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선대 구경 후 내려오는 길 등산객 대화서…'받으면 나도 베풀어야' 깨달아

1. 창녕은 여행자들에게 볼거리 종합세트와 같은 곳이다. 원시적인 생명을 간직하고 있는 우포늪이나 그 앞을 흐르는 도도한 낙동강, 그리고 고을의 뒤에 웅장하게 서 있는 화왕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것을 보거나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남지 부근 낙동강 가에 만들어진 개비리길은 최근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의 길이기도 하다.

이뿐이랴. 예전에 영산현이었던 영산읍은 현성을 중심으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관청터, 우물, 태자각, 성터, 기우단 관련 유물 등등. 게다가 3·1운동의 전통도 찬란하였으니, 그 유산은 현재 영산민속축제로 전승되고 있다. 조선시대의 도시 양상과 그 현대적 변화를 알고자 한다면 영산으로 갈 일이다.

창녕읍내 역시 전국의 어디에 비추어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알찬 역사유적이 많다. 술정리삼층 석탑이 그렇고, 진흥왕 순수비 또한 좋은 유산이다. 이곳에는 보기 드물게 고분 형식의 박물관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2. 창녕에서 내가 자주 가는 곳 중의 하나는 관룡사이다. 계성면의 개울을 따라 들어가는 좌우의 풍광도 좋지만, 관룡사 자체는 아직 옛 모습을 간직하여 고찰의 풍모를 띠고 있다. 입구 석장승부터 우리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나는 이 듬직하고 해학적이면서도 넉넉한 모습을 보여주는 석장승이 너무 좋다. 그리하여 이곳에 들를 때마다 한 번씩 껴안곤 한다.

또 경내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흙과 돌로 엮어 만든 출입문이 마음을 평화롭게 만든다. 좌우 기둥이 돌을 쌓아 만든 이 무명의 문 위에는 다시 긴 장대석으로 지붕을 두어 그야말로 자연적이면서도 소박한 느낌을 준다. 어찌 보면 일주문과 같기도 한 이 문은 이 절의 압권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대웅전에 모셔진 불상도 평화스럽기 그지없으며 경내 뒤편에 건조해 놓은 굴뚝조차도 예술품의 경지에 올라 있다. 어찌 보면 한국의 전통 경관이 잘 어우러진 종합판 같기도 한 곳이다.

우리가 갔던 11월 24일에는 출입하는 차량들이 많아 다소 번거롭기는 했지만, 경내에 이르면 그저 조용하고 경건하며, 심지어 스님들이 가꾸어온 배추밭조차 아름다울 정도로 절다운 풍모가 넘친다.

이 절 구경 클라이맥스는 경내에서 서북쪽으로 약 600여 미터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용선대 석조좌불상일 것이다. 해 뜨는 곳으로 향해 앉은 이 부처님은 몸체가 두껍지만, 그래도 얼굴은 온화하다. 게다가 그곳에서 바라보는 계성 일대의 계곡과 화왕산의 암벽, 저 멀리 펼쳐지는 산의 능선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어서 선경이나 다를 바 없다. 많은 이들이 부처님께 머리를 숙이며 참배를 한다.

창녕 관룡사 입구의 석장승.

3. 용선대를 구경하고 내려오는 중에 깨달은 바가 적지 않았다. 좁은 산길을 털털거리며 내려오는 데, 나이가 지긋한 두 아저씨가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었던 것이다.

아저씨 A "와! 부처님 멋있데. 관룡사 스님들이 생불로 모신다던데 그럴 만 해~".

이를 듣던 아저씨 B "생불이라꼬? 생불이라면서 밥도 안 챙겨주나? 돈만 받아 묵고!"

듣고 보니 맞다. 돌로 만든 부처님 앞에 복전함은 있었으나, 음식상은 없었다. 상당수 등산객이 예불을 드린 뒤에 복전함에 복전을 넣고 있던 광경이 떠올랐다. 관룡사 스님들은 이 중생들의 법어를 새겨들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만약 받기만 하고 베푸는 것이 없다면, 이 또한 속된 세상과 하등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옥가실(마산에서 띄우는 동아시아 역사 통신·http://blog.naver.com/yufei21/60204411020)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