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맛집]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사무소 앞 '국시방'

정갈함.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에 있는 '국시방'에서 먹은 국시(국수의 방언)와 비빔밥은 지금껏 먹어본 음식 중 가장 정갈했다. 메뉴는 물국시·비빔국시·비빔밥 3가지다.

심심한 첫맛 깔끔한 뒷맛 물국시

맑디 맑은 멸치 육수로 낸 물국시는 첫 맛이 심심하다. 짜고 매운 걸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맛으로 먹느냐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다.

깔끔한 육수 맛을 즐기려면 양념장이 필요 없지만 그래도 싱겁게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따로 양념장이 나온다.

국시에 올려진 고명은 배추와 애호박이 전부다. 살짝 데친 배추는 노란 속잎만 써 부드럽고 달달하다. 푸른 겉잎은 따로 모았다가 말려 시래기로 쓴다.

삶아낸 애호박은 겉은 연녹색에 속으로 갈수록 노란 것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참깨와 들깨를 갈아 고명과 함께 올려놓으니 육수에 고소한 맛이 배어난다. 통깨를 써 국물에 둥둥 떠다니며 육수나 면과 어울리지 못하는 집과는 다르다.

정갈한 맛의 물국시. /김구연 기자

고명은 그때그때 다르다. 나흘 만에 다시 찾았더니 고명 한 가지가 정구지(부추)에서 배추로 바뀌었다.

요리사 이순애(67) 씨는 "매일 새벽 6시에 남편이랑 농산물시장에 가서 그날 나온 채소들 중 싱싱한 것으로 고르니 고명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같은 음식을 먹으면 지겨울 법도 한데 매일 같이 찾는 손님을 생각해서라도 고명을 달리해 차려낸다"고 했다.

멸치 육수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끓여내는데, 멸치·다시마·파·마늘·생강 등으로 10시간 정도 푹 우려낸다.

소면은 따로 삶아 곱게 말아내고, 미리 우려낸 육수를 끓여 유리그릇에 붓는다.

육수에 다시다(화학조미료)를 좀 넣으면 안 되겠느냐는 손님과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다는 이순애 요리사는 "얼마나 맛이 심심한지 알아보려고 손님이 먹고 남긴 육수를 먹어봤다. 그래도 조미료를 쓸 생각은 없다고 손님에게 못을 박고 나니 그 뒤로 찾지 않더라. 어쩔 수 없다.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아갔을 것이라 여긴다"고 했다.

남편이나 아이들이 먹고 남은 음식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까다로운 그가 이렇게까지 했을 정도니 음식에 대한 신념은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새콤하고 아삭함 일품 비빔국시

여름에 가장 인기있다는 비빔국시는 새콤한 양념 맛이 일품이다. 데치거나 삶아낸 물국시 고명과는 달리 비빔국시 고명은 생야채들이다. 적색 양배추, 노란색 피망, 초록색 오이, 흰색 무 등 아삭한 채소들과 어우러진 국수가 술술술 넘어간다.

새콤한 양념 맛이 일품인 비빔국시. /김구연 기자

양념장은 직접 담근 고추장이 주재료이며 사과나 배 등도 갈아 넣는다. 설탕은 쓰지 않는다.

주인장이 자신하는 직접 담근 간장, 된장, 고추장을 따로 맛봤다. 달지 않고 제대로 짜고 구수했다.

색에 반하고 맛에 반하는 비빔밥

상호는 '국시방'이지만 비빔밥을 찾는 손님이 더 많을 정도로 맛이 일품이다. 오색 찬란한 빛깔에 한 번 반하고, 간이 하나하나 잘 배어 들어간 나물 맛에 두 번 반한다.

이순애 씨가 고루 빚어낸 비빔밥 한 그릇을 꼼꼼히 감상하면 7가지 나물과 달걀이 오방색을 완벽히 구현하고 있다. 시금치·호박(청색), 콩나물·표고버섯(백색), 당근(적색), 취나물·고사리(흑색), 달걀노른자(황색)가 그 주인공이다.

방앗간에 가서 직접 짜온 참기름을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입이 즐겁다. 비빔밥에는 두부전이 따로 나오는데, 식물성 단백질을 곁들여 영양도 챙기고 고기처럼 씹는 맛도 느낄 수 있게 했다.

왼쪽부터 국시방의 세 가지 메뉴 상차림. /김구연 기자

"아내는 요리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이현규(74) 국시방 사장의 첫 마디이다. 요리사 이순애 씨가 만든 음식을 정성스레 손님에게 내놓는 일은 남편이자 사장인 이현규 씨의 몫이다.

"나물 하나하나를 삶고 볶은 후 직접 담근 간장에 따로따로 조물조물 무쳐내는 아내의 솜씨는 단연 으뜸"이라며 아내 자랑에 여념이 없다.

남편의 자랑에 힘입은 이순애 씨는 냉장고와 음식 저장고를 열어 보이며 일일이 재료를 소개했다. 콩나물도 직접 키우고 각각의 상자에는 무청 말린 것, 고사리 말린 것, 고구마 줄기 말린 것 등이 보관돼 있다.

음식 장사를 하는 대부분이 그렇듯 이순애·이현규 부부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2000년 처음 국시방을 열고 5년을 하고는 너무 힘이 들어 세를 내줬다. 세 들어 온 사람은 '오동동 아구찜'이라는 간판을 걸고 2005년부터 3년 정도 장사를 했다.

좀 쉬려고 가게를 접었으나 쉬지 못하는 성격 탓에 이현규 씨는 3년 동안 주유소에서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하며 월급 70만 원씩을 벌었다.

국시방 사장 이현규(왼쪽) 씨와 요리사 이순애 씨. 둘은 부부다. /김구연 기자

남편을 지켜보던 이순애 씨는 다시 가게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귀찜 장사를 하던 사람에게 통사정을 한 끝에 2008년 다시 국시방을 열었다. 다시 문을 열 때는 우동, 김밥, 유부초밥을 빼고 메뉴를 3가지로 줄였다.

새로 건 국시방 간판을 보고 들어온 손님들이 "그 국시방이네"라며 좋아하는 모습에 매우 감사했다는 이순애·이현규 부부.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혼자 찾은 손님에게도 정성스레 음식을 차려내는 게 원칙"이라며 "힘 닿는 날까지 손님들을 대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물국시 4000원 △비빔국시 5000원 △비빔밥 60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토·일 휴무).

◇위치: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 중리 1051-10번지(내서읍사무소 맞은편). 055-294-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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