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어디가 제일 괜찮았어?"

<경남의 재발견>을 취재하면서 참 많이 받은 질문이다. 앞으로 많이 받을 질문이기도 할 것이고. 함께 취재했던 남석형·박민국 기자와 많이 했던 이야기이기도 해. 당연히 정답이 있을 수 있는 질문은 아니잖아. 하지만, 우리끼리 괜찮은 지역으로 몇 곳을 언급하면 꼭 빠지지 않는 지역이 있는데 '사천'이 바로 그런 곳이다.

사천은 역설적으로 취재팀이 참 기대하지 않았던 지역 가운데 한 곳이야. 딱히 떠오르는 인상이 없고, 그나마 나오는 이야기라 해봤자 거의 삼천포 관련 내용이었으니까. 아! 그래도 내가 삼천포에 대한 인상은 다른 지역보다 좀 있는 편인데, 아버지께서 젊었을 때 쥐치를 쓸어 담는 배 선장이셨거든. 그래서 어렸을 때 어머니와 삼천포는 몇 번 가봤어.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삼천포 쥐치 씨를 말린 장본인 가운데 한 분이셨군. 이처럼 누구와 달리 선친의 과오를 담담하게 인정하는 '대인의 풍모'는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 어쨌든 사천에 대한 좋은 인상은 먼저 이 두 분에게서 시작하는 것 같아.

정갈한 음식이 압권이었던 사천 오복식당에서 남석형 기자. /박민국 기자

장미주 해설사는 삼천포 아가씨(물론 선생님이 아가씨는 아니더라도) 매력을 은근히 보여준 분이다. 수줍어하면서도 삼천포에 얽힌 이야기 보따리를 조리 있게 잘 전달해줬어. '삼천포 아가씨' 노래 한 자락도 들려주시고….

윤병렬 선생님은 <경남도민일보> 칼럼니스트이기도 해. 그리고 사천 갯벌 지킴이기도 하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사천만 서쪽 지역과 사천 일대 갯벌이 지닌 매력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윤 선생님 덕이야.

그 다음에 사천 '오복식당'. 당시 1인당 1만 원씩 받는데 이때 음식이 우리 입맛에 꽤 맞았나봐. 반찬이 뭐 하나 버릴 게 없이 정갈하고 괜찮더라고. 사진과 영상을 담당했던 박민국 기자는 <경남의 재발견> 취재 내내 이 식당을 '베스트'라고 종종 언급하곤 했어.

그리고 우리가 1박을 했던 '바다 위 펜션', 이것도 참 색다른 경험이었어. 취재 내내 숙박을 대부분 모텔에서 해결했는데, 탁 트인 바다에서 얼마나 좋았겠어. 전날 태풍 예보가 있었지만 숙박을 강행했고 그만한 보람이 있었다.

여기에 사천만 서쪽에서 갯벌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도로에서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툭 튀어나오는 일도 있었어. 안 그래도 윤병렬 선생님에게 사천 서쪽이 지닌 생명력에 대해 얘기를 들었는데, 보란 듯이 고라니를 도로에서 마주치니 그 인상이 얼마나 강렬했겠어.

이렇듯 사천 취재에서는 사람, 음식, 숙박, 이동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을 만한 장면이 꼭 있었던 것 같아. 이런 게 시간이 흘러도 인상에 많이 남게 되는 것이겠지. 사천이 지닌 원래 매력에 이런 경험이 어울리고 초반에 기대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까지 겹치면서 '베스트' 교집합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이 드네.

/이승환(3할이면 충분하다·http://go3ha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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