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모텔이 대세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가볼 만한 기회가 없었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종편에 출연하는 모 인사가 감탄을 하며 칭송하는 것일까 궁금하기도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무인모텔에 들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박2일 일정으로 나섰던 경북 청도 여행을 통해서다.

원래 숙박하려던 곳은 용암온천이다. 객실에 스파시설이 있어서 하룻밤 묵으면서 온천도 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예약을 시도하려 했으나 두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는 말에 절망한 채 허름한 모텔에서라도 묵을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들어선 길목에서 무인모텔을 발견하게 되었다. 천우신조라고나 할까.

무인모텔은 단순히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금 지불부터 시작해서 들어가고 나올 때 주인장을 만나서 상대하지 않아도 되니 뻘쭘함이 덜할 수밖에 없는데 이번에 들른 무인모텔은 그냥 무인모텔이 아니라 무인카모텔로서 객실이 완전히 독립적인 공간을 이루고 있었다.

자판기처럼 생긴 무인정산기.

즉 객실 하나당 주차장 하나를 겸비하고 있어서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객실로 연결된 계단을 통해 올라가므로 그 사이 그 누구와도 마주칠 일이 없었다. 요금 지불도 자판기처럼 자동화되어 있으므로 그야말로 흔적(?)도 없이 들어왔다가 흔적도 없이 나가면 될 일이었다.

이번에 들른 무인카모텔의 숙박요금은 평일 4만 원, 주말 5만 원이다. 자판기처럼 생긴 무인정산기에 요금을 넣으면 자동으로 객실 문이 열리는데 시설은 여느 모텔과 다를 바가 없다. 특별히 더 좋은 것도 아니고 딱히 뒤진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무인모텔을 찬양하는 것은 쓸데없는 만남을 최소화하고 숙박이라고 하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모텔에 들어서면 으레 대실이냐 숙박이냐 물어보고 요금을 내고 객실 키를 받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무인 모텔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냉온정수기가 있고 식기건조기가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오가는 모텔에서 컵을 쓰기가 망설여지기 마련인데 컵 전용 식기건조기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한결 안심이 된다. 그래도 여전히 쓰기에 망설여진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처음 가 본 무인모텔은 분명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빈방이 있는지 없는지는 1층 주차장을 통해서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주차 후에는 객실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모텔의 경우 은밀한 만남의 장소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이번처럼 여행지에서 숙박을 정하지 못했을 때도 나쁘지 않은, 아니 어떤 면에서는 좋은 선택으로도 보인다. <마녀사냥>에서 허지웅이 왜 무인모텔에 대해 찬양하는지 알 수 있는 첫경험이었다.

/로빈(Robin Times·http://blog.chosun.com/u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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