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주말] (94) 주남저수지 철새 축제

살짝 머뭇거려지는 발걸음이다. 그네들의 보금자리를 방해할 마음이 없다.

혹독한 북극 지방의 추위를 피해 족히 4300∼6000㎞를 남쪽으로 날아온 귀한 손님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 온전히 그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 생명이 펄떡이는 그곳에 풍부한 먹이가 넘쳐났으면 좋겠고, 새들이 충분히 쉬고 갈 수 있는 휴식처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철새가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를 찾았을까? 우리나라는 이동하는 철새들에게 지리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호주 경로상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청둥오리./김구연 기자

"꾸엉 꾸엉, 꽈앙 꽈앙~."

물억새와 갈대가 어우러진 스산한 주남저수지에 그들의 소리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참 고즈넉한 세상이다.

주남저수지는 특유의 청량함이 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의 서늘한 기운은 잔잔한 물가가 주는 편안함과 어울려 참 묘하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펄떡이는 생명이 조화를 이루는 신비스러움, 여기에 철새들이 주는 이색적인 풍경까지 보태지니 보는 곳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절경이다.

주남저수지를 찾은 재두루미./김구연 기자

긴 목을 가진 커다란 철새가 가지런히 줄을 맞춰 청명하기만 한 하늘을 날아간다. 마치 만화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시리도록 차가울 것 같은 물 위, 철새들의 힘찬 물푸레질을 보고 있으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억새로 엮어 놓은 철새 탐조대 사이사이 망원경을 놓아두어 유유히 겨울을 나는 철새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겨울철에 관찰되는 철새는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큰고니, 청둥오리, 고방오리, 쇠오리 등 30종 이상이다.

올여름 연꽃 군락으로 인간에게 또 다른 선물을 제공했던 연꽃 습지 터도 이젠 철새들의 놀이터로 변신했다. 적당한 물과 식물이 어우러진 밭두렁에 유유히 철새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7일부터 9일까지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에서는 '제6회 주남저수지 철새 축제'가 열린다. 주제는 '저수지! 그곳에 깃든 생명을 찾아서'다. 이번 축제에는 조류 전문가와 함께하는 LIVE 탐조여행을 비롯해 △철새 골든벨 △철새 먹이주기 행사 △치어 잡기 행사 △찾아가는 조류관 운영 △보리 화분과 물 마시는 새 만들기 체험 등 생태교육 행사를 마련했다.

이와 함께 △다문화 음식체험 △촉감놀이 상자와 곤충 눈 체험 △꽃차 체험 △야생화 분화 체험 등도 준비돼 있다.

주남저수지./최규정 기자

<주의해야 할 점>

△소곤소곤! 살금살금! = 새들은 소리에 민감하므로 소리를 지르거나 뛰어다니면 안 된다.

△원색(노랑·빨강·파랑)의 옷은 피한다 = 새의 시력은 사람의 8∼40배이며 원색을 싫어한다.

△가까이 가거나 돌을 던지면 안 된다 = 위협을 느끼며 도망간다.

△쓰레기를 버리면 안 된다 = 무심코 버린 쓰레기를 주워 먹고 죽는 새도 많다.

<인근 맛집>

주남저수지 입구에 자리한 '그때 그 시절에-창원향토자료전시관' 1층에는 수제비와 파전 등을 파는 '밀밭'(창원시 동읍 월잠리 371)이 있다. 홍합이 수북이 올라가 도통 수제비가 보이지 않는 해물수제비가 눈앞에 차려진다. 홍합과 조개 등이 만들어낸 국물은 속을 데우고 입안을 개운하게 한다.

2층 '그때 그 시절에- 창원향토자료전시관' 300㎡의 아담한 공간은 1970∼80년대 세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해물수제비 5000원 △들깨수제비 5000원 △파전 7000원. 055-256-75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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