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시 가족봉사단 단장 김동수 씨

2006년 창립. 어느새 4개 지부(의창·성산·마산·진해지부) 603가구 1996명이 가입해 활동 중인 대규모 봉사단체. 이 정도 규모의 단체를 이끄는 수장은 어떤 사람일까. 냉철하고 계산적일까.

"손만 잡아주는 것도 봉사가 될 수 있어요.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함께 웃고….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나눔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죠. 지금은 아이들이 더 좋아해요."

어설픈 추측은 단번에 사라졌다. 대신 너그럽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못난 추측의 빈자리를 채웠다. 그는 봉사단체 단장이기 전에 한 가정의 가장이자 다정한 이웃이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가 속한 봉사단체 이름부터 '다정함'이 묻어나온다. 괜한 추측이 무안할 정도로.

'봉사'라는 이름 앞에 '가족'을 더해 더 뜻깊은 의미를 만들어 낸 단체. 그리고 지난해부터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수장. 그는 '창원시가족봉사단' 김동수(42) 단장이다.

김 단장이 가족봉사단과 인연을 맺은 것은 창립 초기인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내 권유로 봉사단에 가입하게 됐어요. 봉사도 봉사지만 온 가족이 함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는 면이 크게 와 닿았죠." 스스로 '민준봉사단'이라 이름 붙인 가족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 있는 요양원 '창원성심원'이었다. 특별한 재주 없이 마음 하나만 믿고 시작한 봉사. 하지만 지레 겁먹었던 마음과 어색함은 금세 사라졌다.

"당시 딸이 7살, 아들이 4살이라 걱정이 많았죠. 어린 애들이 괜히 누를 끼치는 건 아닌가 염려스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부딪쳐 보니 애들이 더 잘하는 거예요. 스스럼없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봬 동요를 부르는가 하면 율동까지 곁들여 가면서 손자·손녀 노릇을 톡톡히 하는 거예요."

지난 2006년부터 창원시가족봉사단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동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단장 가족. 가족은 스스로 민준봉사단 이라 이름 붙였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은 가족봉사단이 지닌 참 의미를 깨닫게 했다. 이후 민준봉사단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자그마치 8년. 그사이 아이들은 초등학교·중학교에 입학했고 누구보다 다정하고 활발한 청소년으로 성장했다. 50여 명이 모여 만든 가족봉사단 역시 창원시를 대표하는 봉사단체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가족봉사단은 관내 아동·노인 돌봄 활동, 다문화가정 멘토링 활동, 환경정화활동, 농촌일손돕기, 무료급식봉사, 건강가정·명절문화 캠페인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활동은 주로 지부별로 나눠서 하되, 전 회원이 모두 참여하는 봉사도 몇 차례 만든다. 연령별·가족단위별 프로그램을 따로 구성해 능률을 높이고 유경험자와 무경험자를 적절히 섞어 구성원 모두가 뭉칠 수 있도록 장려한다.

   

"가족봉사단 장점이 바로 이런 부분이죠. 가족 간 유대감을 높여주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하죠. 또래끼리 자발적으로 뭉쳐 서로 정을 나누는가 하면 누구나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하죠. 부모·자식 간 '대화단절' 문제 역시 훌륭하게 해결해 주기도 하죠. 우리 가족은 딸의 사춘기를 모르고 지나칠 정도였으니까요."

가족봉사단은 창원시 지원금과 임원진 회비, 자원봉사 축제 수상 상금 등으로 운영한다. 부족한 부분은 자발적인 재능기부나 사비를 털어 채운다. 가입조건이나 연령제한은 따로 없다. 가족이 아닌 개인도 가입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문이 열려있다. 하지만 김 단장이 내심 염려하는 부분도 있다.

"봉사단이 점점 커지고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오로지 '봉사 마일리지'를 쌓으려고 참여하는 분도 가끔 있어요. 물론 감사한 마음은 한결같으나 최대한 순수한 마음으로 봉사활동에 임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죠."

가족봉사단 활동을 이어오면서 가족 모두가 변했다. 아이들은 자신감과 친근함을 얻었고 어른들은 여유로움을 되찾았다. 어떤 일이든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와 열정도 두루 얻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 처지에서 먼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힘들게만 여겼던 일들이 손쉽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중요한 건 저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그렇게 변했다는 거예요. 가족 모두가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고 할까…."

김 단장은 분명히 대규모 봉사단체를 이끄는 단장이다. 하지만 전혀 '단장스럽지 않은 단장'이다. 그저 먼저 나눔을 실천할 줄 아는 좋은 남편이자, 아빠다.

"단장이란 직책을 보며 가족들은 가끔 부담스러워 하기도 해요. 물론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기도 하지만요. 생각해보면 가족봉사단에서는 누구나가 단장이에요. 아빠·엄마·아들·딸. 봉사를 실천함에서도, 가족이라는 한 구성원 안에서도 누구나 특별한 존재임은 분명하니까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