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박승은·홍지혜 부부

박승은(32)·홍지혜(30) 부부에게 지난 1년은 참 정신없는 시간이었다. 첫 만남-연애-결혼-임신, 이 모든 과정이 1년 안에 후다닥 펼쳐졌다.

둘은 지난해 9월 말 소개팅으로 만났다. 박승은 씨는 이전에도 소개팅을 몇 번 했다. 그는 판단을 빨리하는 편이다. 첫 만남에서 큰 호감을 느끼지 않으면 미련을 두지 않는다. 그런데 지혜 씨에게서는 느낌이 왔다.

"생각이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치스러워 보이지도 않고, 돈에 대한 자신만의 마인드가 확실히 있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결혼 후 어른들에게 참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혜 씨 역시 승은 씨 첫인상이 좋았다. 첫 만남 후 연인이 되는 데까지 열흘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혜 씨와 달리 승은 씨는 표현에 서투른 편이다.

"저는 마음에 담아두기만 하고 표현은 잘 못 해요. 물론 사귀자는 말은 제가 했지만, 지혜는 지금도 자기가 먼저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죠."

   

그렇게 연애 시작 후 두 달 만에 결혼 얘기까지 오갔다. 그런데 예기치 못한 걸림돌이 있었다. 승은 씨, 그리고 지혜 씨 아버지는 같은 분야에서 일했다. 자전거 업이다. 승은 씨는 산악자전거 회사에서 영업 일을, 지혜 씨 아버지는 자전거 대리점을 30년 넘게 해왔다. 승은 씨는 기쁘기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컸다.

"지혜는 같은 자전거 분야라 아버지가 더 좋아하실 거라고 했죠. 저도 반갑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됐어요. 이 분야에 있는 분들은 이쪽 일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거든요. 아니나다를까, 장인어른이 처음에는 그것 때문에 반대를 좀 하셨죠. 물론 결국에는 승낙하셨고, 지금은 자전거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죠."

그런데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승은 씨의 표현 부족은 여전한 골칫거리였다.

"큰 위기가 한번 있었죠. 저에 대한 서운함이 컸던가 봐요. 제가 마음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니, 지혜는 '그만큼 덜 사랑하는가보다'라고 생각한 거죠. 원인 제공자인 제가 변해야 했죠. 그렇게 노력하는 걸 지혜도 알고서는 마음을 열었죠. 제가 '자기야' 이런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만 봐도 많이 발전한 거죠. 물론 지혜는 여전히 만족하지 못하겠지만 말이죠."

결혼 100일을 앞두고 승은 씨는 입주 예정 신혼집에서 프러포즈 이벤트도 했다. 지혜 씨가 눈물을 훔쳤으니 성공한 것이라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연애 시작 1년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날짜는 지난 10월 5일이었다. 이날로 정한 이유가 있었다. 지혜 씨 어머니가 '10월 5일 결혼하면 좋다'는 꿈을 꿨더랬다. 승은·지혜 씨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사주보는 곳을 찾았는데, 역시 10월 5일을 추천했다. 토요일이라 꺼렸지만, 이날 해야 할 운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신혼여행은 미국 뉴욕, 그리고 멕시코 칸쿤으로 다녀왔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임신 소식까지 접했다. 애초 결혼 후 1년 정도 지나고 2세를 계획했지만 '전광석화' 커플에게는 무의미했다. '허니문 베이비'였다.

승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태아 사진과 함께 '날 때부터 뉴요커'라는 글을 올려놓았다. 물론 주변 짓궂은 친구들은 '뉴욕 아닌 결혼 전 김해 진영에서…'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승은·지혜 씨에게 지난 1년은 짧게만 느껴진다. 새 식구 맞이 준비로 앞으로 열 달 간 역시 그러할 것 같다. 두 사람은 '정신없게 만드는 행복함'이라고 달리 표현해 본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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