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외출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본 순간 삭막하다고 느낀 건 왜일까? 엊그제만 해도 나무엔 빨갛고 노란 잎들이 가을임을 알려주고 있었는데 주말에 내가 본 나무는 빨갛게 노랗게 물들어 있던 나뭇잎은 온데간데없고 어느 새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었다.

이젠 단연코 겨울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추울 거라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벌써부터 닥쳐올 추위가 겁이 난다.

어린 시절엔 집안 창고 가득 연탄이 쌓이면 '아 곧 겨울이구나' 했다. 겨우내 쓸 연탄을 창고에 가득 쟁여놓고 겨울이 되면 어머니는 번개탄으로 연탄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밤새 보일러실을 왔다 갔다 하셨다.

그 덕분에 우리는 방안 뜨끈한 아랫목에서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아파트로 이사 가기 전까지 어머니는 겨울마다 그 수고를 감당하며 가족들의 겨울을 책임져 주셨다.

지금의 우리집에서 우리 아들 딸들은 무엇을 보고 겨울이 오는 것을 느낄까. 옛날엔 연탄을 쌓아놓고 아궁이에 불 지필 장작을 쌓아놓고 겨우내 먹을 김장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월동 준비였다.

지금 난 친정이나 시댁에서 김치를 가져다 먹으니 집에서 김장도 하지 않고, 가스나 기름, 전기로 난방을 하는 요즘엔 연탄이나 나무를 하는 월동 준비도 없다. 세월이 흘러 어머니가 된 나는 편해졌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겨울을 맞이하는 추억거리 하나가 줄어든 거 같아 아쉽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주말 동안 아이들과 함께 월동 준비를 했다. 식구대로 내복을 구입했고, 문풍지를 비롯해 틈새 바람을 막아주는 용품들, 거기에 뽁뽁이라 불리는 에어캡까지. 겨울에 늘어나는 난방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여러 물건을 구입했다.

신생아가 있다 보니 보일러를 계속 안 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마구잡이로 돌리자니 난방비로 나가는 돈이 장난이 아닐 테고. 난방비도 절약하면서 따뜻하게 지내기 위해 난 본새를 버렸다.

내복으로 몸은 더 부해 보이고, 집안 문틈마다 덕지덕지 문풍지가 붙었고, 유리마다 뽁뽁이가 붙었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을 해보겠다는데 폼 좀 버리는 게 대수일까.

특히 요즘엔 뽁뽁이가 대세. 외부의 찬공기를 차단해주고 보온 효과에 결로 방지 효과까지 있는 아주 똘똘한 친구다. 창문에 물뿌리개로 물을 흥건하게 뿌려주고 붙여주기만 하면 끝이니 작업하기도 쉽다. 바깥이 잘 안 보이긴 하지만 따뜻함을 위해서라면 겨울 몇 달 동안은 참을 수 있다.

   

작업을 다 끝내고 나니 네 살 된 딸이 나에게 묻는다. "엄마 이렇게 하면 안 추워요?"

내가 겨울이면 연탄을 추억으로 떠올리듯 이 아인 겨울과 함께 뽁뽁이를 기억하겠지 싶어 피식 웃음이 난다.

그래. 지난겨울보다는 덜 추울 거야. 우리 따뜻하게 지내보자!

/김성애(구성작가)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