을 위해 만든 거라 그런지 따로 가이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MP3 가이드를 참고해 앙코르와트 내부 벽화에 있는 내용을 가이드북보다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모르고 가면 정말 돌덩이에 불과하다더니 알고 보니 신기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았다. 특히나 천국과 지옥 벽화는 가히 예술이었다. 사람들이 어떤 죄를 짓고 어떠한 벌을 받으면 신들의 심판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지금은 이 벽화를 눈 앞에서 보고 만져볼 수 있지만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유적들이 너무 많은 관광객의 방문으로 훼손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도 했다. 벽화 곳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만져 반들반들해진 부분이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앙코르와트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앙코르 톰으로 이동했다. 앙코르와트를 빠져나가는 사이에 아니나 다를까 엄청난 관광객들이 앙코르와트를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앙코르 톰으로 향했다. 앙코르 톰으로 향하는 길은 또한 내가 좋아하는 울창한 숲길이었다.

앙코르 톰 입구에는 사면상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어제 본 사면상이었지만 다시 봐도 앙코르유적군에서 가장 멋진 건축물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앙코르톰을 둘러보는데 MP3 가이드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아 안내책자를 참고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이드북도 별반 다를 거 없었다. 앙코르와트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그리 많지 않은가 보다. 결국 우리는 그냥 우리 나름대로 벽화를 해석해나가기로 했다. 그때 옆에 있는 타이사람으로 보이는 한 청년이 무엇인가 빽빽하게 적힌 종이를 들고 벽화 하나하나를 보고 있었다. 가이드 공부를 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궁금한 내용을 하나씩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도 가이드 공부를 그 종이에 적힌 것을 보고 하고 있어 이 부분이 맞는지 틀린지 알 길이 없다며 우리 안내책자에 혹시 그런 내용이 있는지 되묻기도 했다. 우리는 동맹(?)으로 맺어진 앙코르톰 역사학 친구가 된 기분이었다. 서로 의견을 교환하며 우리는 급속도로 친해졌고 자전거를 타고 온 우리를 오토바이로 다음지역인 타프롬 사원으로 안내했다.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나 타프롬 사원에 도착했을 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다. 타프롬 사원은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명소이기에 놓치고 싶지는 않아 최대한 머물 수 있는 만큼 머물기로 했다. 타프롬의 오래된 사원들은 커다란 나무에 의해 점령당해 많이 훼손되었지만 그런 모습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 부서진 폐허 같은 모습과 그 폐허 위에 자라난 나무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가이드북에 타프롬 사원 나무 사이에 숨겨진 조그만 돌상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보물찾기라도 하듯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사원 곳곳을 헤맸지만 해가 떨어질 때까지 찾지 못하고 사원을 빠져나와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태국 가이드 친구의 안내를 받고 앙코르유적군을 빠져나왔다. 여운이 많이 남는 앙코르유적 투어였으나 아쉬움이 있기에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앙코르유적군을 빠져나왔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동)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