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서 비교적 먼 곳 선정…유난히 취재거리 많아 이후 기획 밑그림 그려

'경남의 재발견'이 처음 찾은 지역은 함양이야. 시작이라는 게 항상 어렵잖아. 특히 대장정(?)의 첫 테이프를 끊는 것인데… 경남지역 18개 시·군 가운데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가 없지.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경남의 재발견' 기획 취지를 살릴 수 있고, 독자들에게 기획에 대한 매력을 시작부터 한 번에 전할 수 있으며, 취재 열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지역을 찾…기는 개뿔!

"일단 창원서 먼 곳으로 가자!"

첫째, 가까운 곳은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당장 회사 안에서부터 취재하는 내내 간섭을 할 것이다.

둘째, 실수하면 금방 들키고 시달린다.

셋째, 일단 국장에게 멀리 떨어지… 쿨럭!

마지막으로 창원을 비롯해 진주(국장이 대학 다닌 곳), 남해(국장 고향)는 절대 안 된다.

함양군 백전면 매치마을에서 양정식(오른쪽) 할아버지를 인터뷰하는 이승환 기자. /박민국 기자

그래서 처음 선정한 곳이 합천이다. 함양이 아니라 합천. 국장에게는 "경남에서 뭐 정리할 때마다 합천은 항상 제일 끝에 나온다. 이름도 그렇고 위치도 그렇고…'경남의 재발견'이라면 이런 지역부터 중요하게 품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우겼지. 그럴 듯하지? 후훗.

뜻한 대로 결론을 내렸어. 그런데 사전 취재를 준비하니 합천이 여러 가지 여건이 여의치 않은 거야. 결국 첫 행선지를 틀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래서 조건이 비슷하면서 국장에게 처음 우겼던(?) 사유와 어느 정도 부합하는 함양을 선택했고…. 그런데 감히 단언하건데 두둥! 이게 '신의 한수'였어.

'경남의 재발견' 첫 취재 지역으로 함양을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였다. 함양 취재로 '경남의 재발견' 취재와 정리 틀을 대부분 확정할 수 있었거든.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첫 취재에서 성과가 없었다면 이후 취재와 출고는 상당히 고전했을 거야.

그리고 함양에서 이룬 성과 대부분은 돌이켜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 '취재빨'이 좋았다고 할까?

먼저 취재원. 함양에서는 유난히 취재원 복이 넘쳤어. 함양군청에서 처음 만난 이태식 과장은 함양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무식의 어둠'에 갇힌 취재팀을 인도하셨지. 마을 절반이 전라도, 나머지 절반이 경상도인 '매치마을' 이야기도 이태식 과장과 긴 인터뷰에서 나왔다. 듣는 순간 뭐랄까. '경남의 재발견' 시작을 '매치마을'에서 해도 괜찮겠다는 감이 찌릿찌릿 오더라고.

그래서 일단 매치마을로 갔다. 그런데 뭐가 없어. 경상도·전라도 주소 두 개를 가진 집도 보이지 않고, 한 마을에 두 개 지역이 걸쳤다는 것을 드러낼 만한 뭔가가 없는 거야. 잠시 멍하다가 멀리 보이는 어르신 한 분에게 다가갔어. 매치마을 주민인 양정식 할아버지였지. 할아버지는 낯선 객에게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매치마을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주셨어. '경남의 재발견' 시작인 매치마을 이야기는 그렇게 나와. 지금 생각해도 운이 참 좋았다.

함양에서 취재빨(?)은 계속 이어져. 마을 파출소 경찰도 없다던 똥돼지를 찾게 해준 식당 주인, 술을 못 마신다는 술 제조 명인… 게다가 정여창 고택을 찾았을 때는 마침 제사 전날이라 후손들이 모여 있는 거야. 일부러 섭외를 해도 잘 안 될 텐데…. 이런 첫 취재빨이 이후 취재에서도 많은 용기를 주더라.

만약 이런 운이 없었다면 분명 '경남의 재발견' 연재 초반 몇 편은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많이 시달렸을 거야. 첫 취재 지역을 함양으로 선택한 것은 지금 생각해도 복이었던 것 같아.

<경남도민일보> 이승환 기자의 블로그 글입니다. '경남의 재발견' 출간에 맞춰 취재 뒷이야기와 정보를 편한 문장으로 엮었습니다. 책과 함께 보시면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편집자주>

/이승환(3할이면 충분하다·http://go3ha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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