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서민 의료정책' 발표…진료비 지원 무산·수급자 축소 등 계획수정 논란

경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원 후속 대책으로 내놓았던 '서민 의료대책'이 애초 발표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확정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경남도의 서민 의료대책이 크게 달라진 것은 애초 지난 4월 경남도가 대책을 발표할 때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대책을 내놓았던 것이 화근이었다. 18일 경남도는 △1종 의료수급자 건강검진 무료 지원 확대 △의료 취약지 보건기관 기능 보강사업 지원 등을 뼈대로 한 '경남도 서민 의료정책'이 확정됐다고 발표했다.

경남도는 최근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이들 대책을 확정했으며,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1종 의료수급자 건강검진 무료 지원 확대는 의료급여법 제5조 도지사, 시장·군수는 수급권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도내 1종 의료급여 수급자 중 해당연도 암 검진 대상자에게 위 수면 내시경 검사·유방암 초음파 검사(40세 이상), 대장암 수면 내시경 검사(50세 이상)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경남도청 김종환 복지노인정책과장(오른쪽)과 권근현 보건행정과장이 18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경남도 서민 의료정책 확정과 관련한 브리핑 도중 취재진의 질문이 계속되자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다. /김구연 기자

현재 1종 의료급여 수급자 중 만 19~39세 가구주와 40세 이상 가구주를 포함한 세대원은 2년에 1회 비만, 고혈압, 빈혈, 당뇨 등의 기본검사 외에 간암, 위장·대장 내시경, 자궁경부암 검사, 유방촬영 검사를 정부로부터 무료 지원받고 있고, 경남도에서 만 40세 이상인 사람에게는 1인당 5만 5000원 상당의 갑상선암, 전립선암, 난소암 검진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경남도의 이번 대책은 여기에다 만 40세·50세 이상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일반 위장·대장 내시경보다 편안한 수면 내시경(각 6만 원 추가) 검사와 유방 초음파(8만 원 추가) 검사 등을 원하면 1인당 최대 20만 원 범위에서 이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의료 취약지 보건기관 기능 보강사업은 9개 시·군 보건소에 18억 4600만 원을 들여 5개 군 10개 보건소·보건 진료소 시설을 개선하고 7개 시·군보건소에 36점의 보건의료장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 4월 발표한 내용과 큰 차이가 없다.

◇달라진 점 = 하지만, '1종 의료수급자 건강검진 무료 지원 확대'는 홍준표 지사가 직접 지난 4월 23일 발표했던 서민 의료대책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 홍 지사는 도내 1종 의료급여 수급자 7만 8000명에게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며, 이들이 진료를 받고 약을 받을 때 병원과 약국에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 전액을 경남도에서 대신 내주겠다고 했다.

지난 2012년 한해 동안 도내 1종 의료급여 수급자가 병원과 약국에 낸 진료비 본인부담금이 32억 원이었다.

1종 의료급여 수급자는 1∼3차 의료시설과 약국을 이용할 때 1000∼2000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을 내며, 치료는 전액 정부에서 지원한다.

경남도는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진료비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보건복지부와의 협의에서 이를 관철하지 못했다. 1종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최소한의 본인부담금을 내도록 한 것은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고, 1종 의료수급자 본인의 존엄성을 지키도록 한 것인데 이를 도에서 지원해 무료로 하게 되면 무분별한 의료 쇼핑 등의 우려가 있다며 보건복지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결국, 경남도는 1종 의료급여 수급자 무상진료를 포기하고, 무상검진을 택한 것이다. 32억 원 범위에서 1종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검사비를 지원함으로써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논리다.

◇논란 = 첫째는 지난 4월 '획기적인 방안', '전국 최초'라며 홍 지사가 직접 발표했던 무상 의료(진료)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고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도 하지 않은 채 발표해 도정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는 점이다.

둘째는 4월 발표했던 서민 의료대책 대상보다 이번 대책의 수혜자 범위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경남도가 4월 발표한 서민 의료대책 대상은 1종 의료급여 수급자 약 7만 8000명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수혜자는 만 40세 이상으로 5만 9800여 명이다. 나머지 40세 이하 1종 의료급여 수급자 1만 8100여 명은 이번 대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 돼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셋째는 실효성이다. 현재 도내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건강검진 비율이 22% 안팎인데, 추가 검진비용을 지원한다고 해서 검진비율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들의 검진율이 낮은 것은 추가검진비 부담보다는 따로 시간을 내고, 검진기관까지 이동을 해야 하는 불편함이나 검진을 위해 하루 생업을 쉬는 데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가 검진비를 지원하더라도 검진율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고, 만약 검진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이 대책은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윤성혜 경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애초 발표했던 대책과 이번에 확정된 대책이 크게 바뀐 것에 대해 "(무상으로 진료를 하고자)최선을 다했는데,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달라 그렇게 되지 못한 것이며, 40세 이하 1종 수급자가 대책에서 제외된 것은 (4월 발표 때)정책이 결정되기 전에 성급하게 한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윤 국장은 "공공의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후 치료가 아닌 사전 예방이라는 측면에서, 1종 의료급여 수급자에게 검진비를 지원함으로써 암 등 질병을 사전에 예방해 나가고자 마련한 대책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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