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꿈 가진 아이들에게 그들 소질·특기 존중해줘야

"보리학교 김용택 선생님이세요?"

"그렇습니다만…누구신지요?"

"선생님, 이 일을 어쩌면 좋지요?"

"무슨 일이세요?"

"아이가 학교가 안가려고 해요?"

"왜요?"

"아침에 일어나 학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에 '너 학교 안가니?'라고 물었더니 '저 오늘부터 학교 안 갈 거예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어떻게 해야 되죠?"

교육하는 학교를 만들다

낯선 사람에게서 가끔 이런 전화를 받는다. 대안학교인 가온누리센터(법) '보리학교'를 시작한 후부터다.

창원에 가면 기숙형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가 있다. 교육하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고 온갖 어려움을 딛고 만든 학교다. 무너진 학교를 두고 학교를 보내면 교육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학부모를 어떻게 모른 체 하느냐며 교육감을 설득해 만들었다.

설립 때 TF팀장을 맡은 게 인연이 되어 2011년부터 2년 동안 이 학교에서 '대안학교지원센터장'을 맡아 아이들을 돌보며 지냈던 일이 있다.

시험문제풀이로 날밤을 새우는 학교가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교육과정을 짰다. 교칙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복장이나 두발의 규제를 두지 않았다. 장래 희망하는 직업과 관련한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인턴십(LTI:learning through internships)이라는 과정에 넣었다.

가수가 되고 싶은 학생,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학생, 한의사가 되고 싶은 학생, 제빵 기술자가 되고 싶은 학생…. 이런 학생들이 사회현장에서 일하는 멘토를 만나 스스로 배우고 배운 결과를 발표하기도 하는 학교다.

입학 때가 되면 3~4대 1의 경쟁률이 말하듯 인기다. 흔히 사람들은 대안학교라고 하면 문제아(?)들을 모아두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는 그런 학교가 아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스스로 공부하는 학교. 일종의 특성화학교다.

전국에 대안학교가 130여 개나 된다. 인가받은 중등 '대안교육 특성화학교'가 34개(중학교 10, 고등학교 24), 이 가운데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는 경기대명고, 태봉고, 전북동화중, 한울고등학교 등 4곳밖에 없다.

대안학교는 그 숫자만큼 정체성이 다양하다.

연간 공납금이 수천만 원이나 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말이 대안학교지 일류학교에 입학을 시키기 위한 입시전문기관인지 구별이 안 되는 학교도 있다. 공립이 있는가 하면 사립도 있고,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대안학교도 부지기수다.

학부모들 중에는 학력인정도 받고 시험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공립대안학교를 찾는다.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등학교는 가난한 학생, 끼가 있는 학생, 일반계학교에 자퇴를 한 학생이 오는가 하면 중학교를 졸업하고 몇 년씩 놀던 아이, 또는 검정고시에 합격한 학생도 입학한다. 대안학교를 찾는 부모들이 다 그렇지만 태봉고등학교에 가면 아이들이 마음잡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차 있다.

사설 대안학교를 만들다

합격하지 못할까 안정부절못하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온 학부모들… 희망하는 학생들에 비해 학교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다. 떨어져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고 몇몇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태봉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해 실망하는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탈학교 학생들을 위해 학교를 만듭시다.' 그래서 만든 게 가온누리센터(법) '보리학교'다.

보리학교는 필자가 여상에 근무할 때 가르쳤던 제자와 학교 근무가 끝나면 퇴근하는 시간에 찾아와 아이들을 보살피는 선생님, 그리고 우리와 뜻을 함께 하는 지역 인사들의 도움으로 학생들에게는 일체의 부담을 주지 않는 전액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학교가 싫어 학교 밖으로 나온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시간 맞춰 공부하러 오지 않는다.

어떻게 마음 붙일 곳이라도 만들어줘야겠다는 선생님들의 사랑이 아이들의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고 책을 읽어 주거나 영화를 보여주기도 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하나 둘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체험학습이나 책읽기도 하고 여름이면 제주도나 지리산 등반을 가기도 한다. 학생들 중에는 검정고시를 치르겠다는 기특한 학생도 있어 벌써 4명이나 합격했다. 조금씩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겠다는 학생을 보면 기특하고 신기하다. 하루 종일 피곤한 일과를 마치고 이 아이들 돌보러 오신 선생님들 중에는 '내가 이 아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하면서 오히려 고마워하기도 한다.

아이들, 누가 지켜줄 것인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만 무려 10만6022명이다. 학령기(초 1~고 3)의 어린이와 청소년 수는 713만 명이다. 이들 중 658만 명은 학교에 다니지만 나머지 4%인 28만 명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교육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학령기 학생들이 이 정도라면 그 전에 학교를 떠나 방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얼마나 될까?

해마다 쏟아지는 '탈학교' 아이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 그들은 버려져도 괜찮은 존재일까? 학교가 싫어 방황하다 홈스쿨링이나 대안학교를 찾아오는 아이들….

그런데 대부분의 비인가 대안학교는 학비가 비싸 학부모들의 부담이 크고 또 다른 차별·소외감·열등감 때문에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어른들은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기를 강요한다.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의사나 판검사가 돼야 하는지, 사회적 지위가 왜 필요한지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어른의 기준으로 만들어 놓은 가치와 기준으로 살기를 강요받으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저항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다 너를 위해서야, 아버지 어머니가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인데….' 이런 말로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할까?

어렸을 때 유난히 말썽을 피우는 아이가 있다. 부모 말은 도무지 듣지 않고 생떼를 부리며 유난스러운 아이들. 어른들은 그런 아이에게 '문제아'라는 딱지를 붙여 사회에서 격리하기를 좋아한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할까? 부모의 기준에서 부모가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해야 한다. 내 자식이니까, 우리 가문을 일으켜 세울 사람, 내가 못 이룬 꿈을 이루어 줄 사람으로 커주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욕심이 아닐까?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은 부모님들이 살아 온 세상과는 다른데… 그들에게는 자기네들이 바라는 꿈이 따로 있는데… 어른들의 기준에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가치와 규범에 맞추지 못해 안달일까? 일등을 해야 하고, 일류 대학을 나와야 하고, 고시에 합격해 판검사나 의사가 되어야 하고, 반드시 공무원이 되어야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스펙 쌓기보다 개성에 맞는, 소질과 특기를 살리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없을까? 자녀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어른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을까?

/참교육(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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