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며 다시 돼지 저금통의 동전을 비웠다. 한동안 배고픈 돼지가 꿀꿀댈 것 같다.

묵직한 돈의 무게가 4만~5만 원은 될까? 은행 동전 교환기에 쏟아붓고 기다리니 어느새 지폐 몇 장과 우수리가 손에 쥐어진다. 여기다 조금만 더 보태면 되겠다. 3만 원, 두 장의 입금표에 나와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 넣는다.

받는 사람은 국제적 민간구호 단체인 월드비전. 1년 간 모은 동전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어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모잠비크로 날아가는 상상을 해본다. 행복한 생각이다. 그래서 이 돈은 행복 동전이며 나눔 동전이다.

매양 가고 오는 해이지만 어쩐지 한 해를 보내는 시간에는 좀 착해지고 더 나누고 싶다. 이런 마음을 알고 예수님도 한 해가 끝나는 겨울에 이 땅에 오셨는지도 모를 일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 가족에겐 연말 행사가 하나 생겼다. 돼지 저금통에 든 동전을 꺼내 크리스마스 선물 값으로 보내는 일이다.

올 초에 월드비전으로부터 작은 우편물을 하나 받았다. 뜯어보니 올해로 아동 후원 10년이 됐다는 기념 증서였다. 참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달에 2만 원이던 후원금은 3만 원으로 늘어났고 아주 조그맣던 사진 속의 두 아이는 어느새 키가 훌쩍 자라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용돈을 아껴 오빠와 함께 후원을 시작한 딸 아이는 이제 곧 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 딸 아이는 처음 후원 시작 후부터 온 아이들의 사진과 편지를 자기 방에 죽 걸어두었다. 그리고 늘 그 아이들을 위해 멋진 어른이 되어서 어렵고 가난한 사람을 더 많이 돕겠노라 말한다.

개인적 후원 외에도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에 동참해 또 다른 생명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고, 대학생이 되어 외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아들도 또 한 명의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아이들을 후원하며 참 많은 선물을 받았다. 삶의 우울과 허무가 찾아들 때 언제나 이 아이들을 생각했다. 내가, 때로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이는 내가 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소중한 사람일까 생각하면 비루한 삶도 견딜 만한 힘이 생겼다.

아들과 딸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따뜻한 아이들로 커 준 것이 가장 큰 선물이다. 나의 소유가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것이요, 나누고 함께할 때 훨씬 더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이 대견하다.

내 돼지 저금통을 가른 몇 만원의 돈이 지구의 모든 아이를 가난으로부터 구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 돈으로 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는 아이들에게는 평생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것으로 되었다.

   

선물을 받는 아프리카의 시마추티베인과 켈소바도가 선물만이 아니라 언제나 함께하는 나의 마음, 우리 두 아이들의 마음을 함께 받았으면 좋겠다.

"힘내라, 너희가 가난한 건 너희 탓이 아니야. 운명이 심술을 부려도 이겨내야 해, 우리가 늘 함께할 거야."

/윤은주(수필가·한국독서교육개발원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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