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소리라고 할는지 몰라도 통영에는 중앙시장만 찾아가면 적어도 반 이상은 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탓에 횟집들로 즐비하고, 충무김밥집도 많으며 통영꿀빵도 상당히 좋다. 회 먹으러, 충무김밥 맛보러, 통영꿀방 찾으러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다. 중앙시장만 찾아가면 회에, 충무김밥에, 통영꿀빵까지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또한 송중기와 문채원이 출연한 KBS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무대가 되었던 산동네 벽화마을 동피랑도 중앙시장 뒤편에 있으니, 통영 중앙시장은 식사와 간식뿐만 아니라 관광 명소까지 겸비하고 있는 셈이다. 거기에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욕쟁이 카페 '울라봉'도 가까운 곳에 있다. 그야말로 없는 게 없다고 해야 할 정도다.

통영 중앙시장 앞바다에 떠있는 거북선 내부 모습.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중앙시장 앞바다에 떠 있는 거북선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삼천포 대교공원처럼 다른 곳에서도 거북선을 구경하고 승선까지 해볼 수 있지만, 통영 중앙시장 앞바다의 거북선이 특별한 것은 각기 다른 거북선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곳엔 모두 네 척의 배가 있는데 그 중에서 세 척이 거북선이고 다른 하나는 판옥선이다.

중앙시장 쪽에서 보면 가장 앞의 거북선이 전라좌수영 거북선이고, 두 번째가 통제영 거북선이며 세 번째는 한강 거북선이다. 크기는 모두 엇비슷하지만 한강 거북선이 약간 더 크다. 또한, 전라좌수영 거북선이나 통제영 거북선에 비해 한강 거북선이 더 오래되었다는 점을 눈치챌 수 있는데 이는 두 거북선의 건조시기가 2012년 12월인데 비해 한강 거북선의 건조시기는 무려 12년이나 앞선 1990년 10월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거북선 전시 외에 별다른 테마가 없다는 점이다. 단순히 정박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거북선이라는 느낌보다는 그저 전시관의 느낌이 강하고 실내도 그리 알차게 꾸며져 있다고 할 수 없었다. 광화문 광장지하에 마련된 체험관에는 실제 배에 타서 전투를 치르는 듯한 시뮬레이션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통영 중앙시장 앞바다에 떠있는 거북선 내부 모습.

또한 거북선과 달리 판옥선은 굳게 잠겨 있어서 아예 들어가 볼 수 없다는 점도 불만이다. 임진왜란에서 거북선의 활약이 지대하기는 했어도 왜군과 달리 안정적이었던 판옥선의 활약도 그에 못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내부수리 중이라든지 기타의 안내가 없었기에 원래 개방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사정이 있어서 자물쇠로 잠가 놓은 것인지도 도통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거북선에 오르기 위해서는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일반은 1500원이고 청소년과 어린이는 각각 1000원과 500원이다. 세 척의 거북선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는데 전라좌수영 거북선과 한강 거북선이 용머리를 치켜든 모양이라면 통제영 거북선은 움츠린 모양새였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이 없었기에 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용도가 다른 탓인지, 고증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도 답답한 부분이었다.

/로빈(Robin Times·http://blog.chosun.com/un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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