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융합 미디어' 길 걷는 강민제 씨

'대학 선택 기준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사범대 미술교육과는 그림 그리려 선택', '15년간 똑같은 헤어스타일.'

그는 엉뚱했다. 처음 그를 만난 것은 2006년 마산 부림시장 지하였다. 그는 '행복시장 프로젝트'란 거리미술제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알고 지낸 그가 첫 직장을 구했다는 말을 들었다. 그림 그리는 작가가 취직해서 궁금했다. 무슨 일을 할까?

강민제(35) 씨는 '공공 미디어 단잠'에서 카메라 촬영 일을 하고 있었다.

"입사 3일 차예요. 노래하는 친구가 이곳을 소개해주었는데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이력서를 보냈죠. 면접 보는 날 양복이 없다고 전화하고 왔는데 합격시켜 주시더라고요."

순박하게 웃으며 답하는 그가 더 궁금해졌다.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어머니와 한때 교편을 잡았던 아버지 밑에서 홀로 자란 강 씨는 어릴 적 공부로 비교되는 '선생님 댁 아들' 역할이 부담스러웠다. 공부보다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그림 그리기 취미를 살리려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을 택해 미술교육과에 진학했다. 사범대 의미, 그리고 어머니의 교직생활을 교생 실습 나가서 처음으로 이해했다.

"사범대 4학년 때 교생 실습 나가서 느꼈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제가 많이 부족한데 무엇을 가르치겠어요."

그는 교사가 되기 위한 서류적 요건은 다 갖추었지만 미술작가가 되기 위한 길을 택했다. 졸업 후 작업실이 필요했다. 그때 그를 불러준 것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쏠'이었다. 공공미술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뜻 맞는 사람끼리 미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에게 큰 매력이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쏠 창립구성원으로 함께 했죠. 창원시 구산면 수정마을에 작업실을 마련했는데 저에겐 단비와 같은 존재였죠. 공공미술을 저도 처음 접했어요. 전통시장에서 그림 그리고 빈 점포를 활용해서 전시 갤러리 만들고 청소년들과 미술로 이야기하고 돌이켜보면 그때 활동하며 하나 둘 배운 것이 저에겐 큰 자산이죠."

2년간 공공미술 활동을 하던 그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했다. 자신의 미술 세계에 영상을 도입하고 싶어서였다. 회화와 영상의 만남을 위해 일본행을 선택한 것이다.

"그것도 우연이죠. 어느 날 술자리에서 영상 일을 하는 선배에게서 영상은 더욱 객관적으로 사물을 보고자 노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것이 계기였죠. 여태껏 주관적인 그림만 그렸는데 영상을 혼합해서 작품을 하고 싶더라고요. 아마 처음으로 공부에 대한 의지가 생긴 거죠. 어머니도 아주 기뻐하시더라고요. 공부한다고 하니까. 하하(웃음)."

일본 유학시절 민제 씨.

그는 2년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2010년 동방학원 동방영화전문학교 프로모션 영상학과에 입학했다.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는 카메라와 씨름하며 2년 과정을 수료한 그는 2012년 마산으로 돌아왔다. 막상 돌아왔지만 공허했다. 새로운 작업, 작품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했다.

"영상작업이 종합 예술이다 보니 여럿이 해야 하는데 조금 막막했죠. 상업성과 공공성 사이에서도 혼란이 있고요. 1년간 집에 틀어박혀 구상만 했어요. 혼자 사진 찍고, 영상 찍고, 그림 그리고…. 그렇지만 진도가 나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할 곳을 찾아다녔죠."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여러 곳에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음악 하는 친구의 뮤직비디오를 준비하며 기회가 왔다. 친구가 공공 미디어 단잠을 알려준 것. 그는 먼저 전화를 걸었다. 공채 기간이 끝났지만 그는 이력서를 들고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이 입사 3일 차 되는 날이다.

공공미디어 단잠 사무실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민제 씨.

"우리 회사가 예비사회적 기업입니다. 저하고 처지가 똑같죠. 저도 아직 영상 쪽에서는 예비 인력이니까요. 요즘은 광고 프로그램을 제작 중입니다. 아직 메인 카메라는 잡지 못하지만 현장에서 많이 배웁니다."

회사일 하면서 언제 자신을 위한 작품을 할 것인지 강 씨에게 물었다.

"요즘은 융합 미디어 시대죠. 미술과 영상의 경계도 시간과 공간의 경계도 구분이 없잖아요. 그래서 쉬는 주말을 이용해 밖으로 나갑니다. 산과 어촌으로 찾아가지요. 거기 현장에서 작업실을 만들고 작품 구상도 하고 만들고 합니다. 특별하게 작업실이 아닌 대자연에서 즐기며 만드는 거죠. 지금 제 차 안에는 작업도구가 다 실려있어요. 동네를 찾아가서 작업하고 설치하고 기록하고 일명 아웃도어 프로젝트 꼭 옷 상표같네요. 하하(웃음)."

강 씨는 자신의 일에 대해 규정짓지 않고 살아갈 것이라 했다. 지금 하는 일도 먼 훗날 자신의 작품에 일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제 헤어스타일 때문에 오해를 많이 하시는데 제가 태어날 때부터 머리카락이 선다는 것을 꼭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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