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함안군 안전총괄과 하천관리담당 이순응 씨

남강과 낙동강이 걸쳐있는 함안지역은 326㎞의 전국 최장의 제방과 부속 하천이 많은 탓에 잠시도 하천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지형적 특성을 지닌 곳이다.

강을 머리에 이고 사는 군북 월촌 들녘을 비롯해 법수, 대산, 칠서, 칠북지역 벼 재배 농민들의 가을걷이와 수박·멜론 등의 원예작물 비닐하우스 설치로 인한 일손 부족으로 가을은 '죽은 송장도 일어나 일손을 도와야 할 처지'의 바쁜 일상의 시기다.

더구나 전국 최대 수박 주산지로 이름난 대산 들녘 일대는 남강에서 밀려내려 온 사질토가 오랜 기간에 걸쳐 퇴적된 비옥한 토질과 풍부한 일조량 등 지형적인 조건이 잘 갖추어진 지역이지만, 매년 여름철 홍수기만 오면 농민들은 일 년 농사의 운명을 하늘에 맡겨야만 할 지경이다.

이런 구조적인 지형적 특성으로 해마다 농사를 망쳐온 농민들을 위해 한 공무원이 나선 것이다.

   

주인공은 함안군 안전총괄과 하천관리담당 이순응(48·시설 6급) 씨.

그는 지난해 7월 함안군 재난관리과 하천관리담당 업무를 맡으면서 처음 이 문제를 접했고, 바로 현장실정을 확인하는 등 피해 주민들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

강 수위와 거의 차이가 없는 저지대이다 보니 농경지 주변의 하천이 구배(경사)가 거의 없어 유속이 느리고, 따라서 적은 양의 강수량에도 주변 하천과 배수로가 금방 넘쳐났다.

여기에다 평상시에도 일정량의 물이 항상 고여 있다 보니 매년 4∼5월이면 어른 키보다 더 길게 자라는 수초가 극성을 부린다.

'줄대'라고 부르는 이 수초는 이른 봄부터 자라기 시작해 늦은 가을까지 하천바닥을 가득 메우는 바람에 물의 흐름을 더욱 지체시키는 장애물이 되고 있다.

그는 이런 수초를 제거하려니, 제초제나 농약을 사용할 수 없어 사람이 직접 낫으로 베어 내거나 장비를 이용해 뿌리째 뽑아야 하는데, 하천바닥이 무르고 물이 깊어 사람과 장비가 들어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행정기관이나 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에서 여러 차례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고자 하는 사람에겐 방법이 보이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에겐 핑곗거리만 보이는 법이지요."

그는 20년 넘게 공무원 업무를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 봤지만, 꼭 해야만 할 일이고, 하고자 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도 없다는 신념으로 일을 해 왔기에 이 문제도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몰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수초제거와 관련된 각종 자료를 뒤지고,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받아 가면서 이 지역 실정에 맞는 장비를 고안하기 시작했다.

굴착기를 이용해서 작업 효율을 높이는 방법인데, 장비 앞에 달린 바가지 모양의 버킷 대신, 갈퀴 모양의 날을 만들어 붙이고 길이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가 기계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다 보니 실제 장비를 운전하는 기사에게 작동하는 데 문제는 없는지 문의하고, 철물을 제작하는 방법이나 기능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는 등 수차례에 걸친 시행착오 끝에 결국 현재의 완성품을 만들어 현장작업에 투입해 기대 이상의 만족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이를 지켜본 박우식 현 함안부군수는 "이왕이면 특허를 출원해서 다른 지자체에도 보급하고, 세수를 올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보도록 해보라"고 그를 독려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4월 특허를 출원했고, 7월 26일 자로 특허가 등록돼 등록증이 발급된 성과를 나타냈다.

이처럼 한 공무원의 작은 관심이 항상 쪼들리는 농민들의 일손을 들어주게 되고, 나아가 강변을 낀 전국 지자체의 하천관리에도 업무 효율성을 보태게 돼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에 함안군은 이 수초제거기 4대를 제작해 올해 17개 하천 약 10㎞ 구간의 정비를 완료했고, 내년에도 수초제거 구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 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수초제거가 쉬운 하천 단면을 만드는 방법으로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나가고, 앞으로도 업무와 관련된 새로운 발명은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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