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남해군 농업기술센터 농정산림과 강귀순 씨

"제가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지 부끄럽네요."

그는 연신 자신이 인터뷰 대상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친다. 그저 소심하고 평범한 공무원일 뿐이라는 것이다.

10년 가까이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대단한 업무 성과를 낸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크게 인정받을 정도의 특출함을 갖춘 것도 없다는 얘기다.

내세울 게 굳이 있다면 기본에 충실하며 올곧게 자신의 업무를 묵묵하게 해 왔다는 게 전부라고 했다.

남해군 농업기술센터 농정산림과에 근무하는 강귀순(38·7급·사진) 씨는 그렇게 자신을 소박하게 소개했다.

그의 주요 업무는 산림재해 예방이나 숲가꾸기, 임도개설, 산림소득사업 등으로 남해군의 산림행정을 맡고 있다.

   

그래서 사무적인 일을 제외하고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 해결 현장이나 업무지는 주로 숲이 우거진 산이나 임야다. 그곳은 그의 또 다른 업무 공간이나 다름없다.

산이나 임야를 주로 다니다보니 다부진 체력을 요한다. 남성 공무원들에게도 체력적으로 고된 업무여서 꺼리는 일이기에 여성인 그에게 힘이 부칠만도 하지만 항상 솔선수범하며 억척스럽게 현장을 누볐다. 그와 함께했던 동료나 선배들이 고된 업무에 지쳐 다른 지역으로 떠났을 때도 그는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

"산림업무여서 산에 많이 갑니다. 민원 때문에 산에 가면 체력적으로 힘듭니다.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면 여름에는 녹초가 될 때가 많습니다. 사무실 안에서 일도 있고 현장에 자주 나가다보니 체력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초창기에는 정말 힘들었지만 습관적으로 많이 움직이다보니 체력은 괜찮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예전에 함께 했던 동료나 선배들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건데, 지금 녹지직은 저 혼자뿐입니다."

잦은 태풍과 집중호우의 대형화로 각종 재해가 빈번한 요즘, 바다에 인접한 남해군 지역이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지형 조건을 갖춰음에도 아직까지 주민들의 대규모 인명피해나 재산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그의 숨은 노력이 한 몫한다. 기본에 충실하고 발로 뛰는 업무 스타일에 철저함이 더해진 결과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03년 전국을 강타한 태풍 매미에 이어 2005년과 2006년 잇따른 집중호우로 남해군 지역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복구 현장을 뛰어 다니며 신속하게 공사를 마무리해 산사태 같은 2차 피해를 미리 차단했다.

더불어 재해 예방을 위한 임도 개설 사업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현실에 맞게 사업 계획을 세우고, 공사 초기부터 완료까지 철저한 지도·감독으로 사업을 마무리했다.

이런 덕분에 남해군은 올해 임도 시공평가에서 도내 최우수가 평가를 받았다. 그는 특히 지난해에는 조림사업 추진 유공으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 군이 처음으로 임도 평가에서 도내 최우수를 받았습니다. 특별한 건 없고 해마다 지적 받았던 것들을 중심으로 현장에 직접 가서 산 지형에 맞게 했는지, 재해 유발 요소는 없는지 꼼꼼하게 개선하다보니 이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저와 동료들의 노력으로 이런 결과가 나와서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는 못다한 꿈이 있다. 출산 문제로 잠시 휴직했을 때, 후임자들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산림청에 반납했던 수목원 유치 사업이다. 남해군이 가진 뛰어난 풍광과 지형, 관광인프라 등을 고려할 때 군의 미래를 위해 관광·휴양도시에 걸맞은 치유 숲 같은 사업을 유치하고 싶다고 했다.

"남해는 관광·휴양 사업을 유치해야 합니다. 부지 확보가 관건인데, 군유지를 확보해서 사업을 꼭 신청하고 싶습니다. 남해는 입지가 좋고 골프장도 있고, 바래길도 좋고, 편백림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잠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윗분들도 힐링 관련 사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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