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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학교 도배한 일본산 향나무…왜?

[문화 속 생태] (72) 학교를 점령한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webmaster@idomin.com 2013년 12월 03일 화요일

대한민국 학교에 제일 많은 나무 어떤 나무일까? 학교에 이 나무를 빼면 학교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학교가 된다. 학교에 너무 많아서 지금은 아무도 심지 않으려 하는 나무이고, 친일 잔재라고 학교와 관공서에서 빨리 빼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한다. 어떤 나무이고 왜 심었을까? 학교에 이 나무가 이렇게 많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향나무는 왜 심었나?

향나무는 불에 태워 향을 피우던 나무다. 장례식이나 제사에서 향은 죽은 영혼을 달래고 넋을 기린다. 그래서 청정(淸淨)의 의미로 궁궐과 절, 무덤가에 심었고 문묘와 향교 서원에서는 공자님을 기리기 위해 심었다. 향나무와 향은 가까이 두고 은은한 향을 즐기며 불교와 유교를 중심으로 신성한 나무로 대접받았다. 향나무를 이용한 가구와 생활용품의 향도 좋다. 그래서 야생 토종 향나무는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학교에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가 많은 이유는?

   
  정선 노백도.  

학교에 향나무가 들어온 이유는 공자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배움터 향교와 서원에서 공자님 제사를 지내는 곳에 향나무를 심었다. 불교에서도 갯벌에 향을 묻는 매향을 하고 미륵신앙을 꿈꾸었다. 매향에서 향나무는 미륵을 기다리는 신성한 나무였다. 일제강점기 일본 신사를 중심으로 가이스카 향나무가 들어왔다. 지금도 일제강점기 신사가 있던 곳이나 일제 관공서와 학교에는 오래된 가이스카 향나무가 살아 있다. 토종 향나무는 멸종위기이고 지금 우리 가까이 보이는 향나무 대부분은 가이스카 향나무다.

◇가이스카 향나무

가이스카 향나무는 일본에서 들여온 원예종이라서 왜향나무라고 부른다. 일본어로 가이스카는 오사카에 있는 '가이스카(貝塚)'라는 도시 이름이다. 나무 가지가 고둥처럼 나사 모양 나선형으로 뒤틀려 자라서 나사백(螺絲柏)이라고도 부른다. 번식도 잘 되고 병도 하지 않아 빨리 잘 자란다. 토피어리처럼 나무를 가위손처럼 싹둑 잘라도 죽지 않고 잘 자라서 학교와 관공서에 아주 많이 심었다. 토종 향나무는 멸종되어 가지만 가이스카 향나무는 번식이 잘 되어 많이 팔린다. 해방 이후 가이스카 향나무 심기가 유행이 되었다. 아무 비판 없이 따라 심다보니 대한민국 학교와 관공서는 가이스카 향나무로 뒤덮이게 된 것이다. 심어도 너무 많이 심은 것이 문제다.

◇향나무 교체하려다 몰매 맞은 경남 교육청

얼마 전 경상남도 교육청이 향나무 담장과 가이스카 향나무를 교체하려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고 모든 계획을 없던 일로 되돌렸다. 사실 경남교육청의 조경은 일제강점기 황국신민학교 교육청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로 도배되어 있다. 담장도 가이스카 향나무이고 교육청의 주된 테마 나무도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다.

잘못된 교육청의 조경을 바꾸어 학교에 심긴 향나무까지 바꿀 수 있는 큰 시도였지만 적절한 절차도 없었고 공감대 형성과 여론 환기 없이 자체적으로 큰 수술을 하려다 언론으로부터 한 방 먹고 자빠져 버렸다.

◇가이스카 향나무 무엇이 문제인가?

오래된 가이스카 향나무는 일본 신사가 있던 자리라는 표시다. 국립 현충원에도 대한민국 국회에도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가 있어서 광복절이 되면 나무를 교체하자고 한다. 학교마다 화단에 중심 나무로 자리잡고 있다. 아마 국기 게양대와 조회대 사이에 나라꽃 무궁화는 없어도 가이스카 향나무는 대부분 있을 것이다. 일본이 산에 박은 쇠말뚝보다 더 큰 황국신민교육의 숨겨진 이 비밀이 바로 학교마다 토피어리처럼 깎아놓은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다. 불교에서 매향하고 유교에서 제사 지내던 토종 향나무가 아니라 신사에 심어 기르는 가이스카 향나무는 여전히 학교를 지배하고 있다.

배를 키우는 과수원 1.5km 안에 향나무가 있으면 적성병의 숙주가 되어 일본에서는 향나무를 규제하는 자치단체도 있다고 한다. 사과나무, 모과나무, 배나무 가까이에 향나무가 있으면 적성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된다고 한다.

◇학교 교목이 일본 나무인 학교가 있다?

경상남도에 있는 초·중·고교 121개(13.4%) 교목이 향나무다. 더 큰 문제는 23개 학교(2.6%)는 섬향나무가 교목이다. 합쳐서 경남에 146개 학교의 상징 나무가 바로 향나무다. 학교에 심긴 향나무가 바로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라는 사실이다. 그냥 토종 향나무가 심긴 학교는 거의 없다. 번식이 쉽고 빨리 자라며 병해충이 없는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를 토종 향나무라고 심어 놓은 것이고 그걸 학교 교목으로 지정해 놓은 것이다.

   
  일본 가이스카 향나무가 학교 앞 화단에 심겨 있다.  

◇섬향나무는 가이스카 향나무다

섬향나무를 도감에서 찾아보면 섬에 자라는 땅바닥을 기듯이 누워 있는 눈향나무 같은 것이 섬향나무다. 학교에 교목으로 지정한 섬향나무는 도감에 나오는 섬향나무가 아니라 일본 원산의 가이스카 향나무가 섬향나무다. 나무 이름을 모르는 학교 선생님은 계속해서 일본산 가이스카 향나무를 교목으로 지정해 놓고 아직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일본 나무

일본 나무를 찾아보면 더 많다. 경남에 80개(8.9%) 학교가 일본 영산홍을 교화로 했고 65개(7.2%) 학교가 철쭉을 교화로 지정했다. 뒷산에 피는 철쭉이 아니고 일본산 영산홍을 철쭉으로 잘못 심어 놓은 학교가 더 많다.

무궁화, 은행나무, 수양버들도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수종이다. 플라타너스와 메콰세쿼이아도 외국에서 들어왔다. 동남아에서 온 봉숭아, 인도에서 온 나팔꽃, 중국에서 온 접시꽃은 여러 나라에서 왔지만 이제 모두 우리 꽃이다. 비빔밥처럼 다양함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꽃밭이 되는 것처럼 일본·중국·미국에서 온 나무들이 함께 자라 아름다운 숲이 될 수 있다. 꽃과 나무의 다양성이 있어야 하고 인간 사회의 다문화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최소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문제는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서로 많은 다양함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과한 것은 모자람보다 못한 법이다. 학교 교육에서 교과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잠재적으로 보고 듣고 자라는 문화다. 가이스카 향나무를 학생의 감성과 오감을 자극하는 나무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늘 일 년 열두 달 똑같은 향나무 대신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나무, 색깔이 다양한 나무, 향기가 좋은 나무, 벌과 나비를 부르는 향기가 좋은 식물을 심는다면 학교의 분위기는 정말 행복하게 변신할 수 있을 것이다 .

일본 아베 총리의 할아버지가 일제강점기 마지막 조선총독부 총독이었다. 아베가 1945년 패망하고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 말이 계속 맘에 남는다. "일본이 조선에 총과 대포보다 더 무서운 식민교육을 심어 놓았다. 조선인들은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다." 아직도 학교엔 칼 찬 일본 유령이 많이 살고 있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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