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진득찰

푸른 하늘이 브라운관처럼 배경으로 펼쳐진 가을 산에서 단풍잎 화려한 색깔들이 투명한 빛을 발하며 춤을 춥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최고의 연출과 안무로 펼쳐지는 무대입니다. 우리는 나무와 잎사귀의 축제 같은 작별식에 참여하여 함께 향연을 즐기는 가을 숲의 손님들입니다.

서리가 내리고 눈이 내렸다지만 우리 남부 지역엔 아직도 단풍이 한창입니다. 풀숲 길에는 손만 슬쩍 갖다대도 '토도톡' 작은 씨앗들이 손바닥 가득 쏟아져 나오고요. 갈잎으로 한 생애를 마무리한 들풀들 의연하게 씨앗들 달고 흔들립니다. 되돌아볼 여지도 없이 달려왔던 날들이 가지 끝에 달린 마로니에 열매처럼 후회와 미련으로 남습니다. 생태해설사님들과 도시 공원 숲에서 겨울 맞는 들꽃들이 갈무리하는 모습들을 살피며 우리의 한 해도 결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공원 풀숲이 가득 달고 있는 씨앗들 사이를 누비며 동물의 몸에 달려 이동하고 번식하는 여러 식물들을 살폈습니다. 도깨비바늘·쇠무릅·가막사리·짚신나물, 그리고 진득찰을 만납니다. 아이들과 식물번식놀이를 하면서 식물들의 전략과 번식을 체험해 볼 수 있는 놀이로도 아주 좋은데요. 오늘은 진득찰 얘기를 할까 합니다. 국화과의 한해살이풀인 이 진득찰은 도깨비바늘이나 가막사리처럼 오염에도 강하고 도시건 민가건 가리지 않고 아무데서나 무성하게 잘 자라는 천덕꾸러기 잡초 중의 잡초로 농부들에게 구박 받아온 식물입니다.

진득찰.

가을에 노란 꽃이 실선 모양으로 피는데 만지면 진득진득한 진이 나와서 끈적거립니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면 그 끈끈이로 다른 동물들의 몸에 묻어서 번식을 하는데요. 요즘 들어 우리가 가장 천시하고 짓밟아도 더욱 강하게 살아남는 식물들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그 강인한 생명력에 대한 비밀이 밝혀지면서 오히려 경쟁력 있는 영약으로 각광을 받습니다.

질경이·쇠비름·민들레 같은 강한 풀들처럼 이 진득찰도 그 강한 생명력에서 인류 건강의 해법을 찾아 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습니다. 그 효능 중에서 특히 고혈압 치료제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한방에서는 약명으로 희렴이라 부르며 풍습을 제하고 근골격에 이로우며 혈압 강하의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으며, 더불어 사지마비·근골동통·요슬무력·급성간염 등을 치료하는 데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진득찰 꽃을 따 술에 찐 후 그늘에 말려서 차로 마시거나 달여서 먹으면 효험이 좋다고 하는데, 술에 쪄서 말리기를 많이 할수록 좋다고 합니다.

고혈압이나 관절염 등은 중년층이 겪고 있는 가장 흔한 문명병에 속합니다. 예전에 잡초라고 없애기만 했던 이 강인한 들풀들이 우리 몸을 살리는 귀한 약재임을 알게 된 이즈음에서 우리는 그 들풀 등의 약성과 생명력에 주목하여 잘 보존하고 키워내야 함을 새삼 깨닫습니다. 생태와 인간이 함께 건강하게 공생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는 데 있어 이 풀 한 포기의 가치와 귀함을 지켜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욱문화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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