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 공주>라는 MBC 드라마가 있다. 아주 시끄러운 드라마다. 논란을 키워 클릭 수로 먹고 사는 한국 연예저널리즘 특유의 호들갑을 감안한다 해도 과하다 싶을 만큼 기사가 넘쳐 난다. 막상 또 클릭해 보면 도저히 쓰지 않을 수 없던 것이 대부분이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듯 내용 자체가 워낙 '특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중 있는 주연배우들이 갑자기 죽거나 사라졌다.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유체이탈을 경험하고 급사하는 식이었다. 그 바람에 4중 겹사돈이 무산된 건 차라리 다행이었다.

급기야 온라인에서 해당 작가 퇴출운동이 벌어졌다. 심한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식의 막장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멀쩡한 사람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웃다 죽는가하면 툭하면 귀신이 나오고 그 귀신에 홀린 사람이 속출했다. 심지어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비난이 빗발쳤지만 해당 작가는 꿈쩍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떤 논쟁에도 끼지 않고 무한권력을 행사했다. 이에 도저히 못 참겠다는 사람들이 들고일어난 것이다.

18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할 수 없는 건 방송사의 자세였다. 엄청난 성토에도 조기 종영은커녕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유는 단 하나,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거다. 거기다 명색이 공영방송 MBC에서 지급하기로 한 고료가 무려 50억 원으로 알려져 모두를 경악시켰다. 하긴 세월을 이길 순 있어도 시청률을 이길 순 없는 법, '할배'들도 시청률만 잘 나오면 단숨에 우상이 되는 게 방송이니 결국 연장에 들어갈 것이다. 확실한 건 높은 시청률과 프로그램의 질이 항상 비례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라는 이름의 정권이 있다. 출범 이후 단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대선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거다. 처음엔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 하나였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었다. 근데 알고 봤더니 군은 물론 국가보훈처도 관여했고 경찰도 숟가락을 얹었다. 그 뒤론 검찰이 뒤치다꺼리하느라 여념이 없다. 어쩐 일로 수사를 제대로 하나 싶더니 갑자기 주연급 검사가 하나 둘씩 사라졌다. 불쑥 혼외아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호위무사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스토리가 생뚱맞게 NLL 대화록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로 방향이 틀어졌다. 그러더니 아무도 볼 수 없던 국가 기밀문서를 소위 '정보지'에서 봤다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등장했다. 눈에서 광선이 나온 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은 막장이 현실 세계에 펼쳐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모든 논쟁을 외면한 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역시 이유는 단 하나, 지지율이 높다는 거다.

세상은 더욱 심한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독재자를 '반인반신'으로 칭하는가 하면 한국은 독재해야 한다는 망언이 넘쳐난다. 그럼에도 야당은 무능하고 언론은 눈감은 반면 정부·여당은 일사불란하다. 지지율은 높지만 견제세력은 미미하니 자신감이 넘칠 수밖에. 이러다가 <오로라 공주>처럼 연장한다고 할까 봐 걱정된다면 기우일까? 막장의 세계에선 불가능이 없는 데다, 몇 번의 연장도 모자라 영구 집권을 꿈꾸다 쫓겨난 '반인반신'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으니 그렇다. 그가 현 대통령과 전혀 무관하지 않으니 더욱 그렇다. 과연 지지율이 높다고 그 정권이 좋은 정권일까?

/김갑수(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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