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재개원을 위하여 시민사회 단체들이 추진한 주민투표를 막으려고 경남도가 주민투표 청구인 대표자 증명서를 교부하지 않은 것은 주민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법원이 시민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경남도가 과다한 예산이나 내년 지자체 선거에의 영향을 이유로 주민투표를 허가하지 않으려는 것은 주민투표법상에 보장되는 민주적 권리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하여 홍 지사는 불복할 뜻을 밝혔고, 경남도는 항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 주요결정사항으로서 자치단체 조례로 정한 사항을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상남도 주민투표조례는 '다수 주민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한 주요 공공시설의 설치·관리에 관한 사항'과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주민의 복리·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사항' 등을 주민투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누구보다 법을 잘 알고, 법을 잘 지켜야 할 홍 지사이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지방사무로 경남도의 고유 권한을 집행했다손 치더라도 주민투표까지 막을 권한은 없다. 아니 권한이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장으로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자치 민주주의의 대의와 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것도 모자라 이젠 대법원까지 끌고 가 지자체 선거 이후까지 시간을 벌겠다는 심산이니 과연 홍 지사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민투표는 유권자 260만여 명의 5%인 13만1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성사된다. 투표를 원하는 주민이 많으면 법에 따라 치러야 하는 게 당연한 의무요, 주민의 요구에 따른 예산집행이니 과다하다거나 시기가 맞지 않다고 원천 봉쇄하려는 건 지사 개인이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재개원 여부 역시 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투표하여 과반수의 찬반으로 결정할 일이니 이 또한 지사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주민의 민주적 권리를 막을 권한이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민주주의의 기본을 업신여기는 게 아니라면 당장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고 승복하여 시민의 요구에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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