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창원 도파니예술단 '낭독극회' 연습현장

삶의 주인공으로 거듭나는 사람들. 지난달 27일 도파니아트홀(창원시 의창구 명서동) 소극장에서 '도파니 낭독극회' 주인공들을 만났다.

'도파니 낭독극회'의 공연은 12월 한 달 내내 도파니예술단이 주최하는 '도파니아트페스티벌'의 일곱 무대 중 하나다. 오는 4일 오후 7시 도파니아트홀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마임쇼, 인형극, 콘서트, 마술, 비눗방울쇼, 낭독극, 연극 순으로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다양한 무대를 펼친다.

올해 3월 출범한 도파니예술단에는 마임, 마술, 인형극 등 여러 분야의 예술인이 속해 있다.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는 "도파니예술단은 도파니아트홀을 거점으로 예술의 모든 장르를 기획, 제작하고자 만들어진 종합예술단체"라고 소개하면서 "소극장 축제, 노래극 제작, 낭독극, 콘서트, 문화강좌 등을 개최해 지역 문화예술의 폭을 넓히고 발전을 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도파니예술단 낭독극회 단원들이 18일 공연을 앞두고 낭독극 연습을 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연극에 관심이 있다'는 지원 동기 하나로 지난 10월 28일 연극단에 들어온 이들은 도파니예술단 1기 연극단원이다. 6주 동안 연습을 거쳐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세 차례 낭독극 무대에 서면 제1기 연극단의 임무는 끝이 난다. 낭독극 발표 후에는 극단 미소의 전문 연극인으로 활동하거나 다음 작품에서 2기 연극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다.

지난달 27일 차복임 씨가 18일 공연을 앞두고 낭독극 연습을 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1기 연극단에는 유독 40대 여성이 많다. 자기 자신을 찾아나서고자 하는 시기에 말기 자궁암에 걸린 50대 엄마와 그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노희경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작품 내용이 한몫했다.

매주 화요일과 수요일 오후 7시에 모여 2시간씩 연습하는 단원들은 정해진 주인공이 없다. 1막에서 엄마였던 이가 2막에서는 딸이 되고, 2막에서 의사였던 사람이 3막에서는 주인공 엄마의 남동생이 되기도 한다.

단원들을 지도하는 천영훈 대표는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배역은 주인공을 비롯해 높고 낮음이 없다. 다양한 역할 속에서 자신이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보기도 하고, 한 배역을 여러 사람이 하니 감정선을 드러내는 어투나 표현을 비교해 가며 서로서로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모두가 무대 주인공이 되는 이색적인 낭독극 연습에, 4막부터 6막까지 연습이 있던 2시간 내내 누구 하나 흐트러짐 없이 집중하고 있었다.

무대 의상, 무대 연출을 비롯해 움직임이 큰 연극과 달리 낭독극은 말 그대로 목소리 하나에 약간의 손짓과 동작으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금 장면을 떠올려 보세요. 엄마와 딸 사이에 지금껏 가장 오붓한 대화를 하는 첫 순간이란 말이죠. 살갑지 못했던 딸, 자신을 떠올려 보세요."

연습 내내 천 대표는 그냥 지시하는 법이 없다. 초보 단원들에게 극의 상황을 설명하고 당신이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겠는지 되묻는 방법으로 연기를 끌어낸다.

천영훈 도파니예술단 대표.

무대는 때로 평범한 사람이 갖는 활력소가 된다. 영화를 전공하고 초등학교에서 예술교육 강사로 일하는 주여진(40) 씨는 "고등학교 시절 청소년 극단에서 2년 정도 활동하며 무대에 딱 한 번 섰다. 배우에 소질은 없었지만 그 설렘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던 중 지원하게 됐다"고 했다.

차복임(46) 씨는 "여태껏 살면서 특별해 본 적이 없다. 도전해 보자는 마음이 컸다"며 쑥스러워했다.

조원교(51) 씨는 "주부라 참여하기 어려울 줄 알고 문의했는데 열의만 있으면 된다는 대표님 얘기에 발걸음을 옮겼다"며 "연극은 어려워도 낭독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창원에서 '애기똥풀창원맘'이라는 육아 커뮤니티 카페 매니저로 활동하는 황지연(42) 씨는 "지역에 있는 소극장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고, 함께 육아 카페 모임에서 활동하는 서영미(39) 씨는 "집에서 대본 연습을 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신기하게 쳐다보는데, 그 자체가 재미있다"며 웃었다.

9명의 주인공이 펼칠 도파니 낭독극회는 오는 18일 오후 7시 도파니아트홀에서 첫 무대를 갖고, 19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7시 총 세 차례에 걸쳐 관객들을 만난다.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선생도 아닌 온전히 자신을 주인공으로 낭독의 매력에 빠진 그들의 얼굴은 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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