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9월 전역했다. 전역하면 '예비군'에 편입됐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투에 투입된다. 한반도는 '종전'이 아니라 '휴전'국가이므로 엄격하게 말하면, 전역은 했지만, 완벽하게 군인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1990년 복학을 했다. 자연스럽게 '지역예비군'이 아닌 '직장예비군'에 편입됐다. 대학생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있다. '동원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원훈련을 하면 3박4일 동안 군부대 안에서 지내야 했다. 물론 현역 때와는 다르지만, 자신이 복무했던 방향으로는 '오줌도 누지 않는다'는 다짐이 무참히 깨어지는 순간이다.

'고추동무'(어릴 적 동무) 중 남자가 7명이다. 대학을 다녔던 사람이 2명이었다. 5명은 "너희들은 군 복무도 석 달 적게 하고, 동원훈련도 안 받는다"며 불만과 부러움을 함께 표현했었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은 무슨 말인지 다 알 것이다. 당시 대학생들은 1학년과 2학년 때 군부대 안에 들어가 1주일 군사훈련을 받았다. 1주일을 군복무 45일로 인정해주었다.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가면 45일, 2학년 마치고 가면 석 달이었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45일 또는 90일은 엄청나다. 선임병보다 빨리 전역하는 후임병들이 비일비재했다. 그것 때문에 군생활을 어렵게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일본군 장교 출신 독재자 박정희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병영국가' 대한민국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그 중 하나가 향토예비군 창설이다. 1968년 1월 북한 특수공작원 31명이 자행한 '청와대습격사건'과 미국 '푸에블로호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박정희는 기다렸다는 듯 2월 7일 경전선 개통식에서 예비군 창설을 선언한다. 경전선 개통과 예비군 창설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박정희는 그랬다. 4월 1일 창설한다. 일사천리였다. 결국 대한민국 남성들은 전역을 하고도 다시 "용사로 뭉쳐야"했다.

그래도 박정희는 대학생들에게는 동원훈련을 면제해주었다. '학습권 보장'이란 이유를 들어. 하지만 43년 만에 다시 동원훈련을 부활할 모양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국방부는 10일 내년부터 4년제 대학생 예비군 중 졸업유예자와 유급자를 대상으로 동원훈련을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생 예비군 동원훈련 43년 만에 부활. 1971년 학습권 보장을 위해 면제했던 대학생 동원훈련까지 부활시킨다니, 이는 유신시대 이전으로의 퇴행 아닌가. 과거로 폭주하는 이 정부 정말 절망스럽다"(@cha*******)

"내년부터 대학생 예비군도 동원훈련을 받는다. 1971년 대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동원훈련을 면제한 지 43년 만이다. 국방부는 이제 유신 이전으로 돌아갑니다."(@met******)

"이제야 철없이 '일베짓' 하던 아이들이 독재나라의 아픔과 모순을 직접 겪어 알 수 있는 계기가 온 듯…세상 참 알다가도?"(@got******)

특히 일부 누리꾼들은 교련도 부활할지 모른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딩들은 교련 준비하시구요, 초딩. 중딩들은 국민교육헌장 외울 준비하세요"(@hn******)

"왜, 아주 교련 과목에 군사 훈련도 넣어서 부활시키시지."(@raf*****)

"걱정마라 곧 교련도 부활할테니! 병영국가만큼 그리운 게 없느니라"(@can****)

"내년부터 대학생 예비군도 동원훈련을 받게 되면…고딩님들 필수과목으로 교련 수업도 부활 되려나…아이들은 고무줄 놀이 하면서 '무찌르자 공산당~' 노래 부르고~"(@Vinn*****)

물론 국방부는 "대학생 예비군 전체에 대한 동원훈련을 부활이 아니라 '수업연한이 지나고도 계속 학적을 유지하고 있는 졸업유예자'와 '유급자' 등 정상적으로 동원훈련 보류 기간이 끝난 대학생예비군"이라고 밝혔다. 즉 전체 대학생을 동원훈련에 참가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해명이다.

하지만 전체 대학생이 아니더라도, 대학생이 43년만에 동원훈련에 소집되는 것은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대중자서전 1>에서 독재자 박정희가 예비군을 창설한 이유를 "예비군은 북한 침략에 대한 방위라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박 정권은 이를 주민 통제용으로 활용하고 있었다"면서 "안보를 빌미로 전 국민을 군사 조직으로 묶어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인들을 삽시간에 군인으로 만들 수 있기에 언제라도 부당한 목적에 동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비군 창설이 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한 순간에 군인으로 만들기 위함 것임을 지적한 것이다.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예비군 폐지"를 주장했다. 김 대통령은 같은 책에서 "반공이란 구호 아래 숨도 못 쉬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할 필요가 있었다. 박 정권의 '반공 독재'를 깨뜨릴 기폭제가 절실했다. 그래서 일찍 향토예비군 폐지를 주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훈련 대학생 확대를 선언한 국방부 발표에 대해 민주당이 "향토예비군 폐지"를 주장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박정희 정권 때 김대중은 했다.

지난 7월 고등학생들이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극기훈련을 받다가 5명이 숨졌다.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군부대가 주최하는 극기훈련을 받았다. 그 때는 '병영국가'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지금 대한민국은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군대문화를 보여준다. 시나브로 군사문화가 스며들고 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이 있다. 한 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다. 43년 만에 대학생들도 동원훈련을 받는다. 그럼 조금 더 지나면 전체 대학생으로 확대하지 않는다고 장담 못한다. 시작은 어려워도 확대는 쉽다. 더 나아가 누리꾼 우려처럼 '교련부활'도 가능하다.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지금도 학생들은 '병영체험'을 하고 있다.

/耽讀(인서체와 함께 하는 블로그·http://blog.daum.net/saenoo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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