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경남메세나협의회는 왜 강한가

경남메세나협의회(회장 박영빈 경남은행장)가 지난 5일 창원 리베라컨벤션 7층 그랜드볼룸에서 2013 메세나대회를 열었다. 올 한해 활동을 되짚어보고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기업체와 예술 단체에 상을 주는 자리였다.

2007년 10월 창립 당시 메세나 회원 기업은 79곳, 후원받는 예술 단체는 10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회원사는 205곳, 예술 단체는 105곳으로 크게 늘었다. 경남메세나가 창립 6년 만에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 돋보여 = 우리나라는 1994년 한국기업메세나협의회(2004년 한국메세나협의회로 개칭)가 탄생하면서 메세나 활동이 시작됐다.

지역에서는 2004년 1월 광주에서 메세나 운동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가 없다. 지역 차원은 2007년 8월 울산메세나운동추진위원회가 생기고 부산메세나진흥원, 경남메세나협의회가 잇따라 창립되면서 본격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이후 2008년 7월 충북메세나협의회, 2011년 12월 제주메세나운동본부가 연이어 출범했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성적표는 앞서 광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설립 붐이 일고는 있지만 경남을 제외하면 미흡한 실정이다.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한국메세나협의회와 경남메세나협의회는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다른 지역은 기업이 소극적이며 대부분 관 주도적이다. 초기 기반 조성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자생적이고 꾸준한 발전을 위해서는 민간 및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된다.

박덕운 경남메세나협의회 전무는 "무엇보다도 창립 이후 회장사인 경남은행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사업을 이끌었고 경남도와 의회에서도 큰 역할을 해주었다"면서 "이어 한국메세나와 전 세계 메세나의 예술지원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하거나 준용한 '매칭펀드'를 제도화했는데, 이 매칭펀드는 기업의 자금이 예술 단체에 흘러들어가 예술 단체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해결하는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박 전무는 또 관의 지나친 간섭이나 통제가 없는 '민간 주도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발족한 것도 경남메세나협의회 성공의 밑거름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시상식이 지난 5일 오후 창원리베라컨벤션에서 열렸다. 경남메세나협의회 회장인 박영빈(오른쪽 여덟째) 경남은행장과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한국메세나협의회와 대등한 관계로 = 현재 경남메세나협의회는 우리나라 메세나 활동의 큰 축인 한국메세나협의회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발전했다.

현재 회원사 수(205곳)는 한국메세나협의회(229곳)와 큰 차이가 없다. 구체적 사업 내용이나 운영 성과 등을 보더라도 경쟁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주요 사업은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 사업 △회원사 협력 사업 △문화나눔 사업 △연구 및 홍보 사업 △경남메세나대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많은 예술 단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고 기업들 사이에 '문화경영'이 자리 잡게 됐다.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고려철강의 후원을 받은 가곡전수관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고, 경남은행 지원을 받는 경남오페라단은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수상했다.

미즈맘병원과 결연된 창원미협 회원은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경남 작가로는 40년 만에 대상을 받기도 했다.

◇메세나 지원기업 세제혜택 늘려야 = 올해 5월 경남발전연구원 사회여성연구실 한상우 연구위원은 '경남메세나 5년 성과와 향후 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경남 메세나 운동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참여율을 높이고 메세나 지원 기업에 대한 충분한 세제 혜택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남도 차원에서 지방세 감면이나 기타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경남메세나협의회 측도 이에 공감하고 있다. 박덕운 전무는 "대다수 예술 단체의 행정 업무가 미숙한데 이를 보완·지원해줄 문화예술 도우미가 절실하다.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과 문화 기획·행정에 전문성을 갖춘 메세나 전문인력 충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전무는 경남메세나협의회 향후 계획으로는 △기업과 예술 단체의 메세나 매칭펀드 결연 사업 확대 △예술 단체와 메세나협의회, 회원사 네트워크 강화 △지역문화 특화 사업 확대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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