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인터뷰]누나 박주현이 쓰는 동생 박성오 이야기

아홉 살 터울의 나 박주현(28·사회복지사)과 남동생 박성오(19·학생)는 다른 남매들보다 조금 나이 차이가 있는 만큼, 더 알콩달콩한 사이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누나 나이가 많으니 동생을 업어 키웠겠다'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사실 어린 동생과 함께 자라면서 철없는 누나가 동생에게 배운 것들도 참 많다. 이 다음에 커서 호빵맨처럼 나쁜 세균맨 혼내주는 좋은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던 코흘리개 동생이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훌쩍 커버린 남동생과 함께 나눈 가족에 대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오늘 누나랑 우리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봤으면 해. 함께하면서 가족에게 고마웠을 때, 미안했을 때, 그리고 음….

"행복했을 때! 이렇게 세 가지 하면 되겠다."

-좋아. 그럼 먼저 가족이 있어서 가장 고맙다고 생각했던 순간은 언제였어?

"나 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에 부비동염 수술받았을 때였던 것 같아. 물혹이 얼굴 안쪽으로 가득 퍼져서 수술받았었잖아. 그때 고개 돌리기도 힘들고 엄청나게 아파서 힘들었었는데 엄마가 화장실 갈 때 빼고는 정말 잠깐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주고 간호해줬었어. 수술 후 회복기간 동안 코로 숨 쉬지 못해서 입으로 숨 쉬어야 하니까, 자꾸 입이 말라서 새벽에 잠이 깨서 마실 물을 찾곤 했었거든. 엄마가 내 침대 옆 간이침대에서 쪽잠 자면서 새벽에 내가 깨면 물도 챙겨주고…. 밥 먹기 힘들 땐 엄마가 직접 떠먹여 주기도 하고 그랬던 게 지금 생각해도 참 고마워."

-그래, 그때 부산까지 가서 수술하고 회복하느라 엄마도 너도 많이 고생했던 기억이 나. 아빠한테 고마웠던 때는?

"아빠한테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 일상 속에서 많이 느껴져. 고맙다고 내 마음을 잘 표현하진 않지만 그냥 아빠가 있어준다는 그것만으로도 고맙고…. 사실 제일 고마울 때는 용돈 줄 때? (웃음) 근데 누나는 언제 제일 고맙다고 느껴져?"

   

-나도 네가 아빠한테 생각하는 그런 마음이랑 비슷해. 그냥 내 옆에 있어주는 가족 그 자체가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예전엔 가족이라는 게 참 당연한 줄만 알고 자랐는데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 고마운 존재이더라고. 그럼 가족에게 제일 미안했던 순간은 언제였어?

"나 작년에 사고 쳤을 때. 정말 흔치 않은 외박 허락받고 들떠서, 친구 집에 곧장 안가고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바깥에서 놀다가 경찰 아저씨들한테 걸려서 파출소에서 집에 전화했던 적 있었잖아. 정말 상상도 못 한 대형사고였지. 머릿속엔 '어쩌지 어쩌지'라는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엄마·아빠, 그리고 누나가 나 많이 믿어주는 거 알고 있었는데 큰 실망 시키는 것 같아서 얼굴 보기 겁나고,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

-그때 엄마·아빠가 정말 많이 놀라셨어.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부모님도 상상도 못 한 일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

"그때 같이 있었던 친구들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솔직히 반성 많이 했어. 앞으로는 그런 사고 치지 말자 하면서 서로 다짐도 했고."

   

-자, 그럼 세 번째 질문. 가족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어?

"나 최근에 느꼈었어. 얼마 전에 누나 방에서 나랑 누나랑 이야기하고 있을 때 엄마가 와서 아빠가 한 이야길 전해줬었잖아. 누나랑 나랑 장난치고 이야기하고 하던 모습, 나 '알바' 끝날 때 맞춰서 누나랑 같이 집에 귀가하던 모습, 네 식구 같이 밥 먹고 TV 보면서 웃던 모습…. 그런 모습들 보면서 아빠가 엄마한테 '여보, 행복이 먼 데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우리 주현이랑 성오 저렇게 사이좋게 잘 지내고, 가족들 건강하고 서로 장난치면서 이렇게 웃고, 네 식구 알콩달콩 사는 게 행복 아니겠나. 우리 진짜 행복한 것 같다'라고 하셨잖아. 엄마한테 그 이야기 듣고 나서 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더라. 그리고 주위에 보면 가족 중 한 명이 아프거나 먼저 돌아가시거나, 아니면 따로 사는 경우도 참 많던데, 우린 네 식구 한 집에 모여서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도 행복하고….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아."

-오늘 너랑 이야기하면서 누나도 그동안 너한테 못 들어봤던 가족에 대한 네 생각도 듣게 되고, 몰랐던 속마음도 알게 되네. 평소엔 속마음 이야기 잘 안 하잖아, 너.

"나도 속마음 표현하지 않는 건 아빠 닮아서 그런가 보다. 아직은 내가 어리지만 나중에 더 크고 능력도 생기면 꼭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어."

-나 궁금한 게 하나 더 생겼어. 네가 더 자라서 미래 너의 가정을 가진다면 어떤 모습이었으면 해?

"난 의사소통 잘되는 가정을 만들고 싶어. 의사소통이라는 게 뭘 말하느냐면, 음…."

-마음이 통하는 소통을 말하는 건가?

"응! 마음이 통하는 소통. 우리 가족처럼 말이야. 오늘처럼 누나랑 나랑 거실에서 치킨 먹으면서 이렇게 앉아서 가족에게 고마운 점을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집들이 주변에 많지 않잖아. 가끔은 투정도 부리고 짜증도 내고 어떨 땐 다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고마운 마음이랑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서로 고맙고 소중하다는 걸 아는 게 바로 소통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난 우리 가족처럼 미래 내 가정도 이렇게 만들고 싶어."

누나인 내가 열 살 무렵에 동생 박성오가 태어났다. 동생과 함께 자라면서 그동안 아홉 살이라는 나이 터울은 크게만 느껴졌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이었고 내 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2002년 어느 날, 둘이 함께 저녁을 먹다 문득 궁금해져서 내 동생에게 질문했다.

"누나가 대학에 입학해도 너는 겨우 초등학교 4학년,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도 너는 중학교 2학년밖에 안되네. 누나 이다음에 취업해서 첫 월급 받으면 너 용돈 얼마 줄까?"

동생은 밥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든 채 한참을 고민하더니 "하루에 500 원"이라고 대답했다. 너무도 귀여운 동생 대답을 듣고 웃으며 머릴 쓰다듬던 게 마치 엊그제 같은데, 그 꼬맹이가 이젠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나이가 되어 나와 함께 앉아 가족에 대해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게 괜스레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가족에 대한 동생 생각을 들어보고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 대해 나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 앞으로도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한다. 엄마, 아빠, 그리고 내 동생 박성오! 사랑해♡

/박주현 객원기자

경남건강가정지원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으로 가족 이야기를 싣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한 이 지면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남석형 (010-3597-1595) 기자에게 연락해주십시오. 원고 보내실 곳 :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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