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62) 허병문 김해 한림알로에 대표

알로에 사포나리아. 사포나리아는 '베라'처럼 알로에의 한 종류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포나리아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일찌감치 인생을 건 사람.

26년 동안 이어온 알로에 사포나리아 농장 김해 한림알로에의 허병문(39) 대표를 만났다.

한림알로에는 유기농으로 키운 사포나리아 생잎 판매뿐 아니라 미스트·세럼 등 화장품, 비누, 환 등 알로에 가공품을 판매하고 있다.

◇알로에의 여왕, 사포나리아 = 허 대표에 따르면 사포나리아는 베라와는 달리 껍질째 먹을 수 있다. 다른 과일이나 요구르트를 섞지 않아도 쉽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알로에'라고 한다.

허병문 김해 한림알로에 대표. /이원정 기자

"다른 알로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포나리아는 가장 순한 알로에의 여왕이라고 할 수 있죠. 알로에 부작용이 있는 사람도 사포나리아는 부담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한림알로에에서는 이러한 사포나리아를 천연 퇴비를 이용해 유기농으로 재배한다. 물론 잡초는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거해야 하는데, 사포나리아 알로에의 바늘처럼 강한 가시 때문에 한여름에도 긴 소매 옷을 입고 무더운 하우스 안에서 작업한다. 손은 항상 가시에 긁힌 상처투성이이다.

허 대표의 아버지 허성욱(74) 씨가 사포나리아 농장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8년. 부산 강서구에서 '가락알로에농원'을 열었다.

그러다 1995년 '한림알로에농장'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김해 한림면에 터를 잡았다.

"아버지가 몇 번 사업을 실패한 후였습니다. 하루는 은사를 찾아갔는데 음료수를 내놓더랍니다. 사과 주스인 줄 알고 마셨는데, 알고 보니까 알로에 중에서 사포나리아라는 종류였습니다. 그때 딱 이거다 싶으셨답니다. 보통 알로에는 맛이 없다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사포나리아는 그 선입견을 완전히 뛰어넘는 맛이었죠."

그때부터 아버지는 꼬박 10년을 하우스에서 사포나리아와 함께 살았다. 그러한 열정이 인정받아 수익도 제법 올렸다.

허병문 대표는 2001년 대학(동아대 원예과학과)을 졸업하자마자 농장 일을 하게 됐다.

◇잉여 상품 가공으로 판매 구조 변화 = 허 대표는 먼저 1차 생산물을 납품하는 형식에서 벗어나서 고객 전산화를 추진했다. 이는 직거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지금이야 고객관리시스템이라는 말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당시에는 CMR(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직거래로 인해 40%의 매출 상승효과가 있었습니다. 판매구조가 변화한 것이었죠. 모두 고객 관리에서 비롯된 일입니다."

이어 허 대표가 눈을 돌린 것은 제품 개발이었다. 이 역시 고객관리의 결과였다.

꾸준히 고객 관리를 하며 고객 성향을 파악하고 의견을 받아 데이터를 축적하다 보니 아토피·문제성·민감성 피부 고객이 많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에게서 화장품에 대한 문의가 종종 들어왔다.

허 대표는 '순한 알로에' 사포나리아로 문제성 피부나 민감성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타깃으로 설정해 화학약품이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을 만들기로 했다.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주는 미스트 제품이 요즘 효자 상품입니다. 용기 뒷면에 전성분을 표시해 놨는데, 화학보습제나 각종 방부제, 향료, 계면활성유화제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알로에 등 천연 재료 추출물에 정제수, 글리세린, 에탄올(주정)만 들어갑니다. 먹는 환도 사포나리아와 찹쌀풀만 들어갑니다. 그래서 모양이 일정하진 않지만, 이것이 바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필요를 읽고 확실한 타깃층을 정해 만든 미스트는 출시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1차 생산물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생산물, 즉 잉여 생산물이 20%가량 나오는 데 이것을 제품화해보자 싶었습니다. 지금은 제품 반응이 좋아 잉여분을 넘어서서 가공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20%의 잉여물이 총 매출의 40%를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만일 변화 없이 1차 생산물 납품 형태를 그대로 고수했다면 지금은 아마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을 겁니다."

허 대표는 "농장도, 제품도 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알로에를 주로 갈아먹는 데 그쳤습니다. 이것을 20년간 이어 오는 동안 고객도 나이가 들었습니다. 여기에 머물렀다면 지금 우리 고객은 완전 고령층일 겁니다. 하지만 화장품을 내놓으면서 아토피가 있는 아이, 가족이 있는 사람으로 고객층이 젊어졌습니다."

◇무경운·유기농 재배 = 허 대표의 농장 운영 원칙은 확고하다. 사람과 자연을 동시에 이롭게 하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한림알로에 사포나리아는 수령 20~26년이 됐다. 이것을 '무경운 재배'로 알로에를 키운다.

"경운 재배란 땅이 숨을 쉴 수 있도록 인위적으로 땅을 파서 뒤집는 것인데, 유기농에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렁이나 개미 등이 경운을 하는 거죠. 그만큼 땅이 건강해야 합니다. 피부나 땅이나 비슷합니다. 인위적인 방식을 자주 쓰면 자생력이 없어집니다."

사포나리아. /이원정 기자

허 대표는 사포나리아와 함께 베라도 일부 키우고 있다. 처음에는 사포나리아에 집중했는데, 마케팅 매니저의 코치를 받고 베라를 도입했다. 이는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비교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결국 사포나리아를 비교 대상으로 만들어 고급화하려는 의도이다.

"익숙한 베라를 원하는 고객에게 무조건 사포나리아가 좋다고 권하면 '사포나리아뿐이니까 팔아먹으려고 좋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한림알로에를 외면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베라를 찾는 고객에겐 베라를 판매하고, 사포나리아의 장점을 설명해 줍니다."

사포나리아 잎은 1년 반 정도 자라면 상품화된다. 당일 수확 후 가시가 붙은 그대로 잎을 식품 종이에 개별 포장해서 택배를 보낸다.

1년 생산량은 100t가량으로 택배는 1만 2000건에 달한다. 지난해 매출은 6억 8000만 원을 올렸다.

◇김해 특화 작물로 = 허 대표의 향후 계획은 소비촉진을 위한 체험과 교육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포나리아는 피부뿐 아니라 위나 장 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꾸준히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알로에 베라는 많이 알려져 있어 먹는 법 등을 아는 사람이 많지만, 사포나리아는 비교적 생소하므로 상품의 본질이나 장점을 깊이 있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말로만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단순히 둘러보기 식 체험, 아이들 놀이체험이 아니라 농업인이나 도시 소비자, 농업계 학생을 대상으로 교육적인 측면을 강화한 체험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알로에 사포나리아를 김해 특화 작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 사포나리아 알리기가 급선무라는 허 대표는 각종 박람회에 참석해 시민들에게 사포나리아를 보여주고, 주스 만들기 등을 시연하고 있다. 1년에 박람회 참가만 10회가 넘는다.

현재 농장 규모는 약 1만 8000㎡(5500평)로,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2015년 시작해 2016년 완공 계획이라 내년은 그 준비로 바쁠 것으로 예상된다.

허 대표는 아직 30대이지만, 상복이 많은 편이다.

그동안 지식농식품실현 벤처농식품 경연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하고, 우수 신지식인상(농업부문)을 받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어느 해보다 의미가 크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선정하는 신지식농업인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해 선정된 신지식농업인 중 최연소이기도 하다.

"상을 받았다고 당장 돈이 되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명인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제품 문의 www.sapo.kr(전화 055-324-1880, 010-3877-7437).

<추천이유>

◇노영동 김해시농업기술센터 녹색기술담당 = 한림알로에 허병문 대표는 농업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1차 농산물에 가공을 추가해서 부가가치를 향상시키고 이웃 농가와 지식을 공유하는 진정한 강소농입니다. 동절기 온도관리와 전조기술 도입으로 알로에의 열과 현상을 6.7%에서 0.3%로 현저하게 줄였을 뿐만 아니라 유기농 알로에 사포나리아를 활용한 무화학 화장품 스킨케어, 클렌저 등 9종을 개발해서 농업의 6차 산업으로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상거래를 통한 직거래 추진으로 농가수취 가격을 66% 증가시키는 등 알로에 생산농가를 조직화해서 지역특화작목으로 발전해가는 벤처농업의 선두주자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