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함양군 기획감사실 예산부서 이미연 씨

어깨 너머 칼칼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거야 저희도 알죠. 마음 같아서는 1억 아니라 10억 원이라도 드리고 싶지만, 아시잖아요, 한정된 재원 속에서 얼마나 빠듯한 살림을 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해 주세요. 우리도 온 힘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할 수 있도록 해 드리는 게 저희 역할이니까 온 힘을 다할게요. 예쁘게 봐주세요."

함양군 기획감사실 예산부서에 근무하는 이미연(43·사진) 주무관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마 내년도 사업에 대해 사업담당자와 예산안 협의 중인 모양이다.

공무원은 '땡' 하면 퇴근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들어온 신규 공무원이 이것이 헛된 꿈이었단 사실을 아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부서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가 오면 비상근무, 눈이 와도 비상근무, 가뭄이 심해도, 강풍이 불어도, 태풍이 와도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이미연 주무관이 근무하는 예산부서도 일 년 중 6개월 이상을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예산편성작업, 국·도비 및 교부세 자료관리, 재정집행 관리, 재정분석 등 엄청난 업무에 시달리는 부서다.

이들은 군청 내의 전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때로는 농업인, 기업가, 마을주민, 각종 단체 등 수많은 단체·개인과 부딪치며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이 주무관은 지난 1995년 거창군청에 신규 임용돼 근무하다 1997년 고향인 함양군청으로 전입했다. 2003년 지방전산주사보로 승진해 2009년 예산담당으로 자리를 옮긴 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힘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주무관은 "법으로 정해진 기간 내에 부서 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행부서의 입장에서 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필요한 사업비 확보 등 정말 필요한 곳에 어떻게 예산을 적정하게 투입해야 군정이 잘 추진될 것인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정리해 나가도록 진행하는 과정이 정말 많이 고민스럽고, 어깨가 무겁고 힘들다"며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나, 몸이 안 좋을 때, 아이들 학교 공개수업이 있을 때, 가정에 대소사가 있을 때조차도 주어진 일을 제때 해 내야 하는 일들이 정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년 9월부터 11월 말까지는 다음해 예산을 편성하는 시기로, 이때는 주말은 물론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밤 12시가 넘어야 퇴근한다.

이 주무관은 모든 일에 최선을 강조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낸다. 많은 직원의 예산편성에서 예산집행, 결산까지 예산과 관련된 모든 고충상담과 e-호조 프로그램 유지보수 처리까지 하루가 48시간이라도 항상 모자란다는 말을 한다.

전산직으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예산관리 프로그램인 e-호조 시스템을 '전 직원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 주고 싶다'는 의지로 5년 동안 직원들에게 수차례 시스템 교육을 시행하고, 필요하면 활용 Tip 메시지 보내기 등 시스템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직원들의 e-호조 선생님으로 통한다.

또 휴가를 반납하고 재정이 열악한 함양군의 교부세 확보를 위해 자정을 넘기며 자료를 검토하고 또 검토하곤 한다.

함양군은 경남 내에서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중의 하나다.

적은 자체 세입으로 국·도비 보조사업에 대한 군비 부담과 필수 경비를 제외하고 나서 자체사업 예산을 편성한다.

이 주무관은 함양군은 어려운 재정여건 해결을 위해 의존재원 확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군수, 부군수, 기획감사실장, 업무 담당자와 함께 경상남도와 중앙부처, 국회를 연이어 방문해 국·도비 및 교부세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 주무관은 "함양군은 2008년 이후 6년째 부채 제로(0)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지역현안사업 등 개발 사업을 역동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면서 "늘어나는 복지수요, 함양군의 장기 발전을 위한 개발전략 실현을 위해 80%에 이르는 의존재원을 국·도비 확보와 민자 유치 등을 통해 확충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연 주무관은 "함양군은 적극적인 민자 유치, 정부공모사업 등을 통한 국비 확보, 세수확보와 경비절감, 선심성·치적 쌓기 사업 자제를 통해 부채 없는 지방자치단체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모범 사례로 인정받아 2011년 기준 안전행정부 지방재정건전성 평가에서 최우수인가 등급을 받아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며 "앞으로도 건전재정운영을 통해 부채 제로의 신화를 이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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