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표현주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의 '루치안 프로이트의 세 가지 연구'가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서 1억 424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28억 원에 낙찰돼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베이컨은 어떠한 예술 관련 교육도 받지 못했으나, 인체를 고깃덩어리처럼 왜곡되게, 뒤틀리고 찢긴 듯이 표현한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의 그림 삼면화(1965)에는 나치의 완장(만(卍)의 방향의 반대인 우만자)을 차고 있는 근육질의 사나이가 있다. 그는 옷을 입지 않고 의자 위에 웅크리듯 있는 모습이기도 하고, 아니면 근육을 쥐어짜듯 하는 보디빌더의 형상으로 엉거주춤하게 서 있다.

들뢰즈는 베이컨의 그림이 서사적 이야기가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더라도 삼면화에서 완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꾸 눈길이 간다.

1983년 출간된 윤흥길의 소설 <완장>에도 완장이 있다. 지금도 변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보상 문화와 완장 문화의 폐해를 연상케 한다.

선거가 끝나면 수많은 '완장'이 득세했다. 지역에서도 예외없이 지연·학연·혈연을 끈으로 한 완장들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그 가운데는 문화계 완장도 있었다. 극우적·폭압적 문화권력 완장을 차고 설쳐대기도 하고 오히려 문화예술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최근 경남에는 문화예술 지원금이 대폭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문화예술단체를 이 잡듯 뒤지고 있는 경상남도의 감사와 검사가 진행 중이다. 겨우 전국에서 끝자리에 있는 지원에 비추어 모든 문화예술단체를 잠재적 범죄 집단 취급하는 모양새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지나치다 싶다.

돌아보면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구호가 대통령이 네 번 바뀌었건만 지켜지지 않았다.

모든 잘못이 행정처리 미숙과 관행에 길들여진 문화예술단체의 잘못뿐일까. 문화 도정의 책임은 없는 것일까.

이 분요한 상황에 총 13개 조항으로 구성된 문화기본법이 10일 자로 국회를 통과했다. 국민의 문화권과 국가적 책무 외에도 문화정책 수립과 시행상의 기본 원칙, 5년 단위 문화진흥 기본계획 수립, 문화 진흥을 위한 조사·연구와 개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시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영향평가'를 국가적 책무로 규정했다. 문화적 가치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기반이라고 할 수 있다.

지방의 문화 융성을 위해서 '지금 완장'을 차고 있는 사람들은 먼저 자기 팔에 걸린 완장부터 되돌아 보아야 한다. 지금 누가 완장을 차고 있는가.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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